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핫하게 회자하던 드라마 <모자무싸(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가 어제저녁으로 마지막 회를 장식했다. 행복한 결말을 내준 작가의 시선에 경의를 표한다.
기억나는 장면 하나를 먼저 소개한다. 단칸방에서 살고 있는 시인인 형과 영화감독인 동생이 빈약한 밥상을 마주하고 앉아서 질문한다. 인간은 무엇이냐고! 인간의 목적은 무엇이냐고! 시인은 '무엇을 해 내기 전에 먼저 존재하는 것이 인간(human being)'이라고 입으로 퉁명하게 말한다. '가치 있기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 것이 인간(human doing)'이라고 몸으로 외치는 시인의 동생은 웃기는 것이 인간의 목적이란다. 하지만 그들은 다투지 않는다. 맞다라고 인정한다. 거기에서 깊은 형제애와 인간적 유대감이 느껴졌다.
지금도 ‘형의 코 고는 소리를 들어야 안심하고 잠을 이룰 수 있다’라고 말하는 동생의 눈물 어린 독백이 귀에 맴돈다. 저마다 깊은 상실과 결핍을 경험한 등장인물들이지만 서로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잘못했다고 말하고, 용서하고 용서받으며 서로 안아주면서, 손을 잡고 함께 걸어가는 삶을 그린 드라마다. 따스한 눈빛으로 인간의 삶을 배려하고 응원하는 작가가 있어 고맙다. 인간에 대한 그의 태도가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드라마의 주제와는 좀 다르지만, 늙음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나의 상황을 드라마 제목에 얹어서 말해 보고 싶어서 글을 시작했다. 즉,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라는 제목을 빌어와서 표현해 보자면, ‘나는 나이 들어감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나는 노년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나는 나이듦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등등이다.
그러나 이런 표현은 어쩌면 늙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무효능감, 쓸모없음이라는 함정에 빠져 있다는 고백인지도 모른다. 나도 늙음에 대한 따스한 시선으로 더 나이 들어갈 수 있을까? 드라마의 결말대로라면, 나이 들어가는 스토리라도 행복한 결말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따스한 온기와 다정함을 나누어 줄 수 있고, 웃음을 안겨 줄 수 있고, 미안하다고 말할 수 있고, 잘못했다고 말할 수 있고, 용서할 수 있고, 안아줄 수 있는 노년의 삶 말이다. 그리고 그러한 상상이 나이 들어가는 선상에서의 오늘 하루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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