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Fiction/시니어시대 36

자가점검(6) - 달라지는 환경

달라지는 환경 9월 폭염경보가 내려졌다. 백로가 한참 지났는데도 에어컨과 선풍기를 치울 수가 없다. 열대야가 30여 일 이어졌고 전력의 소모량은 최대치를 찍었다고 한다. 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날이 계속되고, 국지성으로 쏟아지는 비도 여러 번 경험했다. 동남아 여행할 때처럼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다가 금방 멈추곤 한다. 연이어서 가을 태풍이 올라와서 주변국들의 피해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태풍이 지나가도 여전히 기온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이상 기후를 말하는 사람들은 이번 여름이 제일 덜 더운 여름일지도 모른다고 다가올 여름들의 기온을 예측한다. 지난해 여름에도 엄청난 양의 폭우가 쏟아졌었다. 산사태와 하천의 범람으로 건물의 파괴는 물론이거니와, 무고한 이들이 생명을 잃었다. 그것으로도..

자가점검(5) - 달라지는 일상

자가점검(5) - 달라지는 일상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낮잠을 자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요즘은 잠을 자다가 깨다가가 반복되면서 잠을 깊이 자지 못하니까 오후 3시쯤이 되면 나른해지면서 잠이 솔솔 오는 느낌이다. 수면의 질이 떨어지니 일상의 생활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또 하나, 사람들의 말을 되풀이해서 다시 물어보는 경우가 많아졌다. 아직 TV 볼륨을 아주 크게 올려 놓치는 않고 있지만, 잘 들리지 않는 것 같아 눈을 부릅뜨고 귀를 쫑곳하여 집중해야 한다. 그것으로도 부족한 것 같으니 청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현재 일상의 질이 달라지고 있으니 답답하다.  어떤 성취나 결과와는 관계없이 지난 세월을 돌아보자면, 나는 엄청나게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할 수 있다.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미..

자가점검(4) - 달라지는 사고

자가점검(4) - 달라지는 사고 삶에 대하여 어떤 태도를 취하고 살아가야 하느냐의 질문은 이성이 싹트기 시작할 때부터 이어진 질문이었다. 그리고 아직도 여전히 질문하고 있는 주제 중의 하나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나이에 따라 변해왔다. 즉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삶의 태도 또는 삶을 보는 시선의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물론 삶에 대한 근원적인 태도와 방향은 변할 수가 없겠지만 늙어갈수록 삶과 사물을 보는 시각이 변한다. 사고방식의 변화는 물론이거니와 판단하는 기준, 지향하는 가치마저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공동체 중심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공동체보다 나 개인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고 있음을 감지하고 있다. 이것은 옳고 그름의 차원으로..

자가점검(3) - 달라지는 감정

자가점검(3) - 달라지는 감정 근력 감소, 외모의 변화와 결을 같이 하는 노화의 과정에 한몫을 거드는 것은 감정의 변화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감정 말고도, 기본으로 나를 이끌었던 감정이 변화하고 있다. 전에는 슬픔이 주 감정이었다면 지금은 간헐적인 슬픔과 기쁨, 서운함과 고마움의 뒤섞인 감정이 주를 이룬다. 전에는 매사에 호기심 천국이었다면 지금은 만사에 무심해져 가는 낙원이다. 변화되고 있는 감정의 선상에서 나와 애착 관계를 이루고 있던 것들이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애정을 가졌던 사물들도 그렇고 내가 소중하게 여기고 있던 희망이나 꿈마저 그렇다. 감정이 이성의 지배하에서 적당히 조절되고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할 때다.  중요했던 감정들이 시시해지고 있고, 시시했던 감정들이 나를 움직이고 있다. ..

자가점검(2) - 달라지는 외모

달라지는 외모 화장실 전등 세 개 중 두 개가 불이 켜지지 않았다. 전등 한 개 나갈 때부터 교체하겠다고 차일 피일 미룬 것이 1년이 다 되었다. 크게 불편하지 않아 그런대로 지내고 있었는데, 얼마전 조카가 와서 전등을 갈아 끼어 주었다. 새 LED 전등으로 교체하니 환한 둥근 달빛 아래 있다가 강열한 태양빛 안으로 옮긴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환한 빛 아래서 화장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았다. 그 전에는 보이지 않던 턱 아래 주름이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거기다가 반백이 되어 있는 머리카락, 이마와 입 주변에 깊게 파인 주름도 자세하게 보였다. 외모에 나타나는 모습으로 늙어있음을 절실하게 느끼는 순간이었다. 눈으로 직접 노화를 확인하게 해주는 지표는 거울에 비친 턱주름의 변화뿐만이 아니다..

자가점검(1) - 달라지는 근력

자가점검(1) - 달라지는 근력 보통사람들의 70세 즈음은 은퇴가 마무리되는 시기다. 내가 이 시기에 이르러보니, 왜 은퇴가 필요한지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70세를 전후하여 인체의 모든 기능이 급격하게 저하될 뿐만 아니라, 실제로 근력이 떨어져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근력이 떨어진다는 말은 근육이 줄어들었다는 의미와 같다. 70대가 되면 젊었을 때 근육량의 50%가 감소한다는 통계와 무관하지 않게, 한해 한해 시간이 지나며 가장 뚜렷하게 달라지는 것은 다름이 아닌 근력이다. 좀 더 자세하게 말하자면, 근감소증에 의한 근력 약화다. 근력은 몸을 놀리고 활동하는 기운과 힘이다. 그 힘을 나타내는 지표 중의 하나가 악력이다. 나는 악력이 세다고 자부하고 살았다. 약국 할 때 드링크제 뚜껑 따는 것..

69세... 자가점검이 필요하다

칠순은 우리 나이로 일흔 살을 이르는 말이다. 지난해 6월부터 생일을 기준으로 하는 만 나이로 통일되었으니, 칠순 생일이 지났다고 해도 아직은 60대다. 이 한해가 지나면 헷갈림이 없이 70대에 진입하게 된다. 물론 숫자상의 놀이일 뿐이지만 상징성은 있다. 그래서 60대의 마지막 해인 올 한해를 잘 보내고 싶은데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70대의 내 몸과 마음은 또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60대의 건강준비가 70대의 건강을 좌우하고 70대의 건강상태가 80대 삶의 질을 결정한다고 한다. 수십년을 함께 했던 절친들이 여기저기 심각한 몸의 고장을 알려오니, 나도 좀 더 세심하게 몸과 마음의 변화를 점검하면서 대처해 나갈 방법을 모색해 보아야겠다. 얼마 전까지의 내 건강상태는 양호한 편이었다. 두세 가지 육체의..

중환자실로 들어간 친구

친구가 중환자실로 들어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누구에게 연락해야 궁금한 점을 상세하게 알 수 있을까. 자식이 있으면 편하게 물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다 나이든 형제들이 보호자이기에 연락하기가 어렵다. 아픈 본인에게 상황을 물어 볼 수가 없으니 그저 전해 전해 들은 이야기로만 가슴 태우고 있을 뿐이다. 이럴 때... 나이든 친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나이든 친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나이든 친구의 역할은 무엇일까.친구를 힘들게 한 질병의 원인을 다시 되돌려서 분석할 때가 아니므로, 친구를 위하여 어떠한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돌아보고 있다.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자가호흡이 안 돼서 중환자실에 2주 가까이 누워있는 그녀를 생각하면서, 내 발바닥 아픈 것쯤이야 ..

늙어가는 길 위에서

늙어가는 길 위에서 손에 잡혔던 것들의 형체가 부스러져 내리고, 내 것이라고 했던 것들의 경계가 무너져 버리니, 세상이 무미건조하고 무채색으로 보인다. 이것이 바로 내가 늙어가는 길 위에서 보는 풍경이다. 바깥세상뿐 아니라 내 안의 세상도 마찬가지다. 책을 읽고 글을 쓴다 해도, 돌아다니면서 보고 듣지 않으니 머릿속에 차고 넘치던 생각들이 사라져간다. 두문불출로 인해 근육량도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아무리 집 안에서 운동을 한다고 해도 목표치에 이르지 못하는 양이다. 이렇게 노화를 절감한 것은 지난해가 피크였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현상도 아니고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시간이 흐르면서 내가 늙어가고 있다는 증거일 뿐이다. 나의 몸과 생각만 늙어가고 있는 것은 아니..

시니어 형제들과의 태국 여행

시니어 형제들과의 태국 여행 이번 여름에는 형제들과 태국 여행을 다녀왔다. 4박 6일 일정의 멋진 여행을 추억으로 남기기 위해 티스토리에 여행기도 올렸다. 여행기까지 마무리하고 나니, 진정으로 여행을 마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블로그에 다 올리지 못한 사진들을 정리하면서, ‘추억은 간직하는 사람에게만 소중하다’는 생각을 했다. 사진 위에 나타나는 갖가지 표정들을 보면 그 한순간의 즐거웠던 분위기가 되살아난다. 나이가 더 들어서 여행할 수 없게 되면 블로그에 남긴 여행기들을 읽고 사진을 보면서 기억을 되살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카메라의 발전으로 손쉽게 많은 사진을 남길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태국 여행은 이번이 세 번째다. 첫 번째는 20년 전에 친구 평화, 작은올케와 도토리 그리고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