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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중년기마무리 - 평범한 일상의 길 위였으면...

truehjh 2011. 12. 9. 15:36

평범한 일상의 길 위였으면...


무엇이 되어야 할 것만 같아 아등바등하던 지난 세월이었다. 그러나 지금 나는 무엇이 되어 있지 않다. 아니 무엇이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무엇이 되지 못했다. 물론 지금 무엇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그러므로 노후의 삶에 대한 생각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이 계획하며 바라는 노년기의 삶은 거의 비슷하다. 사랑하는 배우자와 함께 건강하게 살기를 원하며, 자연을 벗하여 살기를 원하며,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자식들과 손자들의 재롱을 볼 수 있기를 원하며, 여행, 운동, 취미생활을 하면서 사는 것, 그리고 좀 더 욕심을 부리자면 사회봉사를 통해 삶의 의미를 부여하며 사는 것 정도다. 바로 이러한 평범한 일상들이다. 어찌 보면 아주 간단하다. 고작해야 그런 것들인데, 이 평범한 일상에 도달하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에 노후가 불안한 것이었다.


누구나 다 가는 평범한 일상의 길을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면서 새로운 꿈을 찾아 떠나고 또 떠났던 지난 시절에는, 내가 떠난 그곳이 어버이의 꿈이었었다는 사실을 몰랐다. 나만의 특별한 삶을 찾아 이리저리 헤매며 먼 길을 돌고 또 돌아 다다른 이곳이 알고 보니 바로 내가 떠났던 일상이었다.


어버이가, 내가, 다음 세대가 결국 안착하는 곳은 바로 이 평범한 일상이다. 어버이가 힘겹게 이룩해 놓은 이 평범한 일상, 내가 평생을 살며 만들어 가는 이 평범한 일상, 다음 세대가 또다시 꿈꾸며 찾아 나서는 이 평범한 일상!


평범한 일상의 품이 얼마나 포근하다는 것을 이제는 알 수 있다. 그러므로 걱정할 일이 없다. 지금까지 살아온 것처럼 그렇게 또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아니, 지금까지는 끝 모를 어떤 것을 향해 달렸기에 힘겨웠지만 이제는 끝이 보이니까... 평범한 일상이 바로 그것이니까... 삶이 훨씬 쉬워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