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일은 총회가 제정한 ‘장애인 주일’이었다. 주일 설교의 성경 본문은 요한복음 9장 3절이었는데, 내가 아주 좋아하는 성경 구절이다. 예수님께서 길을 가시다가 날 때부터 맹인된 사람을 만났다. 제자들은 '랍비여 이 사람이 맹인으로 태어난 것이 누구의 죄로 인함이니이까 자기니이까 그의 부모니이까.'라고 물었다.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이 사람이나 그의 부모의 죄로 인한 것이 아니라
그에게서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나타내고자 하심이라
- 요한복음 9장 3절 -
"그에게서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나타내고자 하심이라"고 하신 예수님의 선포는 2,000년 전의 그 사람에게 뿐만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나에게도 자유를 주셨다. 장애인 당사자 죄의 결과도 아니고 그 부모 죄의 결과도 아니란다. 그리고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나타내기 위해서란다. 이 얼마나 위로의 말씀인가. 아주 어렸을 적에 이 성경 구절을 들었던 나는 그렇게 자유를 얻었다.
그런데 마음 한편에서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에게서 나타내고자 하시는 하나님의 일은 무엇일까? 늘 그것이 궁금했다. 자의식이 생기면서 그것은 소명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의 소명을 찾아 엄청나게 헤매고 다녔다. 벽에 부딪칠 때마다 울부짖고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부서졌다. 소명을 알아내기 위해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했다. 그러나 끝내 소명은 나에게 다가오지 않았다.
모든 방황과 연단을 거친 후에야 비로소 어슴푸레하게 알게 되었다.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나타내는 것은 하나님의 소관이므로, 내가 찾아 나선다고 알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 당시 예수님을 만났던 그 사람처럼 나는 그냥 예수님과 대면해야 했다. 그리고 예수님이 하라는 대로 행동하고 그 증인이 되어야 했다. 그런데 나는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알아내려고만 했다. 아주 오랜 세월 동안 그랬다. 내가 너무 무모했다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늦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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