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을 열며 -
인생이라는 선상에서 보면, 삶의 정점을 통과하여 노년이라는 내리막길을 마주하고 있는 지점에 지금 내가 서 있다. 노인이 되려면 누구나 예외 없이 거쳐 가야 하는 지점이다. 이 지점을 나이라는 숫자로 표현한다면 몇 살이나 될까. 우리나라 노인복지법은 65세를 노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노인의 정의와 연령이 제도적으로는 그렇게 명시되어 있지만 각 사람마다 정서적으로 받아들이는 강도는 다를 것이다. 지금의 나를 대입해 보면 알 수 있다. 한해만 더 살면 노인의 범주 안으로 들어가지만 아직은 ‘노인’이라는 호칭이 어색하기만 하다. 그 느낌이 완전하게 다가오지 않고 공감되지도 않는다. 어쩌다가 노인 대접을 받게 되면 서운함마저 느껴진다.
여러 가지 이유로 노인이나 노년기라는 직접적인 단어 대신 시니어 시티즌(senior citizen), 시니어, 실버세대 등 우회적인 단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도 시니어라는 단어를 사용해 보려 한다. 사실 60대 중반이 지나면 실제적으로 시니어의 삶이 시작된다고 해도 괜찮을 것 같다. 여러 가지 정황상 무리가 없어 보인다. 그냥 정서적으로 적당하다는 느낌이 든다. 아니다. 단어나 나이에 연연하여 이러쿵저러쿵 감정을 소모할 필요는 없다. 시니어면 어떻고 노인이면 어떠하랴. 나이 들면서 육신이 힘을 잃어가는 노화의 과정을 막을 수는 없지 않은가. 결국에는 나도 노인이라고 불릴 것이고, 노년기의 삶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니 주눅 들지 말고 건강하고 즐겁게 살아보자는 것이 나의 주장이다.
노년의 시기를 잘 맞이하고 싶다. 지금을 어떻게 살아내야만 나이 들어 잘 늙어갈 수 있을까. 바로 이러한 기대와 소망을 담아 틈틈이 써놓았던 글들을 모아 전자책 <시니어진입기>로 엮었다. <시니어진입기>는 <갱년기수첩>에 이어 그 후속으로 펴내는 몸과 마음의 건강 관련 수필집이다. 노년기를 향해 가는 동안 한해 한해 달라지는 몸과 마음의 변화를 친구에게 그리고 조카에게 이야기하듯 써 내려갔다. 그렇게 모아진 여러 편의 기록들을 일기장을 펼쳐놓고 읽어나가듯 진솔한 마음으로 정리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지난 삶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었고, 동시에 앞으로의 삶을 예측해 볼 수 있어서 보람 있었다.
본문인 Wellaging 부분에서는 이랬다저랬다 하는 마음의 여정을 나이별로 나열했다. 특별한 의미를 두고 나이를 구분해 놓은 것은 아니다. 나이가 주는 감정의 변화를 직접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다. 생경스럽기는 하지만 나의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표시하고 싶었다. 첫 글을 57세의 나이로 시작하는 것도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갱년기의 연장선이라는 의미 정도로 받아들이면 좋겠다. 다음에 이어지는 이야기들도 마찬가지다. 미래를 향한 욕심이 줄어들기도 하지만 현재에 관한 불안이 더 커가고 있는 시기에 당면하는 주제들이다. 가볍게 읽으면 된다. 노년의 삶이라고 말하기엔 아직 젊고, 장년의 시기라고 주장하기는 뭔가 좀 자신이 없는, 바로 그 시기에 사는 우리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읽는 시간이 그런대로 아깝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글을 연다.
2019. 05. 01. 영태리에서 한 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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