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부르는 것 같아 길을 나섰다. 가을햇살이 살며시 다가와 친구하잔다. 청량한 하늘과 속삭이는 듯한 바람에 이끌려 건조한 햇살 속을 그냥 걸었다. 완연한 가을 색이 쓸쓸함을 가중시킨다. 그래도 좋다. 이 가을 분위기가. 산책 후 집에 들어와 텃밭 농부 동생이 가져다준 고구마를 먹었다. 이번 가을에 받은 대추, 고춧가루, 알밤, 고구마는 동생의 수고와 사랑으로 만들어진 선물이며 동시에 계절이 주는 선물이다. 크고 작은 다양한 모양으로 반짝이는 껍질에 둘러싸여 있는 대추는 달콤하고, 공장 마당에서 한톨 한톨 주워 모은 토실토실 알밤은 고소하다. 동생이 몸살을 불사하고 캐낸 고구마는 달짝지근하여 자꾸 손이 간다. 여름에 비를 애타게 기다리며 고추 농사를 지어 만든 빨간 고춧가루는 시중의 여느 상품 못지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