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4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 김지수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 김지수 지음 책을 구입하면 표지에 얹혀있는 몇 안 되는 글자를 꼼꼼히 모두 읽는 것으로부터 독서를 시작한다. 띠지 위의 글를 읽고, 표지를 넘기면 바로 나오는 책날개의 모든 글자를 읽고, 그다음 공백으로 나오는 빈 책장을 넘기고, 다시 등장하는 제목과 속표지들도 의식을 행하듯 천천히 넘기는 것이 나의 습관이다. 이번에도 그렇게 몇 장을 넘기며 읽고 있는데 프롤로그 두 번째 페이지에서 내가 좋아하는 성구 ‘풀밭을 적시는 소낙비’를 연상시키는 문구가 등장했다. 그냥 빠져들었다. - 내가 느끼는 죽음은 마른 대지를 적시는 소낙비나 조용히 떨어지는 단풍잎이에요. p7 - 머리는 자기 것이지만 생각은 남의 것이니 문제지. p30 -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이 지혜의 출발이지. p82 - 정확..

메멘토 모리 / 이어령

메멘토 모리 - 너 두고 나 절대 안 죽어 – 이어령 지음 / 김태완 엮음 메멘토 모리는 이어령 선생의 별세 소식을 접하고, 바로 구입한 책이다. 투병 생활 중에 그의 생각을 단답 형식으로 정리하여 엮었다고 한다. 다음의 질문에 나는 어떤 답을 할 수 있을지... 질문 1, 하나님의 존재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요? 질문 2, 하나님은 왜 자신의 존재를 똑똑히 드러내지 않을까요? 질문 3, 하나님은 우주 만물의 창조주라는데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습니까? 질문 4, 생물학자들은 인간도 오랜 진화의 산물이라고 하는데 신의 인간 창조와 어떻게 다른가요? 인간도 생물도 모두 진화의 산물 아닌가요? 질문 5, 언젠가 생명합성과 무병장수의 시대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처럼 과학이 끝없이 발달하면 신의 존재도 부인..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 이어령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 이어령 하나님, 나는 당신의 제단에 꽃 한 송이 촛불 하나도 올린 적이 없으니 날 기억하지 못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 모든 사람이 잠든 깊은 밤에는 당신의 낮은 숨소리를 듣습니다. 그리고 너무 적적할 때 아주 가끔 당신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리기도 합니다. 사람은 별을 볼 수는 있어도 그것을 만들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별 사탕이나 혹은 풍선을 만들 수는 있지만 그렇게 높이 날아갈 수는 없습니다. 너무 얇아서 작은 바람에도 찢기고 마는 까닭입니다. 바람개비를 만들 수는 있어도 바람이 불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습니다. 보셨지요. 하나님 바람이 불 때를 기다리다가 풍선을 손에 든 채로 잠든 유원지의 아이들 말입니다 어떻게 저 많은 별들을 만드셨습니까? 하나님, 그리고 저 ..

지성에서 영성으로 / 이어령

지성에서 영성으로 : 이어령지음 이 책의 처음 부분인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1’을 읽을 때 마음이 울컥해졌습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페이지를 넘기면서 여러 번에 걸쳐 눈물이 눈꺼풀을 적셨습니다. ‘...이다.’ 라고 끝나는 문장과 ‘...입니다.’ 로 끝나는 문장은 확실히 차이가 있습니다. ‘...입니다.’의 문장으로 쓰여진 이 책을 계속 읽어가다 보니 날카로운 이성이 무장을 해제해 버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음이 순화되면서 깊은 철학의 내용도 왠지 부드럽게 느껴졌습니다. 글쎄... 조금은 서툴어 보이지만... 조금은 붓의 힘이 없어 보이지만... 갈급함이 있었습니다. 인간이라는 고독 속에서... 영혼의 갈증으로 허덕이는 그 갈급함은... 또한 나의 것이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어느 순간은 크리스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