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후 입주청소를 마치면 이사하는 일만 남았는데 아직도 여전히 버려야할 것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지금도 계속 버리고 있으나 끝이 나지 않는다. 가난한 독거노인,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미니멀라이프를 표방하고 사는 노인의 살림인데도 어쩌면 이렇게 가지고 있는 것이 많은지 모르겠다.
오늘은 액세서리가 눈에 뛴다. 젊었을 때 즐겨 착용했던 값싼 귀걸이 목걸이 부로치 등이다. 가벼운 기억부터 버리고 버리다가 그 중 몇 개라도 남겨놓은 미련! 버리면 거기에 얹혀있는 사연들마저 모두 잊혀질까봐 아직 못 버리고 있는 미련! 사진으로라도 남겨놓고 이제는 정말로 이별!

그리고, 20대 초반부터 나의 고민과 함께 했던 노트! 50년 이상 애지중지하던 노트! 끝까지 가지고 있고 싶은 애착물이지만 정을 떼기로 했다. 70대에 다시 들추어보는 일은 없을 것 같아서 마음을 굳게 먹고 오늘 드디어 이별!

이사할 곳이 지금 공간의 1/3 정도의 공간이니까 가지고 있는 것들의 1/3만 가지고 간다는 마음으로 1년 넘는 기간동안 버리고 있다. 필수적이 아닌 것들은 거의 다 버렸다고 생각하는데 아직도 구석구석에 추억에 젖은 물건들이 남아있다.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물건들만 가지고 가려 하는데, 가짓수는 줄일 수 없고 양을 줄여야하므로 시간이 많이 걸린다.
특히 아버지가 남겨 놓으신 기록물들 버리는 것이 제일 어렵다. 중간중간 버렸고, 조카손들에게까지 보여줄만한 자료들은 다시 오빠집으로 보냈고, 그러고도 남은 친필로 쓰신 기록물들이다. 오늘, 아직까지 남아있던 설교노트들 마저 버리려는데 왈칵 눈물이 났다. 아버지를 완전히 떠나보내드리는 것 같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식된 도리를 다 못하는 것 같기도 하여 죄스러웠다. 나의 기록물들은 자식이 없으니 내가 정리하여 버리는 것이 맞는데, 자식으로서 부모님의 기록물들을 버리자니 나의 기록물을 버리는 것보다 더 마음이 불편했다. 그런데 어찌하랴. 눈물을 머금고... 그리고 나중에 언젠가 사진으로라도 보려고...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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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고 있다고 여겨지는 유형의 것들을 버리는 일이란 쉽지 않다. 어차피 다 놓고 가야 할 삶이기에 미리 버리는 것이라고 머리로는 받아들였으나 감정이 붙들고 있어서 더욱 어렵다. 유형의 것들만이 아니다 무형의 것들도 마찬가지다. 70년 쌓아온 기억도 만만치 않은데다가, 그 기억 위에 얹혀진 먼지까지 날려버려야 하니 쉬울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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