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2094

다시 정신 차리고...

온라인으로가을학기 성경공부가 시작되었다.이번에도 두 과목 신청했다.마침, 내가 무의식적으로 어려워하는 성경요한복음과 요한계시록! 어제 남동생은 산티아고 순례길로 떠나40여일간 걷고 돌아오겠다는데안전하고 의미있는 순례길이 되기를 기도하며... 아직 30도 이상의 기온이 오르내리는 가운데이삿짐 정리를 뒷전으로 미루고 있지만나도 순례길 걷는 심정으로다시 정신 차리고차분히 성경 공부를 시작해 보자!

늙음

열흘 사이에 몰라보게 늙어버린 얼굴, 표정, 눈빛, 목소리 몸뿐만 아니라 감정, 생각, 의지 그리고잘 안 들리고, 씹기 힘들고, 입맛 없고 일 처리조차 굼떠져 단번에 처리할 수 없으니두세 번 반복해서 물어야 하고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단어는발음이 정확하게 들리지도 않아다시 묻고 또 물어야 하는 칠십 대의 나... 되돌릴 수는 없으니그러려니 해야 하는지.

[행복주택] 입주 청소

어제 잔금을 완납하고 열쇠를 받아왔다. 오늘은 입주청소를 하는 날이다. 장조카가 커피 사들고 가서 잘 부탁하고 왔단다. 내가 하기 어려워하는 일을 척척 알아서 해주니 너무 고맙다. 보증금을 납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확인할 것들이 있어 임시열쇠를 받으로 갈 때도, 보증금을 다 납입하고 열쇠를 가지러 갈 때도, 큰조카를 대동하고 갔다. 관련 직원들을 만날 때마다 내 어깨가 펴지고 걸음걸이가 씩씩해지는 것을 느꼈다. 비록 독거노인이라 할지라도 든든한 젊은이가 주변에 있다는 것을, 그래서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내보이고 싶은 심정이 겉 모양으로 드러나는 것이리라. 지금까지는 남동생이 모든 것들을 해결해 주었는데 이제 그 무게가 장조카에게로 넘어가고 있다. 같이 늙어가는 동생에게만 의지한다는 것이 늘 마음에 걸렸는..

[영태리집] 끝이 없네

이틀 후 입주청소를 마치면 이사하는 일만 남았는데 아직도 여전히 버려야할 것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지금도 계속 버리고 있으나 끝이 나지 않는다. 가난한 독거노인,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미니멀라이프를 표방하고 사는 노인의 살림인데도 어쩌면 이렇게 가지고 있는 것이 많은지 모르겠다. 오늘은 액세서리가 눈에 뛴다. 젊었을 때 즐겨 착용했던 값싼 귀걸이 목걸이 부로치 등이다. 가벼운 기억부터 버리고 버리다가 그 중 몇 개라도 남겨놓은 미련! 버리면 거기에 얹혀있는 사연들마저 모두 잊혀질까봐 아직 못 버리고 있는 미련! 사진으로라도 남겨놓고 이제는 정말로 이별! 그리고, 20대 초반부터 나의 고민과 함께 했던 노트! 50년 이상 애지중지하던 노트! 끝까지 가지고 있고 싶은 애착물이지만 정을 떼기로 했다. 70..

[영태리집] 영태리 집을 떠날 마음의 준비

남동생 집에서 분가를 시도한 후 7년 5개월의 시간이 꿈처럼 흘러갔다. 외형적으로는 외로움과 고독의 시간이었지만 사랑하는 사람들 특히 남동생의 관심과 애정을 듬뿍 받으며 살았던 시간이었다. 또한 바쁘게 달려왔던 삶을 내려놓고 안정되게 여유를 즐길 수 있었던 기간이기도 하다. 나는 이곳 영태리에서 60대의 대부분을 안락하게 지냈다. 혼밥 혼잠과 익숙해지고, 수영장에 다니면서 수중운동으로 몸을 돌봤다. 글쓰기를 친구삼아 자전적 에세이나 여행기를 쓰며 코로나펜데믹에도 무료하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형제들과 친구들이 보내주는 일용할 양식들은 혼밥을 무색하게 할 정도였다. 텃밭에서 나오는 계절 먹거리들, 마당 유실수들이 내어주는 맛있는 과일들의 나눔이 삶을 따스하게 해 주었다. 또한 전자책 출간을 통해 글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