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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마음에서 피는 꽃] 파란 하늘 아래서 미소 짓는 들국화

truehjh 2006. 10. 10. 18:18

파란 하늘 아래서 미소 짓는 들국화

 

국화(Chrysanthemum morifolium)는 국화과(Compositae)의 국화속 식물로 꽃잎 하나하나에 암술과 수술이 모두 들어 있으며 그들이 모여 한 송이의 꽃을 이룬다. 여러해살이 식물이어서 한번 심어두면 매년 꽃을 볼 수 있다. 국화라는 이름을 가을꽃의 대명사로 쓰고 있기는 하지만 꽃이 피는 시기에 따라 가을에 피는 추국, 여름에 피는 하국, 겨울에 피는 동국으로 구분한다. 그리고 꽃의 크기에 따라서는 대국, 중국, 소국으로 나눈다.

 

한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굳이 서정주 시인의 아름다운 시 국화 옆에서의 몇 구절을 연상하지 않더라도, 유난히 천둥과 먹구름이 빈번하던 지난 여름을 뒤 돌아보지 않더라도, 우리네 정서와 아주 친숙하다고 여겨지는 꽃이 국화다. 예전부터 국화주, 국화전, 국화차, 국화죽 등 별식의 재료로 사용되기도 하면서 우리 곁에 아주 가깝게 있어온 꽃이다.

 

또한 매화, 난초, 대나무와 함께 사군자의 하나로 우리 눈에 익숙해져 있는 국화에는 눈과 간기능을 좋게 하는 성분들이 들어 있어서 눈을 밝게 하고 머리를 맑게 하는 약효를 나타낸다. 그래서인지 국화꽃 말린 것을 베개 속에 넣기도 하고, 이불솜에 넣어 두고 은은한 향기를 즐기기도 한다.

 

한 가지 더 알아 두자면, 가을에 자주 듣고 또는 사용하기도 하는 꽃이름 들국화는 특별한 식물종명은 아니다. 들국화란 야국 즉 흔히 야생하고 있는 국화과 식물들을 통틀어 부르는 이름으로서 그 생김생김이 다 다르다. 특히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들국화의 대표적인 꽃은 구절초라고 할 수 있다.

 

구절초의 청초한 꽃잎들이 미소를 짓기 시작하고 그리고 가을이 점점 깊어지면, 파란 하늘과 하얀 뭉게구름이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가을의 하늘을 보면 깊고 투명한 하늘에 빠지고 싶은 유혹이 쉽게 인다. 그리고 솜털같이 보드랍고 포근한 구름 속에 안기고 싶어져서 정신을 차리기 힘들 때도 있다. 하얗다 못해 너무 포근한 구름을 보면 가슴이 울렁이고, 파랗다 못해 너무 맑은 하늘을 보면 또 멀미가 난다. ‘그 하늘, 그 구름 아래... 그리고 들국화 피어있는 평원 위에 누워... 먼 곳 어딘가를 향해 미소 짓는... ’ 이러한 내 모습을 그려보는 것은 복잡한 일상에서의 탈출을 시도하고픈 작은 손짓임에도 불구하고 신선하다.

 

깨끗하고, 맑고, 투명한 하늘을 쳐다보고 있노라면, 그 하늘이 내 영혼의 안식처 같이 느껴진다. 그리고 천천히 나에게로 다가오는 바다 같은 하늘에 빠져버릴 것 같은 착각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러나 어딘가에 빠진다는 생각은 서로 다른 느낌을 주는 것 같다. 바다에 빠진다는 상상은 내 육체가 바닷물 속 깊이 가라앉아 버릴 것 같은 무거움과 두려움을 주지만, 하늘에 빠질 듯하다는 상상은 내 영혼이 춤추며 나아가는 것 같은 느낌, 아니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을 것 같은 자유로움을 주기 때문이다.

 

한계가 없는 자유 또한 두려움으로 다가오지만, 이 가을 나는 파란 하늘 아래 미소 짓는 들국화처럼, 하늘을 내영혼의 안식처 삼아, 하얀 구름을 조각배 삼아 정처 없이 떠도는 자유를 꿈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