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Humanity/장애해방

[장애해방] 아직은 그늘막이 필요한 사회

truehjh 2025. 11. 25. 09:16

 

나는 남동생의 보호 아래 살고 있다고 늘 말한다. 현실적인 문제로도 여러 가지 도움을 받고 산다고도 말한다. 물론 사실이다. 그러나 내가 남자 형제들에게 의존하여 산다고 말하곤 하는 것은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하다. 내가 말하지 않았던 진짜 이유는, 나에게도 진정한 울타리가 있음을 드러내놓고 알리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하면 갈대 지팡이 같은 남자들의 시선으로부터 피해 가기 위한 방어벽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그것은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내가 이 사회에서 안전하게 살아가기 위해 선택한 방식이었다우리 사회에서 싱글의 상태로 살아가는 여자들은 절대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말일 것이다. 경험해 보아야 알고 경험해 보지 않으면 모를 것이라는 말은 야박한 말이기는 하다. 그러나 아파보지 않은 사람들은 아픈 사람을 피상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뿐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결혼하고 사는 사람들은 대한민국에서 미혼장애여성으로 청장년의 시기를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얼토당토 않은 수모를 겪어야 하는 현실인지 모를 것이다.

 

이러한 이상한 사회에서 내가 강력한 남자 형제들의 보호 아래 있다는 것을 드러내고 생활함으로써 지금까지는 어느 정도 안전하게 피하며 살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젠 어느 정도 그런 시선에서 벗어날 나이가 되었다고 판단되어서 남동생의 그늘을 벗어났다. 그런데 말이다. 아직 나는 자유롭지 못하다. 혼자 사는 것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서 위축되어 숨어들곤 한다. 노출되는 것이 극도로 두려워지는 때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순간순간 막강한 그늘의 필요성을 느낀다. 언제쯤 되어야 자유로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