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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저는 제 주장을 거두어들이고 (욥기 42 : 6)

truehjh 2021. 6. 15. 11:56

 

이전에 나는 자주 욥의 주장에 동의하곤 했다.

 

- (욥기 30:19)

하나님이 나를 진흙 속에 던지시니,

내가 진흙이나 쓰레기보다 나을 것이 없다.

 

이렇게 욥이 마지막으로 자기를 변론한 후,

그다음 다음에 주께서 욥에게 폭풍이 몰아치는 가운데서 대답하셨다.

 

- (욥기 40:1~5)

주께서 또 욥에게 말씀하셨다.

 

전능한 하나님과 다투는 욥아,

네가 나를 꾸짖을 셈이냐?

네가 나를 비난하니,

어디, 나에게 대답해 보아라.

 

그 때에 욥이 주께 대답하였다.

 

저는 비천한 사람입니다.

제가 무엇이라고 감히 주님께 대답할 수 있겠습니까?

다만 손으로 입을 막을 뿐입니다.

이미 말을 너무 많이 했습니다.

더 할 말이 없습니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이다.

 

- (욥기 42: 6)

그러므로 저는 제 주장을 거두어들이고,

티끌과 잿더미 위에 앉아서 회개합니다.

 

결국은 ‘저는 비천한 사람입니다. 제가 무엇이라고...’라는 결론에 도달하면서 허무와 무의미로 인한 무능력감에 빠져 자꾸 허우적댈 수밖에 없었다.

 

가끔은 내가 너무 일찍 인생에 대한 호기심을 멈추고 무감한 일상으로 돌아와 버린 것은 아닌가 하고 반성을 한다. 사실 나는 치열한 삶을 개척하며 사는 사람은 아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많은 ‘거절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서 무지하게 수동적이고 포기가 아주 빠르다. 하고 싶다고 다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아 알고 있다. 나는 부끄러운 관망자일 뿐이라고 여기며 산다. 어찌 보면 위험한 희망이 싹틀까 봐 불안에 떠는 그런 유의 사람일 수도 있다. 그래서 오롯이 '나'일 수 있는 시간을 즐기며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루하루 살아감의 의미는 무엇일까. 살아감이란 나의 통제 너머에 있는 것들을 새롭게 해석하고 새롭게 만들어내야 하는 여정(journey)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는 것이다. 예측할 수 없는 인생길에서 수많은 난관을 만날 때마다 나의 통제를 넘어서 있는 것이라고 낙담하거나 좌절한다면 살아감, 즉 나의 인생 여정은 비참할 뿐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희망을 찾아내기 위한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이러한 용기와 결단을 스스로 작동시키지 않고 계속 수동적으로 살아간다면 만족과 감사를 찾을 수 없다. 매 순간 쓰러지더라도 다시 일어섬을 거듭하며 살아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본향을 향해 걸어가는 순례자의 자세다. 그리하여야만 지나온 삶을 뒤돌아보면서,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였다고 용감하게 말할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