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랑/장애해방

[장애해방] 장애운동

truehjh 2010. 7. 12. 19:18

 

장애인복지학을 시작할 때만 해도 장애운동에 대한 관심은 전혀 없었다. 내 개인의 문제에 급급해 타인을 위한 투쟁 혹은 사회에 대한 저항과 변화를 시도해 볼 여유는 없었다. 그런데 내가 장애인 당사자이고 장애인복지학을 공부하고 있다는 이유로 주위의 권유가 만만치 않았다. 오래된 운동가들은 운동의 차원에서 힘을 보태라, 그리고 능력껏 영역을 넓히라고 선동했다. 결국 절실한 계기도 없이 사회적 소수자운동 중의 하나인 장애운동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 당시 나는 나의 에너지를 활용해 주는 곳을 찾고 싶다는 낭만적인 사고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장애인권운동가가 되기 위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컨텐츠가 무엇인가부터 찾아내어 경쟁력을 갖추려고 했다. 내 운동의 내용은 인간에 대한 관심, 방향성은 하나님의 나라(진리, 정의, 사랑) 확장, 중심은 너 또는 조직이 아닌 나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이 내 나름대로의 컨텐츠였다. 그러나 그것을 하나로 묶어낼 수 있는 욕망이 희미했다는 것이 문제였다.


마음의 장애, 육체의 장애...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누구이든 간에...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과 함께 그 사랑을 어떻게 표현하고 실천하는가가 아주 중요하다. 기독교교육에 관심이 있을 때를 돌이켜 보면 한 사람, 한 사람이 너무나 소중하고 사랑스러웠다. 그것들이 에너지가 되어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도모할 수 있었다. 그것이 기쁨이 되고 서로에게 행복과 의미를 주었다. 난 다시 그런 열정과 관심으로 장애운동을 할 수 있게 되기를 원했다. 사람들마다 마음에 지고 가는 짐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고... 속 깊은 이야기를 들어 주고 싶고... 무조건 응원하고 싶어지는 마음을 다시 찾고 싶었다. 장애여성에게서...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사회제도에서 거절당한 뼈아픈 경험들을 드러내고, 그러한 편견과 차별들을 장애인 당사자의 관점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욕구가 그것들을 가능하게 하리라는 생각을 하였다. 그러나 DPI여성위, 노동네트워크이랑, 멋진여성 등을 거치면서 느낀 점은 그것만이 다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공허하여져서 에너지가 금방 고갈되었다.


내가 잠시 경험한 장애운동의 현장은 이념과 행동이 일치하는 곳은 아니었다. 운동가들은 서로를 견제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마치 장애가 권력인 것처럼 사고하는 피해의식도 맘에 들지 않았다. 운동가(activist)란 하나의 문화를 형성하는데 영향력 있는 구성원으로 사는 것이지, 그 권위나 권력에 동화되어 자신의 행적을 무기로 삼아서는 안 된다. 운동가가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운동의 한계에 대하여 인정하고, 전문적 지식과 방향성을 가져야 하며, 조화를 이끄는 깊이와 폭의 논리 즉 다양한 부분이 합일을 이룰 수 있는 논리를 확립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운동(movement)은 조직에 관한 관심보다 개인과 사람에 대한 관심이 커야 에너지가 생기고 충족감을 느낄 수 있다. 한사람 한사람에 대한 애정이 바로 일 또는 운동에 대한 열정으로 뭉쳐지고 그것이 바로 에너지가 되어야 한다. 사람에 대한 애정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하며 사람에 대한 관심이 없어지면 조직이란 권력에 대한 욕심만 남을 뿐이다.


신을 위해서라는 말은 옳지 않은 표현이다.

신을 위해서 이웃에게로 갈 것이 아니라 신에게 쫒겨서 이웃에게로 갈 것...

사수가 쏘아야 화살은 표적을 향해 날아가듯이...

- 시몬느 베이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