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같이/Minimal Life 36

[영태리집] 버리기(5) - 11월의 하늘 아래서 다시 펼쳐 든 책

얼마 전에 장애와 인권운동 관련 서적과 자료들을 모두 버리려고 정리하다가, 또 한 번 주춤하게 되었다. 혁명가이지만, 나에게는 인간적인 모습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체 게바라의 책들 때문이었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다시 한번 읽어보고 버리기로 마음먹은 후, 먼저 을 읽었다. 지금은 을 읽고 있는 중이다. 기억과는 달리 전혀 새로운 내용의 글들이 나를 사로잡는다. 내가 세상을 보았던 모니터는 성경과 책이었다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각자 다른 모니터 창을 통해 세상을 본다. 한 장의 사진을 본다고 하더라도 모니터의 크기가 다른 화면으로 본다면 서로가 그 간극을 뛰어넘기란 쉽지 않듯이, 어떤 모니터를 통해 보느냐에 따라 세상이 달라 보인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 또한, 하나의 모..

[영태리집] 버리기(4) - 영어 공부, 여행 관련 책들

아마도 가장 오랜 시간동안 계속해서 공부한 과목이 영어일 것이다. 전공과목인 약학도 바이오회사에서 퇴직할 때까지만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니 맞는 말이다. 아직도 영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지만, 남아 있는 책들 중에 다시 펼쳐볼 것 같지 않은 책들은 버리기로 했다. 혼자 공부하고 정리해서 내 손으로 필기해 놓은 여러 개의 파일은 남겨두고...  그리고...사진은 남기지 않았지만, 여행 계획을 세울 때마다 사 두었던 여행 관련 책들도 이 참에 모두 버렸다. 이전에는 책을 통해서 정보를 찾는 것이 가장 빠르고 정확한 방법이었는데, 지금은 다르다. 디지털 사회가 되다보니 현장에 접근 가능해 바로바로 소식을 알 수 있게 되었고, 시간이 흐른 탓에 책에 나온 정보들은 이미 모두 사문화가 되어 버렸다. 오래..

[영태리집] 무더위

무더위 올여름은 유난히 덥다. 가물가물한 기억이지만... 작년 여름은 이렇게까지 덥지는 않았던 것 같다. 기후변화가 정말 빨리 진행되고 있는 것인가. 또 가물가물한 기억이지만... 영태리로 이사 나온 2018년도 여름도 이렇게 더웠던 것 같기는 하다. 기후변화 때문만은 아닌 것인가. 하여튼... 올여름, 지금이 너무너무 덥다. 더위를 너무너무너무 먹어서, 밥 먹기가 싫다. 폭염 아래 누구라도 다 더울 터이니 더위탓 그만하고, 나이탓으로 돌려볼까.

[행복주택] 행복주택 계약 완료

행복주택 계약 완료 행복주택 계약 기간은 5월 30일부터 오늘까지다. 나는 공고된 첫날 오전에 일찌감치 전자계약을 시도했다. 먼저 지정된 은행 계좌에 계약금을 보내고 나면, LH와 연결이 된다. 그리고 인증과정을 통해 국토교통부 부동산거래 전자계약시스템으로 들어간다. 몇 가지 등록과 몇 번의 문자를 받아야 하는 과정을 거치면 부동산 임대차계약에 대한 확정일자 신고가 마무리된다. 다행히 이 과정도 누군가의 손을 빌리지 않고 혼자서 해결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이제는 이런저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하나님이 나에게 허락해주신 거주지라 생각하며 마음을 편하게 먹기로 했다. 동호수도 이미 배정을 받았으니 앞으로 2년 정도 기다리며 작은 공간으로 들어갈 준비를 하면 된다. 지금 살고 있는 공간의 1/3 정도가 ..

[행복주택] 마지막 거처에 대한 기도의 응답

마지막 거처에 대한 기도의 응답 엄마가 돌아가신 후 3년 만에 동생 집에서 분가한 것이 내 주거독립의 시작이다.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영태리 집으로 들어왔는데 벌써 만 5년이 지났다. 이제 주거독립 6년 차에 들어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마지막 거처에 대한 기도를 끝내지 못했다. 특히 최근에 생애 마지막 주거지에 대한 걱정과 염려 속에 빠져 있었다. 언젠가는 영태리를 떠나 완전 독립을 이루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떠나지 않았다. 완전한 주거독립을 이룰 수 있는 곳은 어디여야 하는가? 내 생의 마지막 거처는 어디여야 하는가? 순례의 길 마지막 여정에서 지친 삶을 위로받고 마음에 평화를 얻을 수 있는 텐트를 칠만한 곳은 어디여야 하는가? 마지막 거주지에 정착하고 싶은 열망으로 가득하지만, 참 막막했다...

[영태리집] 텃밭은 나의 정원

아침에 일어나면 창문을 열고 텃밭 귀퉁이에 든든하게 자리잡고 있는 자두나무를 바라보며 아침 인사를 나눈다. 그리고, 감자잎이 얼마나 푸르른지, 고무마순이 얼마나 살아나고 있는지, 상추와 치커리와 와사비 잎은 얼마나 커졌는지 살며시 살펴본다. 그러던 중 어느새 감자는 꽃을 피웠고...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향기를 전해주던 당기잎 사이에서는 화관 같은 꽃이 피어났고... 고추도 비타민쌈채소도 서로 질새라 꽃피우며 자랑하는데... 계단 옆에 있는 작약꽃도 뽐내듯이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고... 담장에서는 장미꽃과 이름모를 풀꽃들이 어우러져 소곤대고 있다. 생명은 그자리에서 언제나 피고 지고... 여기서 두 번은 더 이 아름다운 정경을 누릴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아쉬움을 마음에 품는다.

[영태리집] 버리기(2) - 나의 글쓰기 입문

1/3 버리기 실행을 하다가 발견한 감사패다. 이것도 못 버리고 있는 추억 중의 하나! 부서져가는 케이스만 버리고, 조그만 감사패는 또다시 남겨두고 말았다. 약대를 졸업한 다음 해, 관리약사로 일하면서 약사공론사가 주최하는 약사문예 모집에 수필 한 편을 보냈다. 그 글이 약사공론에 실리고 좋은 심사평을 받았다. 별 것도 아닌 그 기억이 평생을 간다. 그 후로는 감히 글을 내보낼 생각을 하지 못하고 살았다. 일기나 독후감을 써서 나의 비밀노트에 남겨 놓곤 했을 뿐이다. 그당시에는 일기야말로 가장 친한 나의 친구였다. 지금은 글쓰기가 나의 친구다.

[영태리집] 버리기(1) - 요리책과 시집

올해는 ‘소유물의 1/3 버리기’가 목표다. 10년 전쯤에도 비우고 버리기를 목표로 삼은 적이 있다. 그때는 정신적인 욕망들을 비워내는 것 위주였다면, 이번에는 사물들 특히 책이나 옷, 그 밖의 잡동사니를 버리고 비우려 한다. 가구나 의복과 살림 도구는 최소한으로 가능하게 남겨 놓을 것이다. 이 목표는 마지막 집으로 가기 위한 준비 중의 하나다. 마지막 집이란 엄밀한 의미에서 나의 의지가 작용할 때 선택할 수 있는 집이다. 그때가 언제가 될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보다는 훨씬 작은 규모의 집일 것이다. 공간이 넓으면 숨통이 트여 좋겠으나 현재 나의 경제 상황에 맞추려면 넓은 공간을 고집할 수는 없는 형편이다. 1/3 버리기의 첫번째 타자(?)는 요리책! 24살의 나이에 망원동에서 주영약국을 개설하고, ..

[행복주택] 행복주택 서류 제출

행복주택 서류 제출 2020년 7월에 영태리 주택 소유권을 다 정리한 후부터 마지막 거주지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아파트를 새로 구입하는 것은 이 나이에 짐이 될 것 같아서, 임대분양이나 공공임대주택 혹은 실버센터를 염두에 두고, LH 청약센터 관심 지역 알리미 서비스를 통해 교회와 동생집 주변의 임대주택관련 소식을 받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2월 1일에 GTX 운정역 예정지 근처 행복주택 입주자 모집공고문을 접하게 되었다. 별 고민 없이 접수해보자는 쪽으로 기울어졌다. 그냥 이끌리는 대로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작은 오피스텔 소유가 문제 될지도 모르겠지만, 우선 건축물대장상 오피스텔로 나와 있으면 주택소유자가 아니라는 정보를 믿기로 했다. 나는 고령자 공급대상 조건으로 하는 청약 신청서를 접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