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같이/Minimal Life

[영태리집] 버리기(1) - 요리책과 시집

truehjh 2023. 2. 21. 14:32

올해는 소유물의 1/3 버리기가 목표다. 10년 전쯤에도 비우고 버리기를 목표로 삼은 적이 있다. 그때는 정신적인 욕망들을 비워내는 것 위주였다면, 이번에는 사물들 특히 책이나 옷, 그 밖의 잡동사니를 버리고 비우려 한다. 가구나 의복과 살림 도구는 최소한으로 가능하게 남겨 놓을 것이다. 이 목표는 마지막 집으로 가기 위한 준비 중의 하나다. 마지막 집이란 엄밀한 의미에서 나의 의지가 작용할 때 선택할 수 있는 집이다. 그때가 언제가 될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보다는 훨씬 작은 규모의 집일 것이다. 공간이 넓으면 숨통이 트여 좋겠으나 현재 나의 경제 상황에 맞추려면 넓은 공간을 고집할 수는 없는 형편이다.

 

1/3 버리기의 첫번째 타자(?)는 요리책!

24살의 나이에 망원동에서 주영약국을 개설하고,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운영하던 시절... 나의 의지가 아닌, 전집 출판사 직원이었던 단골손님의 강요 아닌 강요에 의해 엄청난 전집들을 구입했었다. 그중에 컬러판 요리책은 가장 값비싼 책 중의 하나였다. 하드커버에 책덮개까지 장착하고, 유명 요리사의 요리 과정 사진 컷이 여러장 등장하여 한 장씩 따로 분리해서 볼 수 있는 편리함까지 갖추었으니, 그 당시만 해도 소장 가치가 꽤 인정되었던 책이다.

 

내가, 부티나는 요리 관련 도서를 40여년간 간직하고 있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먹거리나 요리에 관심과 소질이 별로 없는 나에게 요리책이 언젠가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때문이었다. 그런데 막상 필요할 때 살펴보니 전혀 도움이 안 되기도 하거니와 요즘은 인터넷을 뒤지면 쉽게 요리할 수 있는 레시피들이 넘쳐나서 굳이 공간을 차지하는 요리책들을 소지하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버리기로!!

 

두번째 타자(?)는 시집...

나는 시집에 대한 애착은 별로 없다. 필요에 의해 구입했다가도 책꽂이를 정리할 때면 1순위로 버리곤 했다. 그러나 1969년부터 받은 시집 몇 권을 버리지 못했던 이유는 선물로 준 사람들의 이름과 사연이 적혀있어서였다. 이제 친구들의 시집 두 권만 남겨놓고, 과감히 버리기로 했다. 그들의 이름이 아니고 나의 기억을!!

 

마음이 동할 때마다 책꽂이 정리를 핑계로 버리곤 했기 때문에 아직도 남아있는 책 대부분은 사연이 있는 책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책의 1/3을 올해엔 꼭 버리리라~~~

 

그리고...

이 다짐을 현실화 시키기 위해 이참에 현대판 구루마(?) 카트도 하나 구입했다. 무거운 책들을 혼자서 들고 나가기가 버거우니 도구의 도움도 받고,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인간임을 증명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