[두 번째 일본여행(2015)] 메이지신궁으로
20150509 35시간 만에 방콕을 탈출해서 메이지신궁으로
어제 밤에 먹은 약 덕분으로 염증상태는 반감되었는데 속이 쓰리고 메슥거리는 기운은 여전하다. 쵸코렛 두 개를 입안에서 녹여 먹고, 미지근한 물로 입을 축이며 짐을 쌌다. 차를 가지고 호텔 앞에 와 있다는 큰조카의 연락을 받고 우리는 체크아웃을 했다. 도착한 날 밤에 호텔로 들어온 이후로 35시간 만에 드디어 그 두려움의 공간에서 탈출한 것이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거리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평온하다. 나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다가온 조카의 안내를 받으며 차에 올랐다. 뉴케어 같은 영양식을 구해보려고 약국을 찾아다녔는데 문을 열지 않았다. 일본 약국들은 보통 10시가 넘어야 문을 연단다. 조금 일찍 문을 연 약국을 발견하고 들어가 보면 유동식 보다는 젤리류를 권하고...
우선 환자가 먹을 만한 먹거리를 찾아야겠다는 미션을 받기나 한 듯 조카들과 올케는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낸다. 죽이라도 구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찾을 수가 없었다. 일본사람들은 죽을 안 먹나? 김밥을 사서 밥만 꺼내 따듯한 미소국에 말아 먹어 보자는 요섭이의 의견에 동의하고 괜찮은 도시락 집을 찾았다. 김밥 속에 들어있는 쌀알이 생각보다는 촉촉해서 그런대로 괜찮을 것 같았다. 더운 된장국에 말아먹은 한 수저의 밥이 약을 먹을 수 있게 해 주었고, 그 안도감으로 위의 통증이 훨씬 수월해진 느낌이 들었다. 김밥 한 스푼이 위를 다독여 주었나보다.
이제부터 오늘의 일정을 시작한다. 난 최소한의 에너지만 사용하기로 마음먹고 하라주크로 갔다. 오모테산도 거리에 도토리와 올케를 내려주고는 메이지신궁으로 방향을 틀었다. 울창한 숲 옆으로 난 도로를 지나 메이지신궁 입구로 들어섰다. 고모를 위해 마음을 다하고 있는 요섭이는 관리인들에게 다리가 불편한 사람이 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주차장을 물어보았다. 그들은 참 친절했다. 외국의 장애인에게 핸디캡마크도 요구하지 않은 채 바로 신궁 앞에 주차장 까지 들어갈 수 있도록 허용해 준다. 그들에게서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받은 듯한 느낌이 들어 고마웠다. 조카의 따스한 배려 또한 진실로 고마웠다.
날씨가 약간 흐린 날의 메이지신궁 분위기는 그런대로 좋았다.
맑은 공기... 그리고 일본의 전통결혼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