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랑 283

화려한 메뉴와 게임 한판

워홀에서 돌아온 도토리 덕분에 지난 주부터 즐거운 식사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녀는 아이스팩 가방에 자기가 잘하는 요리 재료들을 챙겨가지고 와서 우리집에서 요리를 한다. 요리하는 것이 즐겁단다.  첫번째 요리가 김밥이었다. 집에서 햇반과 김과 김밥재료를 골고루 가지고 와서, 우리 집에서는 김밥 속에 들어갈 재료를 만들어 멋지게 김밥을 말았다. 자기 엄마아빠 줄 김밥은 따로 그릇에 담아 놓고, 나머지는 우리 둘이서 취향대로 골라 맛있게 먹었다. 그녀는 대만에서 워킹홀리데이 하는 동안 김밥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기에 김밥만들기는 거의 전문가 수준이다. 김밥을 싸는 것도 능숙하게 잘하지만 규격에 맞추어 정갈하게 썰어내는 기술도 대단하다.  그 다음 메뉴는 새우 스파게티, 닭가슴살과 야채, 베이글과 냉면 한봉지 등..

꽃 피우는 호야

2주 전 아침에 창문을 여는데 어디선가 은은한 향기가 전해졌다. 어디일까 궁금해서 자세히 살펴보았다. 창가에 있는 호야가 꽃봉오리를 키우고 있는 것을 그제서야 발견했다. 향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호야꽃! 지난 2년간 한 해에 잎이 한 장씩만 나오더니 올해는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줄기가 길게 자라나는 줄로 생각하고 무심했었다. 그런데 꽃대였다니! 그 끝에서 조그만 돌기들이 나오더니 드디어 꽃망울이 커지면서 향기를 발했다. 우울한 장마철에 찾아온 뜻밖의 위로였다.  아주 작은 오자미 주머니 같았던 꽃망울이 활짝 열리기까지는 열흘이 걸렸다. 다음의 사진은 2주간의 변화다. 우리 집에 온지 6년 만에 꽃을 피우며 향기를 내놓고 있다. 작은 생명체에서 발하는 향기가 사람의 마음을 가만히 흔들어 ..

또 다른 어른 홍세화

로 심금을 울려주었던 홍세화! 그는 노동당 고문이고, 아웃사이더 편집위원이며, 작가이자 언론인, 장발장 은행장 등 여러 사회적 약자들과 연대하는 현장에 있었던 사회운동가라는 경력 사항을 남기고 2024년 4월 18일 영면으로 들어갔다. 고 홍세화는, 학창시절 반유신 투쟁에 나섰다가 남민전(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원회) 사건에 연루돼 프랑스에서 장기간 망명 생활을 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출간한 에세이가 다. ‘겸손하고 소박한 자유인’의 삶을 표방한 그는 이 시대의 또 다른 어른이었다. 다른 어른을 찾지 말고 스스로 어른이 되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간 진보적 지식인을 기리며...

[국민주권] 세월호 10주년

2014년 4월 16일 수학여행을 떠난 꽃다운 아이들과 함께 세월호가 가라앉았다. 구조에 참여하겠다는 민간어선의 접근을 막고, 해군함의 출정을 반대하고, 도움을 주겠다는 미해군함정의 제안을 거부하고, 선장과 그 일행을 구출한 해경은 유리창을 두드리는 아이들을 배 속에 놔두고 떠났다. TV를 떠날 수 없는 우리의 눈 앞에서 사라져간 아이들... ....................................... 국가적 재난에 대응하는 내 나라의 씨스템, 그 구조적 모순에 공포를 느낀다. - 20140416 내 블러그 중에서 - 잊지 않겠습니다. 10년 전 오늘 아침... TV 화면에 비친 세월호 모습... 가라앉고 있는 배 속에서 창문을 두드리는 아이들 모습... 아이들을 구조하는 장면이 나오지 않고,..

[국민주권] 22대 총선

4/10 선거 이번 정권에서 공정함의 기준은 ‘검찰의 내로남불’인 것 같다. 자신들의 죄는 죄라고 말하지 않고, 자신들이 저지르는 불법을 불법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인간에 대한 무정함이 끝없고, 자연환경이나 순리에 대한 무지함과 무도함이 하늘을 찌른다. 마치 스스로 모든 것의 기준이나 되는 것마냥 자기보다 못 가진 인간을 도구로 여기면서 기만하고, 선동하고, 갈라치는 행동을 하고 있으니 지도자의 덕목이 부족해도 너무 부족하다. 나는 지금 옳고 그름, 정의와 불의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정치 상황 속에 살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에 조국혁신당이 강하게 '검찰개혁'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기치를 들어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4/10 선거에 관심을 가지고 싶지 않던 차였는데, 그들의 행동으로 조금 숨통이 트..

[국민주권] 기획예배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였던 엊그제 주일에 드려진 기획예배의 전말이 드러났다. 그러나 그 사실을 폭로한 기사는 삭제되고, 관련 기사의 댓글창도 닫혔다. "대통령실에서 자기들 가니까 예배를 하나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또 다른 기사를 읽었는데, 너무 황당해서 말을 잇지 못하겠다. 생각할수록 이해가 안 된다. '예배를 하나 마련해 달라니...' 이런 요구가 과연 신앙적으로, 아니 상식적으로 타당한 문장인가? '예배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 앞에서... 이 황당한 마음을 글이라도 써서 다스려보려고 하는데... 가능할 것 같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고 있는 이유는 너무 답답해서다. 작년 10월 29일 이태원에서 국민 159명이 길 위에서 죽어갔다. 정부의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았기 때..

SNS로 전하는 소식

오빠는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30일 차 순례일지를 보내고 있고, 조카는 워킹홀리데이로 떠난 타이완에서 간간이 소식을 올리고 있다. 모두 SNS상으로 전하는 소식이지만 정성과 마음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고, 다양한 이유로 집을 떠나 있는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응원이라는 생각으로, 나는 웬만하면 꼬박꼬박 댓글을 달아 마음을 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어떠한 형식으로든 마음을 주고받는 행위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면 수수한 인간미가 느껴지는 것 같아 삶이 부요해진다.

[장애해방] 겨자씨 40주년 기념 모임 풍경

지난해 연초부터 겨자씨 창립 40주년 기념행사를 기획하며 여러모로 생각을 많이 했다. 겨자씨 창립 멤버의 한 사람으로 의미있는 행사를 만들고 싶었고, 나 개인의 역사보다는 겨자씨라는 공동체의 역사를 돌아보며 겨자씨는 어떤 사회적 역할을 했으며, 장애인 당사자인 우리 각자에게는 어떤 의미를 주었는가를 성찰해 보고 싶었다. 그리고 장애를 가지고 살아온 지난 세월을 정리하며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다. 모두가 겨자씨와 연결된 공동화제 ‘장애’라는 문제를 중심에 두고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고 감사의 마음을 품고, 노후의 삶에 의미 부여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난 25주년 때 겨자씨 활동을 거의 정리하였으니, 40주년에는 각자가 장애인으로서의 개인의 삶을 성찰하면서 열심히 살아온 모습을 보여주는 행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