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Fiction/아버지를위한노래

3-05) 감사

truehjh 2014. 3. 30. 13:13

3-05. 감사

 

기운이 점점 없어지면서 영혼이 더 맑아지는 것 같다. 주일(10.11. 일)이라 아이들이 다 모여들었는데, 정희가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아버지 40일 금식기도도 다 끝나 가네요. 입원한 날부터 벌써 40일이 되어가니까요. 몸은 힘드시겠지만 마음을 편안히 가지세요.’라고 말한다. 그리고는 얼굴을 쓰다듬으며 ‘아버지 웃어 주세요. 웃는 얼굴 좀 해 보세요.’ 그러면서 자기는 또 눈물을 뚝뚝 떨어뜨린다. 몸도 불편하고 결혼도 하지 않아서 마음에 걸리는 딸아이이지만 씩씩하게 잘 살고 있으니 다행이다 싶기도 해서 안타까운 눈으로 한참 쳐다보았다.

 

기운이 없어 손을 움직이기도 힘들어졌다. 입은 마르고 정신은 희미해져 가는 것 같은데... 십자가상의 예수님을 생각하려고 애써본다. 큰 며늘아이가 부산하게 들어오더니 정열이댁이 아이를 가졌다는 소식을 전한다. 나는 너무 감사한 나머지 눈물이 나왔다. 교회를 지켜준 작은아들에게 주신 하나님의 축복임이 확실하다. 생명은 이렇게 가고 오는 것인가. 생명의 신비는 내가 살아있는 동안 또 하나의 기적을 체험하게 해 준 것이다. 정훈이도, 정혜도, 정희마저도 다 ㄷㅂ제일교회를 떠나서 자신의 길을 선택하여 살고 있는데 정열이만은 남아서 교회를 그리고 나를 지켜주고 있는 것이 언제나 고맙고, 마음 한 구석에 듬직한 힘이 되어 주었지 않았던가. 그런데 그 아이에게 오래도록 자식이 없어 하나님의 뜻이 무엇일까 고민해 왔었다. 이제 내가 그 축복의 소식까지 들을 수 있다니 너무도 감사한 일이다. 쇠잔해 가는 육신이지만 이제 더 이상 무엇을 바라랴.

 

하나님 나를 인도해 주소서... 나의 영혼을 부탁합니다.

고통 중의 인생 길에서 지켜주심을 감사드리며 부족한 자를 세워 주의 종으로 삼으사 십자가의 도를 실천하게 하여 주심을 감사하나이다. 이렇게 하나님나라로 가는 길에서도 축복해 주시니 또한 감사하나이다. 나를 받아 주소서.

 

오늘(10.12.월) 아침에도 병원에서 간호사 수녀님이 오셨다. 소변 줄을 소독하던 간호사의 무표정이 마음에 걸린다. 수녀는 나에게 말을 걸었다. ‘할아버지, 천국에 가셔야죠. 천국에 가고 싶으시면 제 손을 꽌 잡아보세요.’ 나는 수녀 간호사의 손을 꼭 잡았다. 그것이 나의 일평생 소원이며 목표였는데... 천국에 가고 싶지 물론...

 

정훈엄마와 며늘아이는 오늘도 분주하다. 그들은 그들이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 모두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정신이 가물가물 해지는 것 같다.

 

'Fact&Fiction > 아버지를위한노래' 카테고리의 다른 글

[4부 : 에필로그]  (0) 2014.04.09
3-06) 천국문  (0) 2014.04.01
3-04) 무언의 시간  (0) 2014.03.27
3-03) 다시 아들집  (0) 2014.03.13
3-02) 응급실과 중환자실  (0) 2014.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