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umantary&Faction/My Story In His Hand(1955~ )

실버시대 - 새로운 둥지

truehjh 2025. 9. 3. 10:04

 

만 칠십이 된 나이에 새로운 둥지로 옮겼다. 주님의 인도하심과 보호하심 아래 도달한 나의 작은 공간이다. 이번 이사는 노쇠해 가는 내 몸에 최적화된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한 과정 중의 하나다. 영태리에서 이곳으로 옮기는 결정을 하면서 두세 가지 이유로 크게 흔들렸었다. 하나는 남동생 가족과의 감정적인 교류가 줄어들 것 같아서였고, 둘은 가지고 있는 현금을 보증금으로 묶어 놓으면 급하게 필요할 때 여유가 없어질 것 같아서였다. 부차적이긴 하지만, 창문을 열면 앞마당 텃밭이 보이고 거기에서 자라는 작물들을 보며 흙냄새를 맡을 수 있었는데 그럴 수 없게 된다는 것도 흔들린 이유 중의 하나였다.

 

새로운 둥지는 영태리 집 공간의 1/3 정도의 크기다. 영태리 집은 방들의 공간이 넓고 층고가 아주 높아서, 밖으로 나가지 않고 창문을 열어보기만 하면서 살아도 답답함을 느끼지 않았다. 그러나 생활근린시설 이용과 사회복지제도의 접근성이 떨어지고, 건강을 위한 산책이 어려운 환경이라는 점이 불편해서 이사를 단행했다. 다행히 새로 이사한 공간은 작지만 쓸모 있게 구성되어 있고, 유리창 너머로 하늘과 넓은 길과 녹지가 보여 미리 걱정했던 것보다는 그렇게 답답하지는 않다.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어찌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남동생 집에서 분가 후, 영태리에서 75개월이라는 시간을 사는 동안 내 행동양식이 축소지향으로 바뀐 것은 사실이다. 많은 관계들이 정리되고, 활동도 간소화되었다. 교통 문제 등 지역적인 조건들 그리고 코로나 등등의 이유가 있었지만,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내 나이의 삶에 필요한 기간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제 새로운 환경으로 들어왔다. 여기서 그냥 욕심부리지 않는 노인으로 잘 살아 가는 일이 남았다. 나에게 최적화된 공간에서 자주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환경을 설계하는 것이 고령화의 삶에 도움이 된다고 하니, 바뀐 환경에 잘 정착하기를 기대한다.

 

새로운 환경의 장단점 중에서 단점만 생각하며 사는 불상사는 없어야 한다. 소음이나 건축분진은 나만 겪는 것이 아니고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모두 다 겪으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긍정적이고 능동적이고 희망적인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 폐쇄시킴에서 벗어나는 것이 바람직하다. 행복주택에서 산다는 것은 경제적인 문제도 정리되었다는 이야기나 마찬가지이므로, 타인의 기대에 대한 부담도 줄었다.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내가 가진 한계 안에서 소박하게 살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병원 들락거리는 상태를 두려워하지 말고 의료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으며 살아야 한다. 건강 문제로 형제들에게 걱정 끼치지 말고 살기를 바라지만, 건강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영역이니 내가 관리할 수 있는 만큼만 걱정하고, 하나 마나 한 걱정들은 어찌할 수 없는 과제로 남겨둘 수밖에 없다. 또한, 마음의 건강도 중요하므로, 평상심을 지키기 위해서는 타인과 비교하지 말고, 칭찬과 감사의 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과 함께 행복을 느끼며 사는 것이 최선이다

 

여기에서 살면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받은 사랑을 축복으로 돌려주며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것이다. 다 돌려주고 나면 하나님께서 날 데려가실 것이라고 믿는다. 눈동자처럼 보호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며 살았던 영태리 집에서의 삶처럼 앞으로의 삶도 그랬으면 좋겠다. 이곳이 이 세상 나그넷길을 가는 순례자의 마지막 거처가 되기를 기도한다. 하나님의 사랑을 힘입어 자력으로 이동할 수 있는 체력을 가지고 감사하며 평안히 살다가 잠자는 듯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을 수 있다면 더 이상의 소원이 없겠다. 마지막 숨을 쉴 때까지 하나님이 주신 축복을 온전히 누리면서 이웃을 축복하며 살 수 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