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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은 지성을 낳고 믿음은 영성을 낳는다 / 이어령

의문은 지성을 낳고 믿음은 영성을 낳는다 / 이어령 이번 추석 연휴는 아주 길었다. 시간이 너무 남아도는 것 같고, 마땅히 할 일이 없었다. 하루 이틀은 TV 리모콘을 손에 잡고 바보상자 속을 이리저리 정처 없이 방황했다. 그것이 너무 지겨워져서, 다시 할 일을 찾다가 집어 든 책이 다. 지난해 연말에 구입했었는데, 1/4 정도 읽다가 다소 산만해지는 느낌이 들어 밀어놓았던 책이다. 저자의 깊고 다양한 지식을 내가 다 쫓아갈 수 없어서 흥미를 잃었던 것 같다. 다시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여전히 너무나 많은 정보와 서사 때문에 버거웠다. 그런데 계속해서 읽다 보니 나름대로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제4부에 가서는 드디어 빠져들었다. 문학 속의 언어를 분석하는 이어령 선생의 글답게 성경 구절과 성경에 등장..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 김지수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 김지수 지음 책을 구입하면 표지에 얹혀있는 몇 안 되는 글자를 꼼꼼히 모두 읽는 것으로부터 독서를 시작한다. 띠지 위의 글를 읽고, 표지를 넘기면 바로 나오는 책날개의 모든 글자를 읽고, 그다음 공백으로 나오는 빈 책장을 넘기고, 다시 등장하는 제목과 속표지들도 의식을 행하듯 천천히 넘기는 것이 나의 습관이다. 이번에도 그렇게 몇 장을 넘기며 읽고 있는데 프롤로그 두 번째 페이지에서 내가 좋아하는 성구 ‘풀밭을 적시는 소낙비’를 연상시키는 문구가 등장했다. 그냥 빠져들었다. - 내가 느끼는 죽음은 마른 대지를 적시는 소낙비나 조용히 떨어지는 단풍잎이에요. p7 - 머리는 자기 것이지만 생각은 남의 것이니 문제지. p30 -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이 지혜의 출발이지. p82 - 정확..

메멘토 모리 / 이어령

메멘토 모리 - 너 두고 나 절대 안 죽어 – 이어령 지음 / 김태완 엮음 메멘토 모리는 이어령 선생의 별세 소식을 접하고, 바로 구입한 책이다. 투병 생활 중에 그의 생각을 단답 형식으로 정리하여 엮었다고 한다. 다음의 질문에 나는 어떤 답을 할 수 있을지... 질문 1, 하나님의 존재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요? 질문 2, 하나님은 왜 자신의 존재를 똑똑히 드러내지 않을까요? 질문 3, 하나님은 우주 만물의 창조주라는데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습니까? 질문 4, 생물학자들은 인간도 오랜 진화의 산물이라고 하는데 신의 인간 창조와 어떻게 다른가요? 인간도 생물도 모두 진화의 산물 아닌가요? 질문 5, 언젠가 생명합성과 무병장수의 시대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처럼 과학이 끝없이 발달하면 신의 존재도 부인..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 이어령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 이어령 하나님, 나는 당신의 제단에 꽃 한 송이 촛불 하나도 올린 적이 없으니 날 기억하지 못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 모든 사람이 잠든 깊은 밤에는 당신의 낮은 숨소리를 듣습니다. 그리고 너무 적적할 때 아주 가끔 당신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리기도 합니다. 사람은 별을 볼 수는 있어도 그것을 만들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별 사탕이나 혹은 풍선을 만들 수는 있지만 그렇게 높이 날아갈 수는 없습니다. 너무 얇아서 작은 바람에도 찢기고 마는 까닭입니다. 바람개비를 만들 수는 있어도 바람이 불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습니다. 보셨지요. 하나님 바람이 불 때를 기다리다가 풍선을 손에 든 채로 잠든 유원지의 아이들 말입니다 어떻게 저 많은 별들을 만드셨습니까? 하나님, 그리고 저 ..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 이어령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 이어령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나는 하나의 공간(空間)이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조금만 이파리 위에 우주(宇宙)의 숨결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나는 왜 내가 혼자인가를 알았다. 푸른 나무와 무성한 저 숲이 실은 하나의 이파리라는 것을... 제각기 돋았다 홀로 져야 하는 하나의 나뭇잎, 한 잎 한 잎이 동떨어져 살고 있는 고독(孤獨)의 자리임을, 나는 알았다. 그리고 그 잎과 잎 사이를 영원(永源)한 세월(歲月)과 무한(無限)한 공간(空間)이 가로막고 있음을.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나는 왜 살고 있는가를 알고 싶었다. 왜 이처럼 살고 싶은가를, 왜 사랑해야 하며 왜 싸워야 하는가를 나는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것은 생존(生存)의 ..

소원시 / 이어령

소원시(所願詩) / 이어령 벼랑 끝에서 새해를 맞습니다. 덕담 대신 날개를 주소서. 어떻게 여기까지 온 사람들입니까. 험난한 기아의 고개에서도 부모의 손을 뿌리친 적 없고 아무리 위험한 전란의 들판이라도 등에 업은 자식을 내려놓지 않았습니다. 남들이 앉아 있을 때 걷고 그들이 걸으면 우리는 뛰었습니다. 숨 가쁘게 달려와 이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 눈앞인데 그냥 추락할 수는 없습니다. 벼랑인 줄도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어쩌다가 '북한이 핵을 만들어도 놀라지 않고 수출액이 3000억 달러를 넘어서도 웃지 않는 사람들'이 되었습니까. 거짓 선지자들을 믿은 죄입니까 남의 눈치 보다 길을 잘못 든 탓입니까. 정치의 기둥이 조금만 더 기울어도, 시장경제의 지붕에 구멍 하나만 더 나도, 법과 안보의 울타리보다 겁 ..

지성에서 영성으로 / 이어령

지성에서 영성으로 : 이어령지음 이 책의 처음 부분인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1’을 읽을 때 마음이 울컥해졌습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페이지를 넘기면서 여러 번에 걸쳐 눈물이 눈꺼풀을 적셨습니다. ‘...이다.’ 라고 끝나는 문장과 ‘...입니다.’ 로 끝나는 문장은 확실히 차이가 있습니다. ‘...입니다.’의 문장으로 쓰여진 이 책을 계속 읽어가다 보니 날카로운 이성이 무장을 해제해 버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음이 순화되면서 깊은 철학의 내용도 왠지 부드럽게 느껴졌습니다. 글쎄... 조금은 서툴어 보이지만... 조금은 붓의 힘이 없어 보이지만... 갈급함이 있었습니다. 인간이라는 고독 속에서... 영혼의 갈증으로 허덕이는 그 갈급함은... 또한 나의 것이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어느 순간은 크리스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