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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hoeffer] 나는 누구인가

truehjh 2010. 12. 22. 14:27

 

나는 누구인가?

남들은 가끔 나에게 말하기를

감방에서 나오는 나의 모습이

어찌 그리 침착하고 활기찬지,

마치 자기 성에서 나오는

영주 같다는데...

나는 무엇인가?

남들은 가끔 나에게 말하기를

감시원과 말하는 나의 모습이

어찌 그리 자유롭고 친절한지

마치 내가 그들의 상전 같다는데...

나는 무엇인가?

남들은 또 나에게 말하기를

불행한 하루를 지내는 나의 모습이

어찌 그리 평온하게 웃으며 당당한지

마치 승리를 아는 투사 같다는데,

남들이 말하는 내가 정말 나일까?

나 스스로 알고 있는 내가 정말 나일까?

 

새장에 갇힌 새처럼 불안하고

그리움을 묻고 사는 연약한 나,

목이 졸린 사람처럼

살고 싶어 몸부림치는 나,

색과 꽃과 새소리에 주리고

좋은 말, 따스한 벗들을 목말라하고

방종과 사소한 굴욕에도 떨며 참지 못하고

석방의 날을 안타깝게 기다리다 지친 나,

친구의 신변을 염려하다 지쳤다.

이제는 기도에도, 생각과 일에도 지쳐 공허하다.

이별에도 지쳤다.

이것이 내가 아닌가?

나는 무엇인가?

이 둘 중 어느 것이 나일까?

오늘은 이 사람이고

내일은 저 사람인가?

두 가지 모습이 모두 나일까?

 

남 앞에선 허세,

스스로에겐 한없는 연민을 느끼는

나약한 사람인가?

이미 결정된 승리 앞에서 무질서에 떠는

패잔병에 비교할 것인가?

나는 무엇인가?

이 적막한 물음은 나를 끝없이 희롱한다.

 

내가 누구인지 나를 아는 이는

오직 당신 뿐,

나는 당신의 것,

오, 하나님!

 

나치 당원들에게 투옥되어 있을 때 Dietrich Bonhoeffer가 쓴 글이다.

인생의 의미를 탐구하는 자의 비애감과 애통이...

조용한 방, 나른한 햇살 아래서 글을 읽고 있는 나에게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