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Humanity 383

[국민주권] 6.3 지방 선거 투표소 풍경

"정치란 선악을 판단하는 종교행사가 아닐세. 덜 나쁜 놈을 골라 뽑는 과정이라네."라고 함석헌 선생님이 말씀하셨단다. 나도 덜 나쁜 사람이라고 여겨지는 인물을 골라 표를 던지고 왔다. 걸어갈 수 있는 곳이라고 만만하게 생각하고 길을 나섰는데, 막상 가보니 먼 길이었고, 엘리베이터를 찾을 수 없어 긴 계단을 올라가느라고 땀을 뻘뻘 흘리며 힘을 다 뺐다. 내려올 때는 엘리베이터 위치를 물어보았다. 어떤 젊은이가 함께 걸으며 엘리베이터 위치를 알려주고 나오는 길까지 안내해 주어서 고마웠다. 하지만 투표하러 가고 오는 길이 만만치 않게 고달팠던 것은 사실이다. 새로 생긴 동네에 처음 여는 투표소여서 그랬을 것이다. 다녀와서 땀을 식히며 엄마 생각을 했다. 아들, 며느리, 손녀의 손에 의지하면서도 투표장으로 가곤..

세 겹 줄

해님! 평화! 바람! 50년 가까운 세월을 함께하며, 동병상련의 동지이자, 전사이자, 친구로 지내온 우리! 생애비혼자, 싱글, 장애를 가진 여약사, 그리고 같은 신앙인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세 겹 줄 친구들... ‘한 사람이면 패하겠거니와 두 사람이면 맞설 수 있나니 세 겹 줄은 쉽게 끊어지지 아니하느니라(전도서 4 : 12)’라는 성경 말씀 따라 우리의 남은 삶도 서로 의지하고 배려하면서 건강한 신앙의 삶을 이어가기를 소망한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또 다시 만나... 어떤 모습의 사진을 남길 수 있을까. 모두 몸과 마음과 정신을 건강하게 유지하며 살아가다가, 웃는 모습으로 만나, 세 겹 줄의 낭만을 다시 즐길 수 있기를^^

노년의 싱글이 맞이하는 설명절

설 명절을 맞이하여 오빠 집에 모여 예배를 드렸다. 그런데 유난히 느리고 조용한 화음으로 찬송을 부르는 식구들의 모습이 낯설었다. 4부 합창단 같던 우렁찬 찬송 소리가 갑자기 사라진 것 같아 애잔함이 느껴졌다. 우리들 모두 늙어가고 있다고 목소리가 알려주는 것 같았다. 하지만 잘 늙어가고 있는 것 같아 감사하다. 시집간(?) 여동생 가족은 참석하지 못했지만, 우리 엄마와 아버지 자손들이 다 건강한 모습으로 만날 수 있어서 감사하고, 조카들도 각자의 삶에 성실하게 임하고 있어서 감사하고, 조카손들도 씩씩하게 잘 크고 있어서 감사하다. 요즘 내 나이 또래의 친구들을 보면 명절에 형제들까지 다 같이 모이는 경우가 드물다. 자신의 직계 가족들이 모이는 것도 벅차다고 한다. 오빠네도 그럴 터인데, 웃는 얼굴로 동..

[장애해방] 아직은 그늘막이 필요한 사회

나는 남동생의 보호 아래 살고 있다고 늘 말한다. 현실적인 문제로도 여러 가지 도움을 받고 산다고도 말한다. 물론 사실이다. 그러나 내가 남자 형제들에게 의존하여 산다고 말하곤 하는 것은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하다. 내가 말하지 않았던 진짜 이유는, 나에게도 진정한 울타리가 있음을 드러내놓고 알리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하면 갈대 지팡이 같은 남자들의 시선으로부터 피해 가기 위한 방어벽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그것은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내가 이 사회에서 안전하게 살아가기 위해 선택한 방식이었다. 우리 사회에서 싱글의 상태로 살아가는 여자들은 절대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말일 것이다. 경험해 보아야 알고 경험해 보지 않으면 모를 것이라는 말은 야박한 말이기는 하다. 그러나 아파보지 않은 사람들은 아픈 사람..

권사 임직 감사예배

어제 작은올케의 권사 임직 감사예배에 다녀왔다. 엄마와 아버지가 살아계셨으면 엄청 많이 기뻐하셨을 것이다. 목사의 자녀였던 우리 형제자매 7명(법적인 형제자매 포함) 중 제부 목사님을 제외하면 장로와 권사로 봉사하는 사람이 지금까지는 없었다. 우리끼리는 모두 잡사(?)라고 자조하며 농담을 하곤 했는데, 형제 중 가장 어린 작은 올케가 이번에 권사의 직을 맡게 되었다. 우리는 축하하는 마음으로 예배에 참석했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아직 목회 현장에 있는 막내동생 내외는 주일이라서 참석하지 못했다. 우리 교회 담임목사님 내외는 두 시간이 넘게 같은 자리에 앉으셔서 30여 명의 임직자와 그 가족들의 기념사진 찍는 기쁨에 함께 참여해 주셨다. 마음이 참 따뜻하고 겸손한 분들이시다.

순례길에서 전해 온 십자가

40여일 전에 산티아고 순례길로 떠났던 동생이 무사히 완주하고 어제 밤에 돌아왔다. 직접 만나 본 것이 아니라서 확증할 수는 없지만 사진으로 볼 때 수척해진 모습이 역력하다. 그러나 얼굴에는 미소와 평안이 가득해서 안심을 했다. 동생은 800Km에 달하는 순례길을 걷는 동안에 만난 십자가와 십자가상을 사진 찍어 보내주었는데, 그 사진들을 모았다. 십자가가 나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그분이 보여주신 희생의 사랑을 나도 이웃과 나누며 살 수 있을까? '생명을 내어주는 사랑이 과연 인간에게 가능한가'라는 의문 속에서, 방향성을 가지고 조금이라도 닮아가려고 애를 쓰며 살아갈 뿐이다.

해피 추석

오빠 내외가 장조카 가족을 데리고 우리 집에 오셨어요.조카손주들은 명절옷 차려입고 와서고모할머니인 나에게 인사를 했고요. 젊은 가족이 너무 예뻐서 들어오는 아이들 붙잡아 놓고 사진을 찍었죠.자식농사 잘 지었다네요.나 말고요. 왁작복작 하다가모두 떠나고 나니 한적한 공기가 맴돌아요.그래도 사람 사는 맛은 나네요^^ 고맙습니다!!!

스몰 웨딩

며칠 전 조카의 결혼식이 있었다. 신랑 신부 등 32명이 모여 스몰 웨딩 형식으로 진행된 결혼 예식이다. 작은 결혼식이라고 이름을 붙혔지만, 실제적으로는 결혼 예배다. 주례자 목사님을 모시고 예배를 드린 후 특이한 이벤트와 함께 식사를 하고 모두가 한 마디씩 덕담을 나누었다. 큰 고모인 나는 '지금까지처럼 인생 여행의 동반자가 되어 서로 사랑하고 배려하며 알콩달콩 건강하게 살아가기를 기원하며 축하와 사랑을 보낸다.'고 말해 주었다. 사실 결혼하지 않고 늙은 내가, 결혼하는 젊은 사람들에게 해 줄 말은 없다. 무슨 말을 하든 허공에 맴도는 바람만큼이나 실체가 보이지 않을 것 같아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축하하고 행복하게 살기를 기도하며 말했다.

SNS로 전해 오는 동생의 산티아고 순례길 소식

2년 전에 오빠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돌아왔는데, 2년이 지난 며칠전 남동생이 산티아고 순례길 완주를 목표로 떠났다. 40여일간의 순례길 여행을 실천한다는 것이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우선 건강이 받춰주어야 하고, 걸을 수 있는 다리와 강한 의지도 있어야 한다. 거기다가 경제적인 여유, 시간적인 여유 등도 필요하다. 그러므로 누구나 이 모든 것을 갖추기는 어렵다. 오빠와 동생이 걷는 순례길을 나도 걷고 싶지만, 이런저런 조건을 갖추지 못한 나로써는 이룰 수 없는 희망사항으로 그냥 놔둘 수밖에 없다. 인생 자체가 순례길이라고 나를 위로하며 지금 서 있는 길 위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리고 그러한 마음으로 동생이 SNS로 전해 오는 산티아고 순례길 소식을 올린다. 동생을 비롯해 용감하게 길 떠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