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같이/Minimal Life 38

[영태리집] 버리기(5) - 취미 관련 자료 버리기 : 영어, 여행, 글쓰기

아마도 가장 오랜 시간동안 계속해서 공부한 과목이 영어일 것이다. 전공과목인 약학도 바이오회사에서 퇴직할 때까지만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니 맞는 말이다. 아직도 영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지만, 남아 있는 책들 중에 다시 펼쳐볼 것 같지 않은 책들은 버리기로 했다. 혼자 공부하고 정리해서 내 손으로 필기해 놓은 여러 개의 파일은 남겨두어야겠다. 혹시 치매예방을 위해 다시 영어공부가 하고 싶어질지도 모르니까...  그리고...사진은 남기지 않았지만, 여행 계획을 세울 때마다 사 두었던 여행 관련 책들도 이 참에 모두 버렸다. 이전에는 책을 통해서 정보를 찾는 것이 가장 빠르고 정확한 방법이었는데, 지금은 다르다. 디지털 사회가 되다보니 현장에 접근 가능해 바로바로 소식을 알 수 있게 되었고, 시간이..

[영태리집] 버리기(4) - 보험을 해지하면서도 부족함이 없는 삶이라고

보험도 해지하고, 풍족한 삶과 부족함이 없는 삶의 차이 어제밤, 잠이 오지 않아 뒤척거리다가 속절없이 TV 리모콘을 찾아 여기저기 눌렀다. 봄 계절의 옷을 판매하는 홈쇼핑에 눈이 머물렀는데, '돈을 아껴써야 하는 시기'임을 자각하고 있으면서도 '저 옷 하나도 못사랴'라는 괴팍한 심보가 올라와 마음과 정신이 혼돈스러워졌고, 급기야는 자켓과 티셔츠를 몇 개 구입하고 말았다. 그런데, 그 이후에도 계속 잠이 오지 않았다. 쓸모없는 결정을 내렸다는 자괴감과 옷을 입고 나갈 기회조차 없다는 우울감과 노인이 입을만한 디자인이 아닌 것 같은 낭패감이 몰려와 눈은 더욱 말똥말똥해지고, 머리속은 점점 더 뜨끈뜨끈해져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리고 오늘, 오전 내내 명쾌하지 않은 상태로 시간만 아작내고 있다. 아직도..

[영태리집] 버리기(3) - 버릴 수 없어서 다시 펼쳐 든 책

11월의 하늘 아래서 다시 펼쳐 든 책 얼마 전에 장애와 인권운동 관련 서적과 자료들을 모두 버리려고 정리하다가, 또 한 번 주춤하게 되었다. 혁명가이지만, 나에게는 인간적인 모습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체 게바라의 책들 때문이었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다시 한번 읽어보고 버리기로 마음먹은 후, 먼저 체 게바라의 모터사이클>을 읽었다. 지금은 체 게바라 자서전>을 읽고 있는 중이다. 기억과는 달리 전혀 새로운 내용의 글들이 나를 사로잡는다. 내가 세상을 보았던 모니터는 성경과 책이었다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각자 다른 모니터 창을 통해 세상을 본다. 한 장의 사진을 본다고 하더라도 모니터의 크기가 다른 화면으로 본다면 서로가 그 간극을 뛰어넘기란 쉽지 않듯이, 어떤 모니터를 통해 보느냐에 따라 세상이..

[영태리집] 버리기(2) - 장애관련 서적과 자료들

2023년도에는 겨자씨 40주년을 계기로 장애라는 화두를 내려놓기로 결심했다. 그러려면 장애관련 서적과 자료들을 버려야 한다. 우선 논문을 쓰기 위해 모아둔 자료파일들을 정리해 보았다. A4용지 보고서들이 너무 많아, 일일이 다 뽑아서 이면지로 활용하려고 한무더기 쌓아놓았다. 살아있는 동안 다 사용할 수 있을까? 사회복지대학원 다닐 때 공부했던 책들도 내 시야에서 벗어나도록 하기 위해 버리려고 한다. 장애운동 현장에 있을 때까지 도움을 받은 책들이기도 하다.  책들과 자료들을 버린다고 장애에 대한 나의 상처와 경험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제는 놓아줄 때도 되었다. 함께 간다고 해서 도움될 일은 하나도 없다.

[영태리집] 버리기(1) - 요리책과 시집

올해는 ‘소유물의 1/3 버리기’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시작이 어렵다. 10년 전쯤에도 비우고 버리기를 목표로 삼은 적이 있었다. 그때는 정신적인 욕망들을 비워내는 것 위주였다면, 이번에는 사물들 특히 책이나 옷, 그 밖의 잡동사니를 버리고 비우려 한다. 가구나 의복과 살림 도구는 최소한으로 가능하게 남겨 놓을 것이다. 이 목표는 마지막 집으로 가기 위한 준비 중의 하나다. 마지막 집이란 엄밀한 의미에서 나의 의지가 작용할 때 선택할 수 있는 집이다. 그때가 언제가 될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보다는 훨씬 작은 규모의 집일 것이다. 공간이 넓으면 숨통이 트여 좋겠으나 현재 나의 경제 상황에 맞추려면 넓은 공간을 고집할 수는 없는 형편이다. 1/3 버리기의 첫번째 타자(?)는 요리책!24살의 나이에 망원..

[영태리집] 무더위

무더위 올여름은 유난히 덥다. 가물가물한 기억이지만... 작년 여름은 이렇게까지 덥지는 않았던 것 같다. 기후변화가 정말 빨리 진행되고 있는 것인가. 또 가물가물한 기억이지만... 영태리로 이사 나온 2018년도 여름도 이렇게 더웠던 것 같기는 하다. 기후변화 때문만은 아닌 것인가. 하여튼... 올여름, 지금이 너무너무 덥다. 더위를 너무너무너무 먹어서, 밥 먹기가 싫다. 폭염 아래 누구라도 다 더울 터이니 더위탓 그만하고, 나이탓으로 돌려볼까.

[행복주택] 행복주택 계약 완료

행복주택 계약 완료 행복주택 계약 기간은 5월 30일부터 오늘까지다. 나는 공고된 첫날 오전에 일찌감치 전자계약을 시도했다. 먼저 지정된 은행 계좌에 계약금을 보내고 나면, LH와 연결이 된다. 그리고 인증과정을 통해 국토교통부 부동산거래 전자계약시스템으로 들어간다. 몇 가지 등록과 몇 번의 문자를 받아야 하는 과정을 거치면 부동산 임대차계약에 대한 확정일자 신고가 마무리된다. 다행히 이 과정도 누군가의 손을 빌리지 않고 혼자서 해결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이제는 이런저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하나님이 나에게 허락해주신 거주지라 생각하며 마음을 편하게 먹기로 했다. 동호수도 이미 배정을 받았으니 앞으로 2년 정도 기다리며 작은 공간으로 들어갈 준비를 하면 된다. 지금 살고 있는 공간의 1/3 정도가 ..

[행복주택] 마지막 거처에 대한 기도의 응답

마지막 거처에 대한 기도의 응답 엄마가 돌아가신 후 3년 만에 동생 집에서 분가한 것이 내 주거독립의 시작이다.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영태리 집으로 들어왔는데 벌써 만 5년이 지났다. 이제 주거독립 6년 차에 들어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마지막 거처에 대한 기도를 끝내지 못했다. 특히 최근에 생애 마지막 주거지에 대한 걱정과 염려 속에 빠져 있었다. 언젠가는 영태리를 떠나 완전 독립을 이루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떠나지 않았다. 완전한 주거독립을 이룰 수 있는 곳은 어디여야 하는가? 내 생의 마지막 거처는 어디여야 하는가? 순례의 길 마지막 여정에서 지친 삶을 위로받고 마음에 평화를 얻을 수 있는 텐트를 칠만한 곳은 어디여야 하는가? 마지막 거주지에 정착하고 싶은 열망으로 가득하지만, 참 막막했다...

[영태리집] 텃밭은 나의 정원

아침에 일어나면 창문을 열고텃밭 귀퉁이에 든든하게 자리잡고 있는 자두나무를 바라보며아침 인사를 나눈다. 그리고, 감자잎이 얼마나 푸르른지, 고무마순이 얼마나 살아나고 있는지,상추와 치커리와 와사비 잎은 얼마나 커졌는지 살며시 살펴본다. 그러던 중 어느새 감자는 꽃을 피웠고...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향기를 전해주던 당기잎 사이에서는 화관 같은 꽃이 피어났고... 고추도 비타민쌈채소도 서로 질새라 꽃피우며 자랑하는데... 계단 옆에 있는 작약꽃도 뽐내듯이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고... 담장에서는 장미꽃과 이름모를 풀꽃들이 어우러져 소곤대고 있다. 생명은 그자리에서 언제나 피고 지고... 여기서 두 번은 더 이 아름다운 정경을 누릴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아쉬움을 마음에 품는다.

[행복주택] 행복주택 서류 제출

행복주택 서류 제출 2020년 7월에 영태리 주택 소유권을 다 정리한 후부터 마지막 거주지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아파트를 새로 구입하는 것은 이 나이에 짐이 될 것 같아서, 임대분양이나 공공임대주택 혹은 실버센터를 염두에 두고, LH 청약센터 관심 지역 알리미 서비스를 통해 교회와 동생집 주변의 임대주택관련 소식을 받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2월 1일에 GTX 운정역 예정지 근처 행복주택 입주자 모집공고문을 접하게 되었다. 별 고민 없이 접수해보자는 쪽으로 기울어졌다. 그냥 이끌리는 대로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작은 오피스텔 소유가 문제 될지도 모르겠지만, 우선 건축물대장상 오피스텔로 나와 있으면 주택소유자가 아니라는 정보를 믿기로 했다. 나는 고령자 공급대상 조건으로 하는 청약 신청서를 접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