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rit&Basecamp/Review 121

영화 - 인턴

인턴(The Intern, 2015년 개봉) / 낸시 마이어스 감독 영화 인턴> 속에 담긴 다양한 에피소드가 70세를 맞아 맥 놓고 지쳐 있는 나에게 웃음과 희망을 찾아주는 것 같아 보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이 영화는 사람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함께 조화롭게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따뜻한 영화다. 시니어 인턴 프로그램을 통해 젊은 스타트업 기업에 인턴으로 입사한 벤 휘태커는 70세의 은퇴자다. 그는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상실과 허무의 경험을 통해 얻은 여유와 배려와 지혜를 가진 사람이다. 또한 성공한 CEO인 줄스 오스틴은 남편과의 갈등, 육아에 대한 고민, 회사 내외의 압박 등으로 내면이 혼란한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턴과 보스로 만나 우여곡절을 겪으며 진정성을 가지고 서로의 인생을..

드라마 - 폭삭 속았수다

폭싹 속았수다 좋은 드라마가 나왔다는 친구들의 말을 듣고, 나도 넷플릭스에 들어가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정말 고생하셨습니다)>를 찾아보았다. 보기 시작한 첫날에 앉은 자리에서 네 편을 끝내버렸다. 그리고 에피소드가 새로 공개되는 금요일 오후를 기다리다가, 호로록 네 편을 다 보고서야 허리 아프다고 하며 컴 앞에서 물러서곤 했다. 그렇게 열정적으로 보던 드라마 시청은 어제로 막을 내렸고 나는 뭔가 가슴에 찡하게 남아있는 감정을 글로 써보려 하는데, 아마도 그 감상을 다 표현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 우선 생각나는 대로 적기로 했다. 폭싹 속았수다>에서 전개되는 16편의 드라마 속에는 누구에게나 일어날법한 에피소드들로 가득 차 있다. 특히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시대적 이..

영화 - 퍼팩트 데이즈

퍼팩트 데이즈 / 빔 벤더스 감독 설 전날인 오늘 오후에 영화 퍼팩트 데이즈를 보았다. 아주 단순하고 느리게 진행되는 남자주인공(야쿠쇼 코지) 히라야마씨의 시간에 맞추느라고 약간 긴장하면서 보기 시작했는데, 초반에 맨손으로 화장실 청소를 시작하는 장면이 걸리적거리기 시작했다. 물론 중간에는 장갑을 끼고 수세미 청소를 하지만 별 것 아닌 것들이 신경 쓰여 집중하기 어려웠다. 심지어는 화장실 청소용 겉옷을 벗어서 털지도 않고 방안의 옷걸이에 그냥 걸어 놓는 장면까지 거슬렸다. 그러나 이러한 장면들에 문제가 있다고 시비를 거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남자는 수행자처럼 매일매일 정성껏 화장실 청소를 한다. 더러워진 곳을 청소하고, 청소한 곳이 다시 더러워지고, 다시 청소하고... 하루의 루틴이 음악과 책을 매개..

도서 - 채식주의자

채식주의자 / 한강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라 해서 특별히 찾아 읽는 스타일은 아닌데, 책을 주문해서 읽는 동생 덕분에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읽게 되었다. 이전에 읽었던 책 작별하지 않는다>의 앞부분처럼, 인간 내면의 난해함을 풀어내는 작가의 섬세한 문체가 인상적이었다. 채식주의자의 등장인물이 선택한 채식주의는 건강을 위한 식단이 아니고, 폭력적 환경에 저항하는 방식으로 선택한 몸부림이다. 관점의 주체는 다르지만 몽고반점과 나무 불꽃에서도 마찬가지다. 작가는 연약한 인간 본질에 대한 분석적 묘사를 통해 억압과 자유가 충돌하면서 일어나는 갈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하지만 등장인물이 작가 자신의 이미지와 겹쳐 보여서 읽기가 힘들었다.  ‘아마도 그가 정말 사랑한 것은 그가 찍은 이미지들이거나, 그가 ..

영화 - 요즘 본 영화들

시간 죽이기에 딱 적당한 것이 영화보기다. 켜진 컴퓨터 앞에 앉아서 클릭 몇 번만 하면 된다. 그렇다고 얻는 것도 없이 시간을 잃어버리는 것만은 아니다. 상상하지도 못했던 삶의 형태, 극단적 캐릭터를 가진 인간들, 또 그들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뿐 아니라 기쁨과 고통의 극대치를 보여주는 스토리를 통해 배우는 것도 많다. 세상 사람들이 다 나하고 달라 보인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단순하고 간편하고 협소한 삶을 살고 있는지도 함께 배운다.  -  : 종교적인 이유로 수혈을 거부하는 소년과 그 소년의 생사를 결정짓는 판사의 선택이 감동적이다.-  : 성공한 작가가 이별 후 모로코에서 특별한 사랑을 만나는 로멘스 영화-  : 영국의 한 미망인이 가진 소유지를 파헤치는 모험은 고고학의 역사를 뒤흔든다.-..

영화 - 이열치영화(?) 여러 편

이열치영화(?) 많은 이들이 OTT 서비스를 통해 다양한 영화들을 접하고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대형스크린으로 보는 영화를 좋아하는 나는 작은 화면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가 최근에 더위를 피한답시고, 멍때리기의 일종으로, 넷플릭스와 왔차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처음의 발단은 제인 오스틴과 관련된 영화를 찾으려는 시도였는데, 추석연휴까지 그냥 무차별적으로 연결되어 보게 된 영화는 제인오스틴북클럽, 포가튼러브, 겟아웃, 3일간의휴가, 우리도사랑일까, 콜미유어네임, 타오르는여인의초상, 퀸카로살아남는법, 소풍, 엘리사와마르셀라, 브로크백마운틴, 팬텀스레드, 69세, 화차, 디아워스, 아버지의 세 딸들, 스틸엘리스 등이다. OTT 서비스를 받고 있으면서도 OTT라는 뜻이 명확하게 이해되지 않아서 다음백과..

도서 - 출근길 지하철 / 박경석 말하고 정창조 쓰다

출근길 지하철 / 박경석 말하고 정창조 쓰다 이동 약자를 위한 지하철역 엘리베이터 설치, 저상버스 운행 등은 활동가 박경석과 그의 동지들이 목숨 걸고 투쟁하여 얻어낸 이동권 확보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얻어낸 결과들을 날로 먹고 누리고 있는 우아하고 고고한 당사자들이 그의 투쟁 방식을 폄훼하고 있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북펀딩에서 책 후원으로 구매한 출근길 지하철>은 읽는 내내 뭉크의 절규 시리즈가 오버랩되어 괴로웠다. 그의 외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젊은 시절 나의 절규와 닮았다고나 할까? 아니면 나의 절규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크고 깊은 울부짖음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외침이겠지!  각기 다른 방식의 외침이 메아리 되어 듣는 귀가 생겨날 수 있다면! 아니 그것을 ..

영화 - 84번가의 연인

84번가의 연인(84 Charing Cross Road) 무료한 시간을 때우기 위해 넷플릭스에 들어갔다가, 오랜만에 한 번 더 보고 싶은 영화를 만났다. 84 Charing Cross Road는 여류작가 헬렌 한프와 영국 런던의 한 고서점 직원 사이에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 만들어진 1987년도 영화다. 앤 벤크로프트와 안소니 홉킨스가 주연한 고전 동화 같은 이야기로 올드한 감성이 풍겨나와서 좋았다.  내가 애정하는 단어인 서점과 오래된 책과 편지 들의 등장으로 친밀감이 더해졌다. 털털한 여자의 목소리와 정제된 남자의 목소리에서는 나레이션의 묘미가 느껴진다. 거기에 넘치지도, 벗어나지도, 비틀어지지도 않은 우정, 그 우정 말고는 뭐라고 표현하기가 어려운 인간관계가 그려졌다. 진심, 위트, 해박한 학..

공연 - 포스메가남성합창단 제30회 정기연주회

2024.07.17.(수) 대광고등학교 OB합창단의 정기연주회에 참석하기 위해 장마철 빗속을 뚫고 서울로 갔다. 올림픽 도로는 언제나 트래픽, 하지만 네비의 안내로 방배동 사잇길을 요리조리 통과하여, 6시쯤 예술의전당 음악당에 도착할 수 있었다.  차를 주차 시킨 후에, 우선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한정식 식당 ‘담’을 찾아갔다. 여유 있게 저녁을 먹고, 또 여유 있게 예술의 전당 분위기를 즐겼다. 다행히 비가 멈추고 습기찬 바람이 솔솔 분다. 오랜만에 만나는 한적함이다.  불이 켜진 후, 콘써트 홀에 입장하여, 자리를 잡고, 가족과 친지들과 사진을 찍으며 인사를 나누었다. 남성중창단이나 남성합창단의 목소리를 좋아하는 나는, 포스메가남성합창단의 중후하면서도 섬세한 음색을 충분히 즐겼다. 특히 오빠가 무대 ..

도서 - 나답게 나이 드는 즐거움 / 류슈즈

나답게 나이 드는 즐거움 / 류슈즈 페북에 책 광고로 올라온 을 미리 보기에서 몇 페이지 읽어보았다. 대만 작가의 글인데 우리말 번역이 너무 유연해서 얼른 구입했다. 책은 설명절 연휴 전날에 도착했는데, 포장을 벗긴 후 두 시간도 안 걸려 다 읽어버렸다. 연휴 동안에 천천히 읽으려던 애초의 계획이 빗나가고 말았다. 우리말 글처럼 번역이 자연스러워서 글이 술술 읽혔다. 대부분의 글 소재가 우리 나이에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었을 게다. 212쪽으로 책값에 비해 너무 얇다는 것이 약간의 불만이지만, 글씨가 크고, 행간도 넓어 읽는 데 부담은 없었다. 마지막 페이지를 보니, 초판 발행일이 2024년 1월 31일이다. 그렇다면 책이 나온 지 8일 만에 내가 읽었다는 이야기다. 우리 출판사에서 출판한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