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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 속초(3) - 카드 분실

2025.04.25.금(2) 통일전망대 뒤편으로 내려가 보았다. 똑같은 장면의 연속이지만 좌우고저의 시각에 따라 색과 형체가 시시각각 변화하는데 그것마저 아름다워 보였다. 이제 이곳의 풍경을 또다시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더욱 나를 감상적으로 만드는 것 같다. 그래서 더 유심히, 아니 더 천천히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주차장으로 내려갈 때는 왔던 길 말고 다른 길을 택했다. 역시 계단이었지만 조금 완만하다. 이제 마지막 코스가 급경사로 올라왔던 그 길을 내려가야 한다. 보조기 발목이 꺾이지 않는 각도라서 앞으로는 도저히 내려갈 수가 없어서 도토리의 손을 잡고 뒤돌아섰다. 물론 그녀가 내 뒤와 주변을 지켜보는 가운데 하는 뒷걸음질이었다. 외국 사람들은 무심히 지나가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뒤로 내..

202504 속초(2) - 고성 통일전망대

2025.04.25.금(1) 숙소에서 내다본 아침 풍경이다. 7시 반 조식을 위해 조금 서둘렀다. 미리 예약해 놓은 조식부페지만 비싼 가격 대비 만족도가 낮은 식사였다. 이름은 부페이면서도 먹은 사람이 접시들을 치워야 하는 구조여서 불편했다. 아침 일정은 고성 통일전망대 방문이다. 속초의 숙소를 나와 동해안을 끼고 고성까지 올라갔다. 전망대를 들어가기 위해서는 등록하고 교육을 받아야 한단다. 등록 시에는 방문자 모두의 신원증명서가 필요하다. 나는 신청하러 가는 도토리에게 운전면허증과 장애인등록증을 주었다. 우리 가족 네 명은 다 같이 안보교육관에 가서 다른 사람들과 같이 교육을 잠깐 받고, 10여 km를 차로 이동해서 통일 전망대 주차장에 이르렀다. 차에서 내려 전망대로 올라가려는데 길이 만만치 않았..

202504 속초(1) - 출발

속초 여행을 다녀온 지도 한참 되었다. 요즘 컨디션은 여행 떠나기 전보다 훨씬 좋다. 여행하면서 잘 먹고 운동하고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아름다운 자연을 보며 다닌 것이 커다란 도움이 된 것 같다. 다녀오자마자 빨리 정리를 마치려고 했는데 컴퓨터 고장으로 기록이 지체되었다. 지금 여행기를 올리려고 하니 벌써 까마득해진 기분이다. 2025.05.24.(목) 회사에서 조금 일찍 나온 동생 가족들과 함께 영태리 집에서 출발하여 새로 생긴 고속도로로 진입했다. 앞서거나 뒤서는 차가 하나도 없을 정도로 한가한 도로를 달렸다. 날도 좋고 길도 좋고 기분도 좋다. 속초까지는 두 시간 조금 더 걸린다고 하니 멀미 걱정 안 해도 되서 기대가 컸다. 가는 동안 고속도로 휴게소 두 곳에서 내려 잠깐씩 쉬었다. 먼저 수동..

[영태리집] 컴퓨터 고장

얼마전 애착물처럼 사용하던 데스크탑 컴퓨터가 고장났다. 수리를 맡기려고 하니 너무 오래되서 다른 것으로 교체해야 한단다. 할 수 없이 퇴사한 직원이 쓰던 컴퓨터를 조금 손보아 어제 집으로 가지고 왔다. 새로운 컴푸터를 구입하지 않고 상황을 정리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지만, 본체에서 나는 소음이 남아있다는 것 외에는 별 문제가 없으니 이것으로 일단 종료하기로 했다. 열흘 넘게 작업용 컴퓨터가 없는 세상에서 살면서 알게 된 것은 일상에서 남아돌아가는 시간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그 시간이 무료하고 지루하고 심심해서 선택한 것이 삼국지 재독이었다. 그런데 다시 이렇게 커다란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으니, 또다시 시간은 일상의 습관대로 흘러가 마음의 여유가 없다. 삼국지 읽을 시간이 마련되지 않을 것 같아 살짝 ..

오산리 기도원

2025.04.15(화) 이번 일대일 성경공부는 오산리 기도원 안에 있는 카페에서 하기로 했다. 기도원 근처를 지나가 보긴 했지만 직접 안으로 들어가보기는 처음이다. 양육자 권사님이 운전하고 가셨는데, 그 차 앞유리에 매달려 있는 나무 십자가가 익숙하게 눈에 들어왔다. 우리 집에 있는 예수원 십자가와 닮은 꼴이어서다. 아주 작은 나무 십자가 하나를 통해 서로가 지나간 삶의 한 부분으로 저항없이 관통해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 참 신기했다. 오래 기다려야 하는 것이 흠이긴 하지만 착한 가격(9,900원)에 스파게티와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것이 카페 아리아1968의 장점이다. 성경말씀을 나누고, 수다를 떨고, 벚꽃 구경을 하고, 쭉쭉 뻗어있는 플라타너스 나무와 파란 하늘을 즐기며 봄기운을 만끽하는 하루였다.

비바람 친다 하길래

앞마당 자두나무에 꽃이 만개했다. 그냥 창문 안에서만 보곤했는데, 오후부터 비바람 친다 하길래 얼른 나가서 사진을 찍었다.  올봄 역시 꽃구경 한번 나가지 않았으나, 집 주변에 피어있는 꽃을 자세히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낄 수 있어서 감사하다. 텃밭농부 남동생은 어제 유실수 몇 구루를 사다가 심었단다. 우리집과 공장 울타리 주변에는 자두나무 네 구루, 밤나무 한 구루, 대추나무 한 구루가 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밤나무와 자두나무 사이에 있던 자두나무 두 구루가 꽃을 피우지 못했다. 그래서 뽑아내고 그 자리에 유실수 묘목 세 구루를 사다가 심었단다. 오늘 나가보니 물을 흠뻑 먹은 땅 위에 가는 가지나 잎파리도 하나 없이 가냘프게 서 있다. 새로 식구가 된 매실나무와 블루베리 묘묙이 잘 자라주기를 바..

[국민주권] 탄핵 선고 결정문

“피청구인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여 이 사건 계엄을 선포함으로써 국가긴급권 남용의 역사를 재현하여 국민을 충격에 빠트리고, 사회·경제·정치·외교 전 분야에 혼란을 야기하였습니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서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을 초월하여 사회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를 위반하였습니다. 군경을 동원하여 국회 등 헌법기관의 권한을 훼손하고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함으로써 헌법수호의 책무를 저버리고 민주공화국의 주권자인 대한국민의 신임을 중대하게 배반하였습니다. 결국 피청구인의 위헌․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행위에 해당합니다. 피청구인의 법 위반행위가 헌법 질서에 미친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

[국민주권] 탄핵 심판 선고일을 하루 앞두고...

탄핵 심판 선고일을 하루 앞에 두고... 오늘은 제주 4,3 희생자 추념일이며,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일을 하루 앞에 두고 있는 날이다. 마음도 복잡하고 머리도 복잡해져서 생각을 정리해 보려 한다. 불법 계엄을 선포한 이래 작금의 정치 행태는 구토를 느낄 만큼 역겨운 상황이다. 진실을 조작하고 말을 비트는 일은 다반사이고, 신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폭력을 휘두르고 있는데도 교묘하게 정당화하고 있고, 여기에 편향된 종교까지 앞장서서 민중을 호도하고 있다. 결국 대중은 양극화되어 서로를 원수 대하듯이 하고 있으니 언제까지 이러한 불행이 이어질 것인지 너무 걱정스럽다.  도데체 왜 이런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일까. 계엄발표 후 탄핵 심판의 과정을 거치면서 이번 정부뿐만 아니라 지난 정부의 ..

[2025 중국 상하이] 후기

2025.03.20. 후기 이번에도 방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다시 집에 도착해 방으로 들어가는 순간까지 도움을 받으며 하는 여행이었다. 동생가족이 먹여주고, 재워주고, 부축해주고, 보호해주는 여행이라 가능했다. 나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는 여행이다.  중국은 IT산업이 아주 많이 발전된 듯하다. 음식, 이동, 생필품 거래 등 실생활 면에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음을 경험하면서 놀랐다. 최근에 과학기술의 발전이 엄청나게 성장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실제로 느껴지니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러니 AI나 로봇 분야의 발전은 어떨지 궁금할 정도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또 하나 특이한 점은 곳곳에 스타벅스가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커피 체인점이 있는데도 많은 사람이 스타벅스를 이용하고 있었다. 여행객의 눈에만..

[2025 중국 상하이] 푸둥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2025.03.10.월. 오전 5시 기상해서 가방을 정리하고, 6시 15분 출발하는 셔틀버스를 탔다.  20분 후 공항 2터미널에서 내렸다. 아시아나 직원이 짐을 부치고 있는 남동생에게 책을 가져다준다. 동생이 상하이행 비행기에서 한강 작가의 노벨 수상작을 읽다가 잊어버리고 그냥 내렸는데, 인천행 체크인을 하면서 돌려받은 것이다. 아시아나 다이아몬드회원 덕을 본 것 같다. 어째거나 요즘 서비스시스템은 놀랄만하다.  푸동공항에서 동생 부부는 라운지로 가고, 도토리와 나는 게이트로 향했다. 가면서 도토리는 커피와 도넛 하나를 샀다. 나는 기내식으로 조식을 해결하기로 했다. 8시 탑승하여 시간이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기내식이 나왔다. 그리고 잠시 뒤 인천공항에 착륙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도토리는 짐을 ..

[2025 중국 상하이] 상하이 도심

2025.03.09.일(3) 특이하게도 상하이 도심은 스타벅스가 많다. 어디를 가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스타벅스보다 싸고 맛도 괜찮은 루이신 커피는 중국브랜드란다. 동방명주 바로 건너편에는 루이신 커피 카페가 있다. 카페의 통창 앞에 앉으면 동방명주에 갖가지 색의 네온불이 켜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불이 켜지는 시간이 가까웠기 때문에 좋은 자리는 없었다. 중앙에 앉아서 기다리기로 했다. 잠시 기다리는 틈을 타서 화장실에 먼저 갔는데, 휴지를 뽑는 기계가 익숙하지 않아 한참 당황했다. 손을 대면 감지하여 휴지 한 장이 나오는 구조인데 몰랐다. 급발진하는 문명의 사회환경에 적응하려면 똑똑하고 눈치도 빨라야 한다.  카페에서 나오니 거리와 동방명주에 불리 켜지고 있다. 광장같이 넓은 육..

드라마 - 폭삭 속았수다

폭싹 속았수다 좋은 드라마가 나왔다는 친구들의 말을 듣고, 나도 넷플릭스에 들어가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정말 고생하셨습니다)>를 찾아보았다. 보기 시작한 첫날에 앉은 자리에서 네 편을 끝내버렸다. 그리고 에피소드가 새로 공개되는 금요일 오후를 기다리다가, 호로록 네 편을 다 보고서야 허리 아프다고 하며 컴 앞에서 물러서곤 했다. 그렇게 열정적으로 보던 드라마 시청은 어제로 막을 내렸고 나는 뭔가 가슴에 찡하게 남아있는 감정을 글로 써보려 하는데, 아마도 그 감상을 다 표현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 우선 생각나는 대로 적기로 했다. 폭싹 속았수다>에서 전개되는 16편의 드라마 속에는 누구에게나 일어날법한 에피소드들로 가득 차 있다. 특히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시대적 이..

[2025 중국 상하이] 스타벅스와 예원

2025.03.09.일(2) 난징동루 끝자락에서 다시 택시를 타고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크다는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매장으로 갔다. 크고 화려한 인테리어와 커피바, 원두 로스팅 과정을 눈으로 볼 수 있는 곳에서 비싼 커피(78위안, 16,000원 정도)를 마셨다. 비싼 커피가 맛있는 건지는 모르겠다. 그냥 흥이다.  외국 각 도시의 이름이 새겨진 스타벅스 텀블러를 모으는 것이 취미인 동생 가족은 특이한 텀블러가 있다며 구경하다가 또 하나를 구입했단다. 우리는 주문한 커피를 마시면서 놀다가, 갑자기 예원 입장 시간이 궁금해져서 점검해 보니 4시까지란다. 그 바람에 급히 나와 예원으로 갔다. 예원은 효심 깊은 아들이 아버지를 위해 만든 정원이다.  예원 입구와 근처는 독특한 건물 양식으로 지어진 집들이 ..

[2025 중국 상하이] 난징동루

2025.03.09.일(1) 걱정을 안고 눈을 떴다. 살살 다리를 움직여 보았다. 고관절 통증은 여전한데 마비감은 어제 저녁보다 덜한 것 같다. 침대에서 보조기를 신는데 허리를 구부릴 수 없어 10분 이상 애를 썼다. 겨우 양말을 신고 보조기를 신고 일어났다.  조식은 서브웨이 샌드위치다. 호텔 근처에 있는 서브웨이에서 샌드위치 하나를 사다가 도토리와 둘이 나누어 먹었다. 나는 처음 먹어보는 브랜드다. 그렇지 않아도 그 맛이 궁금했었는데 맛있게 잘 먹었다. 오늘은 이 호텔에서 체크아웃해야 한다. 공항 가까운 곳에 위치한 호텔에서 오늘 밤 숙박하기로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짐을 다 싸 놓고, 예배드릴 준비를 하고, 의자에 앉아 9시 30분 동영상 예배를 드렸다. 11시에 캐리어들은 호텔에 맡겨놓고 가볍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