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rit&Basecamp 345

영화 - 퍼팩트 데이즈

퍼팩트 데이즈 / 빔 벤더스 감독 설 전날인 오늘 오후에 영화 퍼팩트 데이즈를 보았다. 아주 단순하고 느리게 진행되는 남자주인공(야쿠쇼 코지) 히라야마씨의 시간에 맞추느라고 약간 긴장하면서 보기 시작했는데, 초반에 맨손으로 화장실 청소를 시작하는 장면이 걸리적거리기 시작했다. 물론 중간에는 장갑을 끼고 수세미 청소를 하지만 별 것 아닌 것들이 신경 쓰여 집중하기 어려웠다. 심지어는 화장실 청소용 겉옷을 벗어서 털지도 않고 방안의 옷걸이에 그냥 걸어 놓는 장면까지 거슬렸다. 그러나 이러한 장면들에 문제가 있다고 시비를 거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남자는 수행자처럼 매일매일 정성껏 화장실 청소를 한다. 더러워진 곳을 청소하고, 청소한 곳이 다시 더러워지고, 다시 청소하고... 하루의 루틴이 음악과 책을 매개..

다니엘서 공부

2024년도 후반기 성경대학 : 다니엘서 / 안도헌 목사님 교회에서 진행하는 온라인 성경공부 2024년도 가을학기에는 다니엘서를 공부했다. 다니엘서는 읽을 때마다 전반부는 흥미진진하게 읽다가 후반부 환상과 관련된 장면이 나오면 대충 읽어내려가곤 했다. 그러나 이번에 환상이 의미하는 상징을 역사적 사실과 연결시키는 해설을 통해 조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성경 66권 중 묵시서는 다니엘과 요한계시록 2권인데, 구약에서 유일한 묵시문학(Apocalypse)으로 분류된다. 다니엘서의 배경은 구약의 끝자락이자 신약을 맞이하는 시기라고 한다.  * 다니엘서의 구조 1) 1~6장: 포로 생활 속에서 다니엘과 그의 친구들이 겪은 에피소드- 1장: 왕궁의 소년들- 2장: 느부갓네살의 첫 번째 꿈- 3장: 금 신상 ..

도서 - 채식주의자

채식주의자 / 한강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라 해서 특별히 찾아 읽는 스타일은 아닌데, 책을 주문해서 읽는 동생 덕분에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읽게 되었다. 이전에 읽었던 책 작별하지 않는다>의 앞부분처럼, 인간 내면의 난해함을 풀어내는 작가의 섬세한 문체가 인상적이었다. 채식주의자의 등장인물이 선택한 채식주의는 건강을 위한 식단이 아니고, 폭력적 환경에 저항하는 방식으로 선택한 몸부림이다. 관점의 주체는 다르지만 몽고반점과 나무 불꽃에서도 마찬가지다. 작가는 연약한 인간 본질에 대한 분석적 묘사를 통해 억압과 자유가 충돌하면서 일어나는 갈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하지만 등장인물이 작가 자신의 이미지와 겹쳐 보여서 읽기가 힘들었다.  ‘아마도 그가 정말 사랑한 것은 그가 찍은 이미지들이거나, 그가 ..

영화 - 요즘 본 영화들

시간 죽이기에 딱 적당한 것이 영화보기다. 켜진 컴퓨터 앞에 앉아서 클릭 몇 번만 하면 된다. 그렇다고 얻는 것도 없이 시간을 잃어버리는 것만은 아니다. 상상하지도 못했던 삶의 형태, 극단적 캐릭터를 가진 인간들, 또 그들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뿐 아니라 기쁨과 고통의 극대치를 보여주는 스토리를 통해 배우는 것도 많다. 세상 사람들이 다 나하고 달라 보인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단순하고 간편하고 협소한 삶을 살고 있는지도 함께 배운다.  -  : 종교적인 이유로 수혈을 거부하는 소년과 그 소년의 생사를 결정짓는 판사의 선택이 감동적이다.-  : 성공한 작가가 이별 후 모로코에서 특별한 사랑을 만나는 로멘스 영화-  : 영국의 한 미망인이 가진 소유지를 파헤치는 모험은 고고학의 역사를 뒤흔든다.-..

나는 마음이 슬픈 여자라 (사무엘상 1 : 15)

나는 마음이 슬픈 여자라 (사무엘상 1 : 15) 10 한나가 마음이 괴로워서 여호와께 기도하고 통곡하며11 서원하여 이르되 만군의 여호와여 만일 주의 여종의 고통을 돌보시고 나를 기억하사 주의 여종을 잊지 아니하시고 주의 여종에게 아들을 주시면 내가 그의 평생에 그를 여호와께 드리고 삭도를 그의 머리에 대지 아니하겠나이다12131415 한나가 대답하여 이르되 내 주여 그렇지 아니하니이다 나는 마음이 슬픈 여자라 포도주와 독주를 마신 것이 아니요 여호와 앞에 내 심정을 통한 것뿐이오니16 당신의 여종을 악한 여자로 여기지 마옵소서 내가 지금까지 말한 것은 나의 원통함과 격분됨이 많기 때문이니이다 하는지라 사무엘의 어머니 한나는 아들을 얻기 전에 성전에 올라가 기도를 드린다. 술 취한 여인으로 오해받을 정..

영화 - 이열치영화(?) 여러 편

이열치영화(?) 많은 이들이 OTT 서비스를 통해 다양한 영화들을 접하고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대형스크린으로 보는 영화를 좋아하는 나는 작은 화면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가 최근에 더위를 피한답시고, 멍때리기의 일종으로, 넷플릭스와 왔차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처음의 발단은 제인 오스틴과 관련된 영화를 찾으려는 시도였는데, 추석연휴까지 그냥 무차별적으로 연결되어 보게 된 영화는 제인오스틴북클럽, 포가튼러브, 겟아웃, 3일간의휴가, 우리도사랑일까, 콜미유어네임, 타오르는여인의초상, 퀸카로살아남는법, 소풍, 엘리사와마르셀라, 브로크백마운틴, 팬텀스레드, 69세, 화차, 디아워스, 아버지의 세 딸들, 스틸엘리스 등이다. OTT 서비스를 받고 있으면서도 OTT라는 뜻이 명확하게 이해되지 않아서 다음백과..

도서 - 출근길 지하철 / 박경석 말하고 정창조 쓰다

출근길 지하철 / 박경석 말하고 정창조 쓰다 이동 약자를 위한 지하철역 엘리베이터 설치, 저상버스 운행 등은 활동가 박경석과 그의 동지들이 목숨 걸고 투쟁하여 얻어낸 이동권 확보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얻어낸 결과들을 날로 먹고 누리고 있는 우아하고 고고한 당사자들이 그의 투쟁 방식을 폄훼하고 있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북펀딩에서 책 후원으로 구매한 출근길 지하철>은 읽는 내내 뭉크의 절규 시리즈가 오버랩되어 괴로웠다. 그의 외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젊은 시절 나의 절규와 닮았다고나 할까? 아니면 나의 절규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크고 깊은 울부짖음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외침이겠지!  각기 다른 방식의 외침이 메아리 되어 듣는 귀가 생겨날 수 있다면! 아니 그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