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tory In His Hand/Minimal Life(2025~ )

소녀 같다

truehjh 2026. 9. 26. 10:22

 

가을이 성큼 다가오기도 전에 홀로 지친 기다림은 눈물이 되어 흘러 내린다. 가슴이 싸하게 저려오도록 외로운 눈물이다. 간절히 바랐음에도 불구하고 안 될 것은 안 되는 현실과 마주한다. 옳다고 믿었던 신념들이 그 빛을 발하기 전에 퇴색되고, 기대했던 변화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그 어떤 희망도 느낄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아무런 기대가 없는 삶, 아무도 기댈 수 없는 삶이 되고 만다. 기대도 하지 않고, 기대지도 않는 삶이야말로 진정으로 외로운 삶이다.

 

젊어서 어느 정도 나를 지탱할 힘이 남아 있을 때까지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에 크게 몰입되지 않았었다. 오히려 인간이란 실존적으로 외로운 존재라는 명제를 일찍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 고독에 대한 연민마저 품고 살았다. 내 감정적인 외로움을 고독으로 승화시키려는 의지가 컸다. 하지만 나이가 드니 그것이 어려워진다. 최근에는 의지보다 감정이 선행하여 외로움이라는 감정에 휘둘리고 있다. 그 누구도 해결해 줄 수 없는 허망한 감정이다.

 

이런 감정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도 서글픈데, 이곳저곳에서 들은 ‘소녀 같다’라는 말 때문에 열받아서(?) 얼마간 마음이 상해 있었다. 특히 소녀 같다라는 말은 70세가 넘은 노인이 들을 말은 아닌 것 같아서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분명코 좋은 의미로 말했을 것이고 칭찬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분위기지만, 내가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아서 세상을 모른다는 소리로 들린다. 순수하고 호기심이 많다는 의미의 말이라 하더라도 여러 번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몹시 불편하다.

 

거기다가, 생각할수록 이성보다 기분이 앞서 나가서 왜곡된 반성을 하게 된다. 내가 철이 없게 행동한다는 건가, 인생 경험이 미숙하다는 건가, 아니면 무뚝뚝한 분위기를 못 참아 부드러운 말 한마디를 먼저 꺼내곤 하는 습관이, 가라앉아 있는 관계를 못 참아 상냥한 언어로 말을 건네곤 하는 습관이, 그리고 사람 사건 사물에 대한 호기심 천국 감성을 드러내곤 하는 습관이 그렇게 보도록 만드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삶의 근간을 흔드는 사랑 한번 못 해 보아서 나타나는 모습이라고 은근슬쩍 비난하는 말인가.

 

왜 소녀 같다고 할까. 70세가 넘은 할머니에게 소녀 같다는 말이 어울리는가. 그냥 ‘너답다’, ‘한정희답다’라고 해주면 좋겠다. '그리스도인답다, 예수쟁이 같다'라는 말을 들으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만 말이다. 그것이 안 된다면 소녀 같다는 말을 듣고도 무념무상의 상태로 지나갈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나에게 생겼으면 좋겠다. 외로움에 질식하지 않는 한 나의 삶은 이어질 터이고, 나는 나의 삶에 대하여 용감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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