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랑/풀꽃나무흙사랑 47

꽃 피우는 호야

2주 전 아침에 창문을 여는데 어디선가 은은한 향기가 전해졌다. 어디일까 궁금해서 자세히 살펴보았다. 창가에 있는 호야가 꽃봉오리를 키우고 있는 것을 그제서야 발견했다. 향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호야꽃! 지난 2년간 한 해에 잎이 한 장씩만 나오더니 올해는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줄기가 길게 자라나는 줄로 생각하고 무심했었다. 그런데 꽃대였다니! 그 끝에서 조그만 돌기들이 나오더니 드디어 꽃망울이 커지면서 향기를 발했다. 우울한 장마철에 찾아온 뜻밖의 위로였다.  아주 작은 오자미 주머니 같았던 꽃망울이 활짝 열리기까지는 열흘이 걸렸다. 다음의 사진은 2주간의 변화다. 우리 집에 온지 6년 만에 꽃을 피우며 향기를 내놓고 있다. 작은 생명체에서 발하는 향기가 사람의 마음을 가만히 흔들어 ..

어린이날의 텃밭농부

비오는 공휴일 아침...부지런한 아우농부는 고구마 심을 준비를 해놓고... 줄기차게 내리던 비가 잠깐 멈추려는 사이, 비옷을 입고 텃밭으로... 준비 완료...! 일 시작...! 검은 비닐로 덮여있던 고랑에 드디어 파란 모종이 심겨졌다. 올해 농사준비는 이것으로 끝이란다. 이젠 추수하는 일만 남았다고 하는데... 과연 그럴지? 틈만 나면 텃밭에 나와 감자 고랑에 있는 풀을 뽑는 것 같던데... 농부는 쉴 틈이 없을 것이다. 맨 앞줄에 있는 쌈채소류는 벌써 거두어 먹고 있다. 채소맛이 고소할 수도 있다는 것을 올해 처음 알았다.

봄맞이하는 호야

봄맞이하는 호야 호야가 우리 집에 온 지 4년이 지났다. 그 사이에 잎이 한 장 나왔다. 그것도 작년 여름 즈음에... 그렇게 애태우며 자라지 않고 있더니, 이번 봄을 맞이하면서 작년에 나온 잎 위로 연두잎이 한 장 더 나오고 있다. 보송보송한 솜털로 뒤덮혀 자라고 있는 모습이 너무 예쁘고 귀엽다. 기쁜 마음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잘 자라기를 기대하며!

소국

추석 전주에 지인이 소국을 들고 방문하셨다. 거실에 며칠 놓아두며 소국 향을 즐겼다. 그런데 얘네들이 여기서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까. 지금은 집안에서 가을을 즐길 수 있게 해주어서 좋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쩔 수 없이 말라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시들기 전에 마당에 옮겨 심어야 할 것 같아서, 생각난 김에 세 개의 작은 화분을 들고 마당으로 나갔다. 작약 옆에 억지로 쭈그리고 앉아, 호미로 흙을 파서 구멍 세 개를 만들었다. 그리고 화분에 있는 흙째 땅에 심었다. 나에겐 쉽지 않은 작업이지만 흙을 만지며 해냈다는 즐거움이 생겼다.  해냈다는 즐거움만으로 뒤돌아서기에는 뭔가가 부실한 것 같아, 고구마밭에 있는 흙을 파다가 북돋워주고 물을 주었다. 잔디가 오래도록 뿌리를 내리고 있는 땅이라..

하지 감자와 텃밭 농부

옥수수 아래로 감자가 무성하게 퍼져있었는데 드디어 모두 캤다. 땀 흘려 농사한 아우님의 설명에 의하면,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는 큰 감자가, 자두나무 아래 그늘진 곳에서는 작은 감자가 나왔단다. 작물이 자라는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햇볕, 인간에게도 아주 중요한 햇볕. 나는 그 햇볕과 마주하고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 햇볕 가득 받으며 산책로를 걸을 수 있다면... 나이든 요즘의 삶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을텐데... 감자 한 알 한 알 정성껏 닦아서 어떻게, 누구와 나눌까 생각하는 중인가 보다. 덕분에 나도 햇감자를 삶아 먹을 기회를 얻었다. 감자뿐 아니다. 텃밭에서 수확하여 가져다준 싱싱한 잎채소와 달콤한 오이로 저녁 식사가 완성되었다. 감사한 한 끼다.

반려식물

햇볕 가득 들어오는 거실 한쪽에가지런하게 놓여있는 다육들10여 년 전부터 함께 살아온 반려식물이다.   오며 가며 안부를 묻고가며 오며 표정을 살피면어느 날은 반갑다고 하고 어느 날은 섭섭하다 한다.   목마르다 하면 물을 주고고개 아프다 하면 방향을 바꿔주고미리미리 알아서 살펴주어야 하건만 바쁘다고, 힘들다고 외면하다가슬프다고, 외롭다고 가족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