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umantary&Faction/My Story In His Hand(1955~ )

실버시대 - 노인으로 살 준비가 아직...

truehjh 2025. 10. 17. 10:04

 

오래간만에 미국에서 귀국한 난숙이와 여전히 가정에 충실하고 있는 혜경이를 만났다. 중학교 때부터 만나 고1 같은 반에서 사인방 친구가 된 우리다. 익숙한 거리 인사동에서 만나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며 그동안의 회포를 풀었다. 70대에 진입한 여인들이 10대 소녀 시절을 떠올리며 하는 수다는 끝이 없었다. 먼저 간 혜숙이를 기억하며 눈물바다가 되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남은 우리는 각자 나름대로 씩씩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을 감사하기로 했다. 그리고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자고 약속하면서 헤어졌다.

 

친구들과의 만남은 내가 이사한 후 첫 번째 시도한 서울 나들이였는데,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실행했다는 것이 뿌듯하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전철역이 있어서 마음의 부담이 훨씬 적었다. 이전같이 활발한 발걸음은 아니더라도, 뭔가 어색하고 느려진 발걸음이라 하더라도, 내가 다시 걸어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용기가 생겼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그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장애인이며 노인인 내가 그날 전철을 이용하면서 아무런 복지혜택을 누리지 못했다. 게으른 탓에 노인 교통카드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노인으로 살아갈 준비가 아직 덜 된 것이다. 지금까지는 시민의 의무를 고스란히 감당하며 다녔다고 하더라도, 이제는 그럴 처지가 아니다. 그래서 노인이 받을 수 있는 복지혜택은 찾아서 누리기로 마음먹고, 며칠 후 행정센타 노인복지과를 방문했다. 장애인복지과는 몇 번 가보았어도 노인복지과는 처음이었다. 담당자는 농협은행으로 가서 경로우대 교통카드를 신청하라고 안내했다.

 

나는 장애인 교통카드는 아예 처음부터 발급받지 않았기 때문에 장애인이면서도 지하철 요금을 꼬박꼬박 내고 다녔다. 지하철 이용료를 내고 다니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자랑할 일은 더욱 아닌데, 나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이유는 없다.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가스, 전기, 수도 등의 장애인 복지 혜택은 받고 있으면서 말이다. 장애인이기 때문에 제도적인 차별을 받고 살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혜택은 받아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렇게 반갑지만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노인 교통카드도 마찬가지다. 지공족으로 진입하는 나이가 훨씬 지났지만 공짜로 타고 싶지 않았다. 물론 65세 이후 지하철을 탈 일이 그리 많지 않았던 이유도 있다. 수영장, 슈퍼, 미용실 등 가까운 생활 필수 장소는 운전하고 다녔고, 서울 구경을 별로 하지 않고 살아서 1년에 지하철 이용하는 횟수가 열 손가락 안으로 꼽을 정도였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교통뿐 아니라 의료 등의 노인복지 정책을 꼼꼼히 찾아보면서, 노인으로 살아갈 준비를 잘 해야겠다. 늦은 감이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