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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일본여행(2024)] 푸른 연못

2024.06.18.화(3) 푸른 연못 패치워크를 지나 푸른 연못으로 가다가 점심식사를 했다. 점심 메뉴는 새우함박스테이크다. 음식점 입구에서부터 새우 튀긴 기름 냄새가 심하게 났다. 오늘 점심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 점심을 먹고 나와 버스를 기다리면서 길거리 풍경을 감상. 점심 식사 후에 푸른 연못으로 향해 갔다. 주차장에서 잠깐 경사길을 올라가면 오른쪽으로 푸른 호수가 보인다는데 그 길로 진입하지 않고 큰길을 따라 끝까지 갔다. 약 500m거리다. 길 끝부분에 이르러서 탄성을 지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호수를 보자마자 아름다운 호수 색에 반해버릴 정도였다. 청푸른 빛의 신비로운 호수 푸른 연못이었다. 비에이의 푸른 연못 '아오이케'는 1988년 화산의 분화를 대비해 만들어둔 둑에 물이 고여 만들어진 ..

[세 번째 일본여행(2024)] 패치워크

2024.06.18.화(2) 패치워크 위에서 내려다보면 천을 모아 놓은 듯한 모습의 들판이 이어진다. 수많은 언덕에 심어진 감자, 옥수수, 밀 등의 작물이 서로 다른 톤의 색깔로 이어져 있어 마치 패치워크를 한 것처럼 보인다고 하여 패치워크의 길이라 부른단다. 들판을 지나고 언덕을 넘을 때마다 새로운 경관이 펼쳐진다. 색깔이 다르고, 높이가 다르고, 바람에 일렁이는 결이 달라 새롭다.  군데군데 키 큰 나무들이 서 있는데 관광객을 위해 이름을 붙인 것 같다. 켄과 메리의 나무를 지나고 또 무슨무슨 이름의 나무를 지나 세븐스타나무 근처에서 내렸다. 마일드세븐 언덕이라고도 한단다.

[세 번째 일본여행(2024)] 자작나무 숲과 탁신관

2024.06.18.화(1) 자작나무 숲 후라노의 호텔에서 조식을 마치고 비베이로 이동.  탁신관에 도착해서 먼저 자작나무 숲길을 걸으며 신선한 공기를 즐겼다.  탁신관은 비에이 풍경이 전시된 사진갤러리다. 마에다 신조가 1987년에 폐교된 초등학교 체육관을 수리해서 오픈했다고 한다. 오픈시간에 맞추어 입장해서 아름다운 사진들을 감상했다. 그중에서도 눈덮힌 그곳의 풍경이 눈에 남는다.

[세 번째 일본여행(2024)] 닝구르 테라스

2024.06.17.월(3) 닝구르 테라스 팜토미타 농원에서 나와 요정들의 마을이라는 닝구르 테라스 공방촌으로 갔다. 통나무집 컨셉의 공예품 판매점과 공방 카페로 이루어진 숲속을 걸어서 반 바퀴 돌았다. 요정처럼 작은 통나무집 가게들 안에서는 온화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첫날 저녁의 숙소는 라비스타 후라노 힐즈 호텔이다. 호텔로 들어갔다가 짐을 먼저 내려놓고, 식사하러 다시 걸어 나올 예정이란다. 다리가 불편한 사람은 저녁 식사할 음식점 앞에서 미리 내려주겠다는 가이드의 배려가 있었다. 세 명이 내렸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돌아올 때까지 길에서 기다렸다. 식구들과 만나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저녁은 샤브샤브다. 저녁 식사 후 길거리 풍경을 즐기며 호텔로 돌아갔다. 우리 형제들은 그대로 헤어지기..

[세 번째 일본여행(2024)] 팜토미타

2024.06.17.월(2) 팜토미타 후라노의 팜토미타 농원에 도착했다. 입장하자마자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줄지어 정렬된 꽃들이 보인다.  여행사에서 나누어준 티켓으로 아이스크림을 교환했다. 평균 나이 67세인 젊은 노인들은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나누어 먹으며 동심으로 돌아가 보았다. 홋카이도는 품질 좋은 우유가 생산되기 때문에 아이스크림이 맛있다고 한다. 1일 1아이스크림하라고 하는데, 나는 몇 입 먹어보고는 포기했다. 느끼한 맛이 메스꺼움을 불러온다.  보랏빛 라벤다가 아직 활짝 피지는 않았다. 하지만 잎과 줄기와 꽃이 어우러져 신비한 색깔을 내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면 꽃대 끝에서 피어나는 꽃의 향기가 바람과 함께 살며시 코로 들어온다. 상쾌한 향이다.  농원 구석구석에서는 다양한 꽃들이 계절에 ..

[세 번째 일본여행(2024)] 출발

3박 4일의 홋가이도 여행을 마치고 지난 목요일 저녁에 돌아왔다. 이틀은 그냥 널브러져 쉰 후에 어제야 비로소 청소도 하고 빨래도 했다. 오늘은 교회도 잘 다녀 왔으니 슬슬 여행기 올리기를 시작해 볼까? 2024.06.17.월(1) 출발 막내아우는 어제 주일 예배를 드리고, 오후에 캐리어를 끌고 파주로 왔다. 원래 3박 4일의 여행 일정이지만 그녀로서는 4박 5일의 짐을 싸야 했을 것이다. 나는 남동생 가족과 함께 운정역으로 마중을 나갔다. 약속한 시간에 그녀를 만나 다함께 이태리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그녀는 우리 집으로 와서 1박을 했다. 우리는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를 마쳤다. 아침 6시에 남동생이 데리러 와서 같이 차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갔다. 공항은 여름휴가 때 만큼이나 복잡했다. ..

[세 번째 일본여행(2024)] 삿포로 여행 준비

2024.06.16. 삿포로 여행 준비 이전부터 이야기가 오가던 삿포로 여행 날짜가 다가왔다. 마음 착한 남동생이 이번 경비를 이미 모두 지불한 상태다. 배당금을 받았다고 늙어가는 형제들에게 크게 한턱 쏘았다는 것인데, 돈이 생겼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특히 두 여인의 칠순 여행이라는 명분까지 세워주었으니. 동생의 마음을 감사하게 받아 잘 다녀오기만 하면 된다.  이번 여행은 형제자매 7인 중에서 사위가 빠진 6인의 여행이 되어서 아쉽긴 하다. 가족여행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하는 말은 ‘형제자매 모두 참석하는 구성으로 얼마나 더 여행할 수 있겠느냐?’다. 나이들어가고 있는 형제들이라서 첫째는 건강이 문제이고, 무리없이 잘 따라 다닐 수 있느냐가 문제다. 물론 환경이 허락하느냐도 문제다.  ..

자가점검(3) - 달라지는 감정

자가점검(3) - 달라지는 감정 근력 감소, 외모의 변화와 결을 같이 하는 노화의 과정에 한몫을 거드는 것은 감정의 변화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감정 말고도, 기본으로 나를 이끌었던 감정이 변화하고 있다. 전에는 슬픔이 주 감정이었다면 지금은 간헐적인 슬픔과 기쁨, 서운함과 고마움의 뒤섞인 감정이 주를 이룬다. 전에는 매사에 호기심 천국이었다면 지금은 만사에 무심해져 가는 낙원이다. 변화되고 있는 감정의 선상에서 나와 애착 관계를 이루고 있던 것들이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애정을 가졌던 사물들도 그렇고 내가 소중하게 여기고 있던 희망이나 꿈마저 그렇다. 감정이 이성의 지배하에서 적당히 조절되고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할 때다.  중요했던 감정들이 시시해지고 있고, 시시했던 감정들이 나를 움직이고 있다. ..

[토픽2수업] 선생님이라는 호칭

선생님이라는 호칭 마지막 자원봉사 기회라 생각하고 시작한 토픽2 시험을 위한 쓰기 수업이 1년 3개월 만에 마무리되었다. 모든  수업은 장애여성학교에서 몇 학기 강의할 때의 교안과 토픽2 쓰기 교재들을 참고해서 만든 커리큘럼으로 진행했고, 5월 마지막 주일 수업을 끝으로 하여 미얀마 학생들에게 선생님이라고 불리우던 기간이 막을 내렸다. 참 즐겁고 의미 있었던 시간이었다.  오래전 글쓰기 지도자 과정을 수료했지만, 외국인에게 글쓰기라는 주제를 가지고 수업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전기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에서 인터넷으로 연결한 수업을 진행하는 것도 어려웠던 점 중의 하나다. 전기가 들어왔다 나갔다를 되풀이하는 상황에서도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이 참 훌륭해 보였고 고마웠다. 나는 최선을 다해서 마지막 수업..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소화불량으로 심각하게 속앓이를 했다. 처음 며칠간은 물조차 넘길 수가 없는 상태였다. 원인을 따져볼 겨를도 없이 그 상황 자체가 덜컹 겁이 나서, 고작 생각해낸 것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이었다. 게을러서인지, 아니면 먼 나라 이야기 같아서인지,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아직 죽음이라는 것이 멀다고 느껴져서인지 지금까지 실행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다가, 엊그제 드디어 실행에 옮겼다.  지난 열흘간 어지럼증으로 인해 일어나지도 못하고, 꿀물과 소금물을 마시며, 꼼짝도 할 수 없이 앓아누웠던 상황이 계기가 되었다. 물론 얼마 전 중환자실로 들어갔다가 회복 과정을 거치고 있는 친구의 상황으로 다시 자극을 받은 것도 사실이지만, 그보다 더 위기감을 느끼게 된 이유는 고독사의 가능성을 무..

기 부족

일주일 내내 어지럼증과 위무력증으로 엄청 고생하다가 오늘 아침에는 정신을 차리고 혈액검사를 받으러 병원에 갔다. 토요일 오전 진료는 9시부터라고 해서장조카의 도움을 받아 시간 맞추어 갔는데,일찍 온 사람들이 많아서 오래 기다려야 했다. 몇 년만에 병원을 방문한 것인가.코로나 백신 맞으러 갔다온 이후 처음 병원행인 것 같다. 나의 게으름을 탓해야 하는 일인지.아니면 이런 것도 감사해야 할 조건인지는 잘 모르겠다. 검사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우선 전정기관에 이상이 있을 수 있다는 소견을 듣고 약을 처방받았다. 결국은 영양부족, 혈부족, 기부족이라는 의미인데방법은 잘 먹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잘 먹어야하는 지를 몰라서 못 먹는 것은 아니다.실제로 먹고 싶은 생각이 1도 없고,위가 뭉쳐있는 것 같아서 먹을..

외로운 식탁

외로운 식탁 며칠 전 아침이다. 침대 위에서 눈을 떴다가 다시 감았다. 눈을 뜨고 있을 수가 없었다. 실눈조차 뜰 수 없을 정도로 천장과 벽면이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어지러웠다. 물 한 모금도 삼키기 어려운 어지럼증이 또 시작되었다. 머리맡 어딘가에 있는 핸드폰을 찾아들 기운도 없는 데다가, 머리를 움직이는 것 역시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물도 마실 수가 없는데 부를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둘째 날엔, 어지러움이 조금씩 가셔서 꿀물과 소금물 몇 숟가락씩 떠 마셨다. 셋째 날에도, 꿀물과 소금물을 마시고, 영양 시럽을 마셨다. 넷째 날, 여행에서 돌아와 오후 늦게 출근한 동생에게 죽 한 그릇 사다 달라고 부탁을 했다. 동생은 ‘배달시켜 먹으면 되지.’라고 하며 나..

자가점검(2) - 달라지는 외모

달라지는 외모 화장실 전등 세 개 중 두 개가 불이 켜지지 않았다. 전등 한 개 나갈 때부터 교체하겠다고 차일 피일 미룬 것이 1년이 다 되었다. 크게 불편하지 않아 그런대로 지내고 있었는데, 얼마전 조카가 와서 전등을 갈아 끼어 주었다. 새 LED 전등으로 교체하니 환한 둥근 달빛 아래 있다가 강열한 태양빛 안으로 옮긴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환한 빛 아래서 화장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았다. 그 전에는 보이지 않던 턱 아래 주름이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거기다가 반백이 되어 있는 머리카락, 이마와 입 주변에 깊게 파인 주름도 자세하게 보였다. 외모에 나타나는 모습으로 늙어있음을 절실하게 느끼는 순간이었다. 눈으로 직접 노화를 확인하게 해주는 지표는 거울에 비친 턱주름의 변화뿐만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