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rit&Basecamp/Interest

드로잉 - 나이 들어가는 것이 편안함이기를

truehjh 2026. 5. 12. 10:27

 

오늘의 과제는 '행복했던 어느 순간을 상상하며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보며 표정을 그리기'다. 그러나 과제는 과제고 내 손과 머리는 따로 따로다. 막상 그리려고 하니 미세한 손놀림이 안 된다. 완전 어린 아이가 된 기분이다.  

 

머리가 아니고 그냥 팔이 움직이는 대로 선을 긋게 된다. 긴 호흡으로 선이 그어지지도 않는다. 긋다가 멈추고, 다시 긋다가 멈추고... 이것이 나이든 근육의 손놀림이라고 증명이라도 하려는 가 보다. 사용하지 않던 근육을 사용할 때 발생하는 증상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아닌 것 같다. 노화된 근육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나이 덕을 보기는 한다. 엉터리로 그리면서도 부끄럽지 않다. 그냥 자유롭다. 나이 들어 부끄러움을 상실해 가는 것인지 아니면 노화로 어쩔 수 없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여간에 자유를 얻었다고 말하고 싶다. 누구에게 보이려는 것이 아니고 그리는 그 순간을 즐기려는 것이니, 할 수 있을 때 재미있게 그려보자는 마음이다. 

 

얼굴에는 자신의 인생이 그려져 있다는데, 나의 얼굴에는 어떤 인생이 그려져 있을까. 70여년 동안 만들어진 나를 잊고, 다시 새로운 환경으로 들어온 나로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주어진 환경을 바꾸려 하는 것이 아니고 적응하는 법을 즐겁게 배우며 살아가는 어린 아이처럼, 나도 어른 아이가 되어 지금의 환경과 조건에 적응하며 즐겁게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20260511 연필, 펜, 마커, 색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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