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Fiction/아버지를위한노래

3-06) 천국문

truehjh 2014. 4. 1. 10:22

3-06. 천국문

 

정훈엄마의 찬송소리가 들려오는데 바로 곁에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멀리서 들려오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면 나는 잠시 아니면 얼마동안 잠을 잔 것일까. 숙의 목소리는 언제나 아름답다. 50년쯤 전에도 그랬었지. 내가 처음 독창을 한 것도 그때였어. 내 목소리는 참으로 기념할 만한 것이었을 꺼야. 그러나 숙은 달랐지. 꾀꼬리 같다고나 할까. 지금 내 귀에 들리는 저 목소리는 여전히 아름다워. 우리가 피로연에서 화답으로 불렀던 찬송이 몇 장이었지. ‘주의 주실 화평...’ 가정을 돌보시지 않고 언제나 화만 내시던 아버님, 병약하셨던 어머님, 이북에 남아 있는 누이들, 공부하겠다고 고집하며 투쟁하던 막내동생, 가난... 나의 길을 찾으려는 갈등으로 인해 더욱 가정의 화평을 갈구했을지도 모르지.

 

오늘 숙은 지치지도 않는지 큰소리로 찬송을 계속 부르고 있다. 내 힘이 약해지는 것을 알아챈 것은 아닐까... 나는 숙에게 지워 주었던 내 반쪽의 십자가를 다시 돌려받아 가지고 하나님께로 가는 것일까. 아니면 내 십자가의 반쪽이라고 생각했던 그 자체가 그녀의 십자가였나... ‘잠시 동안이라도 단신의 속성대로 자유롭게 살다가 하나님께로 오면 다시 만납시다... 연약한 그릇이었지만 나에게는 소중한 그대...’

 

숙의 기도소리가 갑자기 커지고 있다. “예수이름으로.....”라고 소리친다. 무엇엔가에 놀랐나보다. 그녀는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이 모든 두려움은 주님께 맡길 수밖에 없다. 정훈이, 경은이, 정열이, 기영이, 신목사, 정혜가 언뜻 언뜻 보였다가 사라진다. 그리고 누군가 나에게 몇 번 말을 건넨 것 같기도 하다.

 

시간이 흘러간 것인가. 얼마나 지난 것인가. 잔잔한 물가 같기도 하고 푸른 초장 같기도 하다. 내 영혼은 평화롭다. 식구들의 찬송소리가 들린다. 하나님 나라의 음악같이...

“내 주를 가까이 하게함은... 십자가 짐 같은 고생이나... 내 일생 소원이 늘 찬송하면서... 주께 더 나가기 원합니다...”

............

 

 

(fade a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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