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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나는 아직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다

truehjh 2016. 1. 12. 16:03

나는 아직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다

 

김형석 에세이 / 철학과 현실사

 

2016년도 새해를 맞아 처음 읽을 책으로 김형석 교수의 에세이 <나는 아직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다>를 선택하고 차분히 읽었다. 이 에세이집은 살아오면서 겪었던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엮어, 애정을 듬뿍 담아서, 누군가가 조심스럽게 내 놓은 글이라는 느낌이 든다. 또한 예수를 믿는 사람으로써의 신앙적 성찰도 깊은 울림을 준다.

 

순간적으로 강한 임팩트를 주는 글귀라기보다는 친근한 내 이야기, 내 친구 이야기 같아서 정감 있다. 자신의 주장을 차분하게 설득해 나가는 글에서 고령이 주는 독선적인 모습은 별로 드러나지 않는다. 가끔 반공과 애국의 정서가 깊게 깔려 있는 어떤 부분에는 동의하고 싶지 않은 부분들이 있지만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정서라고 받아들이면 별 무리가 없다. 나의 엄마와 아버지가 가지고 계셨던 정서와 별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 저는 철학을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한 가지 소망스러운 마음의 다짐이 있었습니다. 한평생을 자유로운 지성인으로 살자는 뜻이었습니다. p73

 

- "그렇다고 그 연세에 무슨 일을 하겠는가?”, “일은 90이 되기 전에 했어야 하지 않는가?”라고 묻게 된다. 그렇다. 그러나 성실하게 자기 부족을 깨닫는 사람은 과거에 못한 일들을 뒤늦게 발견할 수도 있다. 쉽게 말하면 후진들에게 이렇게 사는 것이 좋겠다는 작은 모범이라도 보여주면서 살 수는 있다. p84

 

- 나는 교인이다. 그러나 교회를 위한 기도는 별로 드리지 않는다. 교회는 가난하고 소외당한 사람들을 위해 마음 써야 한다. 교인들은 교회보다도 교회 밖의 그들을 위해야 하며 교회보다도 민족과 국가를 위해 기도드리는 정성과 시간이 더 많아야 한다. 교회는 교회를 위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p85

 

- 기도하는 마음과 자세는 90대가 넘어서도 계속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의무라고 생각한다. p85

 

- 누가 어떻게 말하든지 세상은 나보다 착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내가 그렇게 살지 못했을 뿐이다. p86

 

- 나는 늙지 않았다고 억지를 부리는 것도 좋지 않으나, 나는 이미 늙었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차라리 “나는 아직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 “나에게는 지금도 주어진 시간과 일이 있다”, “무엇인가를 사랑하고 위해주고 싶은 생각이 있는 동안은 나는 행복하다”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것이 네 시간의 빈 그릇을 채우는 열매들이라고 생각한다. 사랑하는 마음과 대상이 있는 동안은 인생은 공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 민족을 걱정하는 사람, 자유와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사랑의 대상은 얼마든지 있다. 그래서 늙은 사람도 보람과 희망을 가지는 것이 아닐까. 세월도 그것들을 빼앗아 갈 수는 없을 것 같다. p86

 

- 이간의 본분은 정치를 위해 태어난 것도 아니며 정치가 궁극적인 삶의 목적도 아니다. 정치는 더 좋은 삶과 더 가치 있는 생활, 즉 더 많은 사람이 더 풍요로운 행복을 누리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수단과 방법인 것이다. p197

 

- 경제활동은 우리 모두의 선한 의무다. 그래서 가난에 허덕이는 이웃이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 오히려 용납될 수 있는 가치관이 있다면, 정신적 부를 위하여 물질적 청빈을 택한다든지, 나를 위해서는 적게 소유하고 이웃을 위해서는 많은 것을 베풀면서 살 수 있다면 그것이 더 건전한 사회인의 선택일 것이다. p206

 

- 예수는 인간적 삶의 진리와 역사적 사명을 가르치기 위해 싸우는 일생을 살았다. p220

 

- 지금도 나는 참 그리스도인이 되고 싶은 염원을 견지하고 있다. 그 노력은 내 인간적 자유를 신의 사랑의 제단에 바칠 수 있을 때 참 자유가 주어질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허무와 운명이 인간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동안 인간은 참 자유를 누릴 수가 없다. 인간의 한계지어진 자유가 신의 살ㅇ과 동화되었을 때 운명은 섭리가 되고 허무는 실재가 될 수 있다는 삶을 터득하고 싶었다. p220

 

- 만일 대한민국의 전 국민이 여당과 야당의 당원이 된다면 어떻게 되는가. 중립적인 애국적 견해를 갖춘 국민들이 정권을 지지도 하고 견제도 해서 국정의 진로를 확정해야 하는 것이 민주사회의 정도인 것이다. p224

 

- 웰다잉이라는 생각 속에 깔려 있는 첫째 조건은 무엇인가? 솔직히 말해서 고통이 적거나 없는 죽음이다. p275

 

- 어떤 사람이 빈 손으로 가는가? 소유가 목적이어서 산 사람은 누구나 빈손으로 떠나게 되어 있다. 죽음은 모든 소유물을 놓고 가도록 운명 지어져 있기 때문이다. p2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