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잔잔한 오후 4시경, 버릴 쓰레기 하나 챙겨 들고 현관문을 나섰다. 들고 나간 비닐 봉투는 수거함 통에 넣고, 가벼운 마음으로 아파트 출구를 향해 걸었다. 산산한 가을바람은 부드럽게 옷깃을 스친다. 기분 좋은 산책길이다. 도로 쪽의 산책길로 돌아서니 조금 멀리 맞은편으로 지팡이 짚은 여인이 혼자 걸어오고 있다. 계속 그녀를 보며 걷기가 어색해 의도적으로 눈을 피하고 도로 바닥면에 눈길을 주고 걷는데, 발 앞에 작은 잠자리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날고 있는 것인지 앉아 있는 것인지조차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주 낮게 날다가 앉기를 반복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 지쳐 보였다. 나는 잠자리에게 말을 걸었다.“왜 그렇게 힘이 없니? 너는 친구도 없니? 산산한 날씬데 왜 혼자 이렇게 나와 있니?”혼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