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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5) 기발한 운동 치료

방으로 들어가는 문틀에는 종이공이 매달려 있다. 그 문을 통과하려면 공차기를 열 번 해야 한다. 여자아이는 문 앞에 가만히 앉아서 골똘한 생각에 잠겨 있다. 공차기를 하고 들어갈까, 아니면 그냥 들어갈까. (1960년) 우리 가족은 군목이셨던 아버지의 근무지를 따라 서울에서 논산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현대적인 기술을 갖췄다고 생각하는 서울 큰 병원들에서 소아마비를 고칠 방법을 찾지 못한 아버지는 딸이 가진 장애를 해결하기 위해 엄마와 할머니와는 조금 다른 방법으로 접근하셨습니다. 성장기에 있는 아이에게는 적절한 운동을 시켜야 한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습니다. 지금 되돌아보면 아버지가 딸의 장애에 대하여 접근하는 방법은 남달랐습니다. 감상적인 접근이 아닙니다. 냉정하고 이론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입니다. 아..

(004) 어쩌다 다리가... 쯧쯧쯧...

대문 밖에서 절뚝거리며 놀고 있는 어린아이가 있다. 그 옆을 지나가던 어른이 말한다. “얼굴은 곱게 생겼는데, 어쩌다 다리가... 쯧쯧쯧...” (1959년)네 살 때입니다. 그 당시는 미국에서 들어오는 원조품이 여러 가지 있었다고 합니다. 외할아버지는 병원에서 의료 원조품인 작은 보조기를 어렵게 구해 주셨답니다. 그런데 나는 그 보조기가 얼마나 싫었던지, 얼마 되지 않아 어딘가에다 버리고 왔더랍니다. 하긴 가볍게 팔짝팔짝 뛰어다닐 나이에 무거운 쇠로 만든 보조기를 신어야 한다는 것이 힘겨웠을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때 보조기를 잘 착용했더라면, 나는 더 일찍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을까요? 학교 다닐 때 가족의 손을 붙들고 의지하거나 업혀 다니지 않아도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가정법으로의 상상..

(003) 엉터리 민간요법

증명도 되지 않은 이런저런 주사를 너무 많이 맞은 탓에, 어린아이의 자그만 엉덩이는 성할 날이 없다. 보들보들한 피부가 시퍼런 멍으로 가득해 주사 놓을 곳이 없을 정도다. (1958년) 소아마비로 운동신경이 마비된 나의 왼쪽 다리는 힘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한창 성장해야 할 시기에 치료의 때를 놓치게 될까 봐 노심초사하시던 부모님은 내로라하는 병원의 문을 다 두드려보셨답니다. 그러나 큰 병원에서조차도 특별한 치료 방법을 찾지 못하셨답니다. 낙망하신 부모님은 증명되지 않은 작은 소문들을 의지해 여기저기를 들락거리며 소아마비 치료의 길을 찾아보셨겠지요. 나를 위해 좋다는 방법이 있다면 무엇이든지 해보려고 나서셨다네요. 특히 엄마와 할머니는 왼쪽 다리를 전혀 쓰지 못하여 늘어져 있는 나를 들쳐업고 용하다는 민..

(002) 첫 기억의 잔상

작은아이가 방바닥에 주저앉아 있고, 바로 몇 발자국 앞에는 웃는 얼굴의 할아버지가 서 있다. 할아버지는 그 아이를 향해 오라고 손짓하다가 두 팔을 벌리면서 ‘꼬까... 꼬까...’라고 부른다. (1957년 가을) 내 첫 기억은 할아버지와 관련이 있습니다. 두 돌 지난 아이의 기억을 참이라고 말하기는 어폐가 있을 것 같아서, 누군가의 이야기를 통해 새겨진 잔상이라고 해두려고요. 그 선명한 잔상 속의 작은아이는 바로 나이고, 웃는 얼굴의 할아버지는 나의 할아버지입니다. 할아버지는 두 손을 마주쳤다가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하고 “꼬까... 꼬까...”라고 부르며 나에게 오라고 손짓하셨습니다. 그러나, 팔을 벌리고 웃고 계시는 할아버지께 나는 가까이 다가갈 수가 없었습니다. 왼쪽 다리가 마비된 나는 혼자서는 걸..

도서 - 내려놓음 (이용규)

10월의 마지막 날에 읽은 책 '내인생의 가장 행복한 결심 (이용규 지음)'에 나온 소제목들이다. -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며 미래의 계획을 내려놓는다. - 텅 빈 물질 창고까지 하나님께 내려놓는다. - 생명과 안전에 대한 염려마저 내려놓는다. - 결과를 예상하는 경험과 지식을 내려놓는다. - '죄'와 '판단'의 짐을 내려놓는다. - 명예와 인정받기의 욕구를 내려놓는다. - 사역의 열매를 내려놓는다. ..... 너의 길을 여호와께 맡기라 저를 의지하면 저가 이루시고..... 시편 37 : 5

(001) 원가족

낡은 흑백 돌사진 속의 작은 여자아이는 색동저고리와 치마를 입고 의자에 살짝 걸터앉아 있다. 팔걸이 위에 얹혀있는 왼손은 앙증맞은 아기 손 그대로다. 치마 위에 올려져 있는 오른손에는 작은 책이 쥐어져 있다. 아마도 성경책일 것이다. 오동통한 얼굴의 그 아이는 입을 꼭 다물고서 눈물 머금은 놀란 눈으로 누군가를 바라보고 있는데, 그 앞에서 어르고 있는 사람은 엄마일까? 아버지일까? 아니면 두 분이 함께일까? (1956년 3월 15일 돌사진) 나는 1955년 만물이 소생하는 봄 3월에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 또래 아기들보다 조금 더 통통하고, 조금 더 빨리 앉고, 조금 더 빨리 기고, 조금 더 빨리 걸음마를 띄었던 나를 보고 주변의 사람들은 ‘장군감’이라고 했답니다. 돌사진을 찍은 날은 내가 첫걸음을 떼고..

1부 : 운명의 유년시절 (0~11살)

(0~11살) 운명의 유년 시대 나의 유년 시절의 이야기는 소아마비와 연결된 기억으로 시작하고, 소아마비와 연결된 수술로 이어지고, 소아마비와 연결된 상처로 마무리할 것 같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내 머릿속에 남아있는 아주 어릴 적 기억의 잔상에서 비롯되었을 것이고, 내가 태어나고 자라는 과정을 지켜보신 부모님과 조부모님의 이야기에서 근거를 찾았을 것이다.

긴 그림자의 그대

작년 여름에 하늘나라로 간 친구... 바로 그대가 누워있는 곳에 갔었습니다. 벌써 1년이 훌쩍 지난 오늘이 두 번째의 방문입니다. 산소라는 장소는 너무 공허하고 인위적입니다.그리운 사람을 기억할 수 있는 장소로는 적당한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나는 근본적으로 육체가 쉬고 있는 장소에 대하여 의미를 두고 싶지 않습니다. 함께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던 찻집... 같이 걸었던 거리... 음식을 먹고 잔을 부딪치던 테이블... 연극을 보고 영화를 보던 공간들은 여전히 살아 숨쉬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산소라는 곳은 주검만 있을 뿐... 그대의 흔적을 찾을 수 없으니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그곳에 갔습니다. 살아있는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하여...

My Story In His Hand

My Story In His Hand 지나간 일들을 내 삶이란 하나의 끈으로 이어 놓으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나 자신과 관계되는 모든 사건과 기억들은 우연의 연속에 불과한 것일까? 위의 두 가지 질문을 하면서, 시간의 나열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드러나는 완벽한 그림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저버릴 수 없다. 지금의 나, 그리고 앞으로의 나라는 한 사람으로 빚어지는 과정을 다 적어 놓을 수는 없겠지만 뒤돌아보는 시간을 위하여 기록해 놓으려 한다. 몇 가지의 전승이 모여 하나의 스토리를 이루듯이, 나의 성장 스토리에도 동화 같은 전승(전설)이 필요하다. 기억에 의존하거나 허구로 구성되어도 내가 겪은 진실과 달라지는 것은 없다. 어떤 이야기이든 하나님의 손안에서 전개되고 있다는 기록이 필요하고, 나는 그것..

Biography

Biography 나의 자전적 이야기를 통해, 신체적인 장애가 한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그려보고 싶다. 장애라는 조건이 인간의 성장과 삶에 얼마나 밀접하게 끼어들어 있는지 보여주고 싶다. 장애의 정도가 크든 작든, 심각하든 덜 심각하든 그러한 경중의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장애를 가지고 사는 사람 모두가 그렇다는 것도 아니다. 사회적 장애냐 물리적 장애냐를 따지려는 것도 아니다. 장애라는 현상 자체가 나라는 인간에게 어떤 물리력을 행사했는가의 문제다. 즉 남이 아닌 나 스스로 느꼈던 장애의 파괴력에 관한 이야기가 하고 싶은 것이다. 나의 이야기가 장애를 가지고 사는 사람 모두를 대변할 수는 없다. 나는 단지 장애를 가지고 살아온 나 자신을 대변하기 위해 글을 내놓으려 한다. 한 개인과 그 가족이 장..

영화 - 레이크 하우스

레이크 하우스는 우리나라 영화 시월애를 헐리우드에서 리메이크한 영화란다. 산드라 블럭의 뛰어나지 않으면서... 모자람이 없는... 그 차분한 연기가 맘에 든다. 내가 무지 무지 좋아했던 도스토엡스키란 이름이 등장하고.....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이 흐르고..... 기분이 좋았다. 기다림.............! ! ! 가슴이 시리겠지만... 이 아름다운 계절에 또 다른 기다림을 가슴에 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