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랑/한지붕아래서

우리 형제자매의 4부 합창

truehjh 2016. 8. 7. 16:59


어제는 부천에서 오빠의 생일 축하 모임이 있었다. 오빠는 우리 모두 함께 모인 자리에 큰 아들의 여자 친구도 초대하였다. 오붓한 식당에서 식사를 한 후에 오빠의 집으로 가서 예배를 드렸다. 막내가 인도하는 예배시간이었다. 다 같이 찬송 부르고, 성경 읽고, 말씀 전하고, 기도하는 가족 예배의 형식에 익숙한 우리들은 찬송을 부를 때마다 4부로 하모니를 이루면서 합창을 하곤 한다. 조카들은 이러한 우리 사남매의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곤 하나 보다. 예배 의식과 함께 하는 이러한 우리 가족의 모임 문화를 자랑으로 삼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그들이 이러한 문화를 이어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

 

예배에 함께 참석한 장조카의 여자 친구는 기독교 가문의 모임 형태를 처음 접하는 대만 아가씨다. 놀랍고 생소하단다. 이런 문화를 자식으로까지 이어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안고 오빠는 전전긍긍하는 듯했다. 믿음의 계대가 이루어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엄마 아버지가 안 계시는 상황에서, 우리들끼리 이렇게라도 가문의 모임 형식을 이어가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 오빠가 내 입장에서는 믿음직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조금 일찍 시도했더라면, 좀 일찍 기독교 가족문화를 수용하고 훈련했더라면, 그러한 문화의 고귀함을 일찍 깨달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남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러한 애틋함은 희석되어질 것이고, 누군가가 고집을 부리면서 유지해 가지 않는 한 사라지고 말 우리 형제자매의 가족문화다. 특히 우리 형제자매처럼 기독교 가정에서 자란 사람들이 자신이 자라온 독특한 가족문화를 이어간다는 것 또한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

 

형제자매란 어렸을 적 공통의 경험을 통해 유대감이 생기고 누구보다 서로를 더 잘 알 수 있는 사이이며 관계다. 하지만 그들이 각자 성인이 되어 전혀 다른 환경의 성장과정을 가진 배우자를 만나서 가정을 꾸미고, 각각 다른 가문의 식솔들이 되어 간다. 형제자매의 배우자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이전의 형제자매의 관계가 더 나아질 수도 더 나빠질 수도 있다. 그들의 영향으로 동화되어 가거나 변화되는 삶은 진행되고 어느 순간 지금까지 알고 있던 형제자매의 모습이 점점 멀어져 가고, 사라져 가는 것을 느끼게 된다면 내 입장에서는 참 씁쓸한 일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아마도... 잊혀져 가는 가족문화를 늘 그리워하며 지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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