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There/우리나라

202006(1) 강릉으로

truehjh 2020. 6. 28. 19:53

2020.06.19.()

 

올여름 가족여행은 동해 쪽이다. 일찍 시작된 국내 여행이니만큼,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마음이 널널했었는데, 막상 떠나는 날 아침이 되니 후회가 된다. 미리 준비해 놓을 껄껄껄... 2박 3일에 필요한 짐을 서둘러 챙기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도토리가 생각보다 일찍 왔다. 엄마 아빠가 일 마무리하고 나오는 시간까지 공부하면서 기다리겠단다. 이젠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청년이다.  마냥 어린 도토리가 아니다.

 

3시 넘어 출발했는데 한참 가다가 지팡이가 없는 것을 발견했다. 에어컨 찬 바람을 막기 위해 배 덮개를 찾고, 물갈이 때문에 끓인 물을 따로 담고, 차멀미 방지용 사탕을 들고나오느라고 깜박했다. 으휴... 바닷가를 마음대로 걸을 수는 없겠다. 스스로 못 챙겼으니 할 수 없다. 요즘은 놓치는 것들이 많다. 나이 탓일까.

 

떠날 때는 구름이 살짝 낀 날씨라 운전하기에는 좋은 것 같았다. 동쪽으로 갈수록 하늘은 맑아지고 산은 초록으로 물들어 있다. 아름다운 강산이다. 가다가 홍천 휴게소에 들렸다. 화장실에 들렸다가 나오는데 동생이 지팡이를 내밀었다. 감동의 물결이었다. 사실 지팡이가 없어서 해변 걷기는 포기하고 있었는데 동생의 세심한 배려로 마음대로 걸어 다닐 수 있게 되었다. 휴게소에서 지팡이를 살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본인인 나도 생각 못 하고 있던 문제를 동생이 해결해 주니 마음이 뭉클하다. 언제나 그렇다.

 

3년 전에 완공했다는 인제양양고속도로를 달렸다. 길고 짧은 터널들의 연속이다. 다 빠져나오니 안개비가 내리고 있다. 강릉을 향해 다시 한 굽이 넘어가니 해님이 쨍하고 나타났다. 맑은 날씨가 우리를 맞는다. 바다 냄새도 난다. 예약 시간에 거의 맞춰 라카이 호텔이 도착했다. 

 

수속을 마치고 먼저 바다가 보이는 9층 레스토랑으로 갔다. 속이 시원하다. 코로나19 때문에 방구석 1열만 하다가 확 트이는 시야를 마주하니 살 것 같다. 멋진 식사보다 풍경이 더 배부름과 만족감을 불러온다.

 

잘 먹고, 기분 좋게 나왔다.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마스크가 필수다. 아니 습관적으로 마스크 착용이다. 우리 식구 밖에 없는데도 말이다. 주차장으로 내려와 다시 차를 타고 우리가 숙박할 곳으로 이동, 비용을 더 지불하고 배정받은 방으로 짐을 들고 올라갔다. 방에서 보는 뷰가 정말 끝내준다. 사진 찍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수평선 먼 곳으로부터 오징어배의 불빛이 선명하게 다가오고...

 

짐을 풀고 커피 마시러 나가자고 하길래 동생 식구들만 바닷가로 내보내고, 나 홀로 TV를 독차지했다. 오늘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팬텀싱어3를 보는 금요일이다. 아, 그런데 실망이다. 마지막 남은 4중창 세 팀이 멋진 하모니를 이루며 들려주는 환상의 소리를 기대했었는데, 노래 없는 팬텀싱어가 내 기대를 저버리고 말았다. 할 수 없이 다음 주를 기다리며, 착한 동생 내외가 우리에게 양보한 침대방에서 편하게 씻고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