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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구원의 하나님으로 인하여 기뻐하리로다 (합 3 : 17 ~ 18)

truehjh 2011. 9. 21. 00:38

 

소슬한 바람 불고 풀벌레 소리가 조금씩 커지는 이 가을밤에... 추억할 수 있는 사람들과 추억할 수 있는 글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저 감사하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비록 지금은 아무런 추억을 만들지 못하고 살고 있다 하여도... 지난 세월... 특히 젊음의 시간들에 대하여... 풍성한 기억을 가질 수 있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타고 남은 재처럼 내려앉아 있는 나의 영혼을 일깨워 주시며, 허무함 때문에 도저히 한걸음도 움직일 수 없던 나를 위로해 주셨습니다. 어쩌면 이제... 아니 조금만 더... 저를 기다려 주신다면... 절망과 무기력의 늪으로 스스로 빠져들던 나를 멈추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주 조금만 더 저를 기다려 주신다면... 작고 소박한 꿈을 다시 꿀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제 오후에 스페인 라스팔마스의 원양어선과 한인들에 관한 TV프로그램을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너무 공허하다고 또 외롭다고 주절주절 혼자서 하소연하면서 TV를 켰던 것이었습니다. 잠깐 보다가 라스팔마스에서 보내진 옛 엽서들이 생각나서 먼지 낀 책꽂이를 뒤적였습니다. 정열적으로 춤추고 있는 무희들과 빼곡한 글자들이 거기 그대로 있었습니다. 우리의 영혼이 가장 맑을 때 쓴 편지들은 지금 읽어보아도 너무 멋진 내용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 친구와 주고받은 수십 통의 편지들을 꺼내놓고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읽었습니다. 그리고 편지들과 연관된 시기인 1977년~1979년 사이의 일기도 꺼내서 함께 읽었습니다.


그 시기는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하고, 약국을 개업하고, 결혼의 가능성을 생각해 보는 격변의 시간들이었습니다. 그 속에 내 20대 초반의 순수와 믿음과 꿈과 우정과 방황과 사랑이 있었습니다. 난 장애로 인한 열등감을 감추기 위해... 사랑받은 것만큼 사랑하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순수하게 사랑했고, 진실한 믿음을 가지고, 성실하게 꿈꾸고 있었습니다. 나에게도 이렇게 아름다운 추억 몇 가지가 남아있더란 말입니다.


젊었을 때 주신 풍성한 추억들로 인하여 갑자기 부자가 된 것 같아서 마음이 여유로워졌습니다. 지금은 잊혀진 사람들이 되어 있어도 옛날 그 시절로 돌아가 보면 생생한 아름다움으로 닦아오는 장면들입니다. 좌절과 아픔마저도 감격하면서 뒤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추억할 사람, 추억할 사건, 추억할 글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지금 나의 삶이 무성치 못하고... 열매가 없으며... 지나온 나의 삶에서 소출을 찾아 볼 수 없어도... 먹을 것이 없고... 지갑이 비어있더라도... 그토록 아름다운 추억들을 남겨주신 나의 구원자 여호와로 인하여 기뻐할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성에서 영성으로’의 저자(이어령지음)를 위로하셨던 하박국 3:17~18절의 말씀이 내 마음의 문도 두드려 주셨습니다.


비록 무화과나무가 무성치 못하며 포도나무에 열매가 없으며 감람나무에 소출이 없으며 밭에 먹을 것이 없으며 우리에 양이 없으며 외양간에 소가 없을지라도 나는 여호와로 인하여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으로 인하여 기뻐하리로다  - 하박국 3 : 17~18 -


여러 세대에 오고 간 많은 선지자들이... 그 많은 믿음의 선조들이... 하나님께 부르짖을 때... 응답받지 못함에 거부당한 고통으로 마음을 찢기면서도... 하나님을 향해 등을 돌리지 않았던 것처럼... 나도... 나의 영혼도 ... 당신을 기다립니다.


뜨겁게 타오르는 사막의 열기와 갈증 속에서 허덕이는 나의 영혼이... 불투명한 냉기 속에서 허무와 공허함으로 얼어붙은 나의 영혼이... 나의 구원의 하나님으로 인하여 즐거워하고 기뻐할 수 있기를 바랄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