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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도토리선생님(13) - 커플링

커플링 어느 날 문득 내 책상 서랍을 열어 본 도토리가 “커플링 잘 보관하고 있어서... 고마워... 고모!”라며 감동된 목소리로 말했다. 서랍 한 귀퉁이에 그냥 놓여있는 작은 반지를 발견한 도토리의 말이었다. 이제 겨우 8년을 넘게 살고 있는 도토리에게 있어서의 추억이란 것은 불과 몇 년간의 세월에 지나지 않을 터이지만 서랍 속에서 우연히 발견한 반지로 인해 지나간 시간에 대한 기억이 새로워졌나 보다. 난 좀 어색해졌다. 그냥 그곳에 놔두었을 뿐이었는데 그렇게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니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몇 달 전 학교에서 돌아온 도토리가 나에게 건네준 것이 작은 반지였다. 그녀의 손에도 똑같이 생긴 반지가 들려 있었다. 무슨 반지인데 나에게 주느냐고 물었더니 단짝 친구끼리 나누어 끼는 커플링이란다. ..

e도토리선생님(10) - 손가락 계산기

손가락 계산기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산수 공부를 하고 있는 도토리의 모습을 보았다. 오동통하고 자그만 손을 앞으로 내놓고, 열개의 손가락들을 번갈아가며 폈다 구부렸다 하면서, 입으로는 숫자를 중얼거리고 있는 아이에게 산수 공부하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수학 공부하고 있단다. 수학 문제를 풀고 있다는 초등학교 1학년생의 설명이 내 귀에는 왠지 익숙하지 않다. 예전에는 중학교에 가서야 수학이라는 과목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산수와 수학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수의 관계를 다루는 대수학 중에서 미지수를 사용하지 않는 단순한 계산법만을 산수라고 하는데, 산수는 하나하나의 사실을 다루는 것에 비해 수학은 일반적인 법칙을 다루는 것이라고 한다. 혹자들은 ‘산수는 셈법의 연장이고, 수학은 수를 이용한 생각의 훈련’..

[2007 몽골의료선교여행] 의료선교여행 준비

1차 의료선교 - 몽골 내가 속해있는 교회의 의료선교팀에서는 년초부터 몽골의료선교 이야기가 시작되더니 이번 여름에 몽골로 의료선교를 떠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그리고 사업차 몽골을 몇 번 다녀온 정열의 다양한 정보접촉으로 인해 드디어 몽골의료선교 준비에 박차가 가해졌다. 몽골을 향한 계획 속에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예수의 이름으로 이웃과 나누려는 숭고한 정신이 담겨있지만 탈레반 납치사건도 있고 해서 마음의 준비는 그 어느 때보다도 잘 해야만 했다. 또한 내가 과연 참여할 수 있을까에 대한 망설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나의 약함으로 인해 팀원들에게 불편함을 주게 될까봐 걱정이 되었고, 몽골의 편이시설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 때문에 걱정이 되었지만 하나님이 내게 주신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누군가를..

Mission&Trip/몽골 2007.08.20

e도토리선생님(9) - 휴... 다행이야...

휴... 다행이야... “고모... 잘 해... 파이팅...” 걷기 대회(?)에 간다고 인사하며 문을 나서는 나에게 8살짜리 조카가 진심 어린 눈빛으로 응원해 준 말이다. 사실 걷기 대회라고 말은 했지만 내가 참여하고 있는 한 모임에서 준비한 작은 행사였다. 보행 장애를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 건강을 지키고 유지하기 위해서 서울숲 공원에 모여 같이 걷기로 한 것이다. 이 행사를 하게 된 이유와 목적 같은 것을 상세하게 설명해 주기에는 도토리가 너무 어린 나이인 것 같아 간단하게 걷기 대회라고 이야기해 주었는데, 평소에 잘 걷지 못하는 고모가 걷기 대회에 나간다고 하니, 그녀로서는 고모가 꼴등을 할까 봐 정말 걱정이 된 모양이다. 그녀의 응원은 아주 진지했다. 우리가 대학을 다닐 때의 일이다. 입시철이 되면..

[스크랩] (겨자씨)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

최근 몇 년간 나는 똑 같은 꿈을 자주 꾸곤 한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친밀한 사람들과 함께 노후를 보내다가... 평화로운 죽음을 맞이하는... 그런 꿈이다. 아침이면 사라질 꿈이지만 나는 계속해서 이 꿈을 꿀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눈이 침침해져 눈치가 없어지고, 깊어진 잔주름으로 자신감이 줄어들고, 늘어가는 흰 머리카락 수만큼이나 많아진 노심초사로 인해... 소심한 나는 늘 노후가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혼자 있다가 외롭게 죽음을 맞이하게 될 가능성을 생각하면 겁이 덜컹 난다. 자식에게 기대어 사는 시대가 아니니까 미혼이든 기혼이든 크게 별다르지는 않겠지만 배우자가 아직 없다는 사실로 인해 심리적으로 더욱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건 비단 나만의 걱..

(014) 은제의원

여자아이는 2층처럼 보이는 방의 창문을 열고, 병원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다. 혹시 자기가 찾고 있는 남자아이가 그 길로 지나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말이다. (1965년 1월) 형제들의 도움을 받으며, 그렇게 어렵게 학교생활을 이어갔지만, 나는 같은 또래와 공부하는 일이 즐겁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구락부 시절이 그리웠습니다. 나를 도와주던 언니 오빠들이 보고 싶었고, 우리 반 반장이었던 그 남자아이가 어떻게 지내는지도 궁금했습니다. 나는 겨울 방학이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방학이 오면 해방촌에 있는 외가댁 은제의원으로 갈 수 있으니까요. 어렸을 때 우리 4남매는 웬만한 병은 다 그곳 은제의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자랐습니다.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는 장면은 식사 시간입니다. 커다란 방 한..

(013) 학교 가는 길

키가 큰 남자아이는 여자아이를 업고, 키가 작은 남자아이는 책가방 두 개를 들고 뒤따라간다. 문밖에 나와 있는 꼬마 아이는 언니 오빠들을 향해 작은 손을 흔든다. 학교 잘 다녀오라고... (1964년 10월) 나에게 그림의 꿈을 심어주시던 삼촌이 돌아가신 그 여름이 지나고 나서야, 등교가 가능하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교육계에 계셨던 아버지 친구분의 도움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나는 우이동에 있는 우이국민학교로 전학하게 되었습니다. 장애아이를 교육시키기 위한 부모님의 헌신은 수량으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여러 가지 난관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4학년 2학기 정규과정 공부를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드디어 학교에 가서 공부를 지속할 수 있게 되었지만, 나는 학교 다니는 일이 너무 ..

전시 - 화가 도성욱의 숲...

몇일 전에 하도 심심해서 인사동에 나갔다가 인사아트센타에 들렸다. 모노톤으로 느껴지는 소나무 숲의 풍경이 거기 있었다. 나무들 사이로 드러나는 빛이 보인다. 아니, 빛 사이로 드러나는 사물들이 보인다고나 할까... 어느 날 아침 문득 숲 속 한가운데로 들어가면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나를 감싸주는 듯한 촉촉한 대기..... 쏟아지는 빛..... 그리고 길.......

영화 - 천년학

가슴 두근거리며 천년학을 보았다. 마치 가슴 깊이 묻어 두었던 첫사랑의 연인을 만나듯... 천년학이 주려는 의미를 파고들었지만 내가 그린 사랑이, 내가 기대하는 사랑이 앞질러 가서 방해가 되었다. 서편제에 대한 인상이 너무 강렬해 천년학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었다면 심한 핑계를 대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서편제의 화면을 대하듯 그냥 빠져들지 못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서편제를 보고 나서 한을 이야기한 사람은 그 한으로 인해 가슴에 멍이 들고 또 피멍이 들어 먼 곳으로 떠났다가 천년학으로 돌아와 또 다시 한을 이야기하고... 사랑은 모두에게서 어긋나고 또한 비껴가는데... 가슴에 품고 또 품어 아무도 모르게 한 서린 소리가 되어 다가서 보지만 단지 허공을 뚫고 지나가 자기 갈 길을 갈 뿐이니...

호적등본열람 단상

얼마 전에 사무실 근처의 동사무소에 가서 호적등본 한통을 뗬다. 인감증명서나 주민등록초본 또는 주민등록등본 정도는 가끔 띠어보곤 했지만 호적등본까지 준비해야 하는 일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아주 오래간만에 마주한 호적등본이라는 서류였다. 그런데 내가 받아본 호적등본은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자세히 살펴보니 같이 살고 있지도 않은 오빠가 호주로 등장하고, 묶여져 있는 서류 세장 중에 맨 뒷장 그리고 맨 끝 부분에 내 이름이 올려져 있었다. 그러니까 오빠의 아이들이 있고 그 다음에 나의 이름이 존재하는 것이었다. 반백년 넘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독립적인 존재로 존재하지 못하고 어린 조카들 밑에 끼어들어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서글펐다. 내 인생은 그냥 남의 인생에 곁다리로 붙어 ..

행복이란...

예배를 드리고 나와서... 주차해 놓은 곳에 가보니, 내 차 뒤에 헤비타트마라톤대회 신청서 쓰는 테이블들이 놓여 있어 사람들이 북적대고 있었다. 평소에도 운전에 자신이 없는 터라 조금 한산해 질 때까지 기다리려고 마음을 정했다. 조금 후에 차 빼는 것을 도와주시겠다고 오신 집사님들의 도움을 받아 빽미러를 보면서 멋지게 S 라인으로 빠져나와 교회 주차장을 벗어났다. ‘차 한대에 열명의 남자가 에스코트하고 있네... 하하하...’ 커다란 웃음을 머금은 소리가 차창너머로 들렸다. 따뜻한 마음을 베풀고 있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상쾌하게 울려나온다. 뜨거운 햇볕을 받으며 땀 흘리면서도... 봉사하는 마음이 즐거운가 보다. 그냥... 받는 것 없이... 기대하는 것도 없이... 베푸는 마음... 아무것도 해 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