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There/터키(2013)

[2013 보행장애인의 터키여행] 공항 풍경 (인천공항 - 이스탄불공항 - 이즈밀공항)

truehjh 2013. 8. 9. 23:10

2013.07.29~30

 

이번 여행지는 세계사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터키다.

터키여행에 대하여 인터넷써핑을 해 보아도 어떤 유적지는 몇 분 거리에 있는지, 얼마나 걸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찾기 어려웠다. 고대 유적지를 찾아가는 것은 보행이 불편한 장애인에게는 어쩌면 커다란 모험일찌도 모른다. 나역시 용기가 필요했다. 희망사항이지만 장애인이 참고로 할 수 있는 자료나 아주 작은 정보라도 제공할 수 있다면 내 나름대로 의미가 더 깊어지는 여행이 될 것 같아 메모를 좀 자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조그만 노트를 하나 준비했다. 꺼내기 쉬운 곳에 넣어두었다가 인천공항의 풍경부터 열심히 메모하기 시작했다.

 

터키항공기는 월요일 23시 45분에 이륙했고, 약 12시간의 긴 비행이 시작되었다. 항공사에서 제공하는 몇 가지의 소품들 중에서 가벼운 슬리퍼가 제일 맘에 들었다. 신발을 벗어놓고, 슬리퍼를 신은 후에 가장 편한 자세로 앉아 있었지만 잠 못 이루는 시간이 너무 지루하고 불편했다. 기내에서 조금 편하려고 스커트를 입고 있었는데, 오랜 시간 비행기 좌석에 앉아 있으니 허리가 불편해져서 한쪽 엉덩이 아래 메모노트를 깔고 받침으로 사용했다. 노트의 높이가 균형을 맞추는 데는 제격이었는데 이즈밀 공항에서 비행기에 놓고 내렸다. 결과적으로 그때까지의 낭만적인(?) 기록은 사라졌다... 아쉽지만 버려진 것은 버려진 것이고... 다시 기억을 떠올리며 공항풍경부터 더듬어 본다.


고맙게도 동생친구가 우리 일행을 인천공항으로 데려다 주어서 편하게 도착했다. 남동생부부, 그들의 딸 도토리, 그리고 도토리의 고모인 나 이렇게 네 명의 조합으로, 짐은 합해서 세 꾸러미였는데, 내 짐은 도토리가 맡기로 했다.  

 

 

 

오후 8시에 3층에 있는 여행사 미팅장소에서 확인하고, 짐을 부치고, 티켓을 받고, 일찌감치 터키항공 게이트 앞으로 갔다. 시간이 많이 남더라도 일단은 게이트 앞에 가 있어야 안심이 된다. 조금은 현실적이지 못한 태도이지만 난 휠체어서비스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맨 먼저 타야하고, 맨 나중 내려야 하고, 일행과 떨어져 있어야 하는 과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물론 내가 힘들게라도 걸을 수 있는 조건이기 때문에 내리는 판단이기는 하다. 한 친구는 이런 나를 보고 장애인정체성이 부족한 장애인이란다. 나는 15분 정도는 천천히 쉬지 않고 걸을 수 있어서 아직은 공항에서 한두번 쉬면서 걸어다니는 것을 선호한다. 그러나 휠체어를 타야만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다.

 

저녁을 부실하게 먹어서인지 배가 고팠다. 

늦은 시간이라 공항안의 음식점들은 거의 문을 닫은 상태다. 아직 영업을 하고 있는 가게를 찾아 햄버거를 하나씩 사먹고는 비행기가 뜨기를 기다렸다. 어떤 그룹과 함께 가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몇몇의 사람들이 눈안에 들어왔다.


 

인천공항에서 이스탄불공항까지... 이스탄불공항에서 이즈밀공항까지...

터키항공의 국제선과 국내선을 모두 이용해 보게 되었다. 터키항공을 처음 타는 것이라 여러모로 궁금했는데 생각보다는 괜찮은 항공사인 것 같다. 환한 웃음의 친절함은 없지만 성실하고 책임감 있어 보이는 승무원들, 기내에서 제공된 실속 있는 물품들과 음식들, 그리고 깔끔한 착지를 성공시키는 비행기 조정사들의 솜씨까지 마음에 든다.

 

시차는 6시간... 한국시간으로는 정오쯤 되었겠지만 터키시간으로 새벽에 이스탄불공항에 착륙했다.

우리가 내린 곳에는 안내자가 나와 있지 않아서 무작정 사람들을 따라 갔으니 좀 많이 걸은 편이다. 공항 내에서 20~30분간 우왕좌왕하다가 터키인 안내원들의 도움으로 공항 밖에 있는 여행사 가이드와 겨우 연결이 되었다. 다시 1시간 비행하여 9시에 이즈밀 공항에 내렸다. 이즈밀로 가는 국내선은 여행사 가이드와 함께 해서 별 어려움 없이 나왔다. 그곳에는 듬직한 현지인 가이드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모두 28명으로 8팀이 만났다. 가이드와 운전기사까지 합하면 31명...


별로 크지 않은 공항이지만 여행전용버스가 있는 곳까지의 거리가 만만치 않았다. 인천공항과 이스탄불공항에서 계속 걷던 터라 이즈밀 공항에서 20분을 더 걸으니 드디어 오른쪽 다리에 경련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한쪽 다리는 보조기에 의존하지만 결국은 한 다리에 모든 체중을 싣는 상태가 되기 때문에 무리가 되었다. 마음이 급해지는 것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고... ㅠ..ㅠ..

 

 

 

물론 일행에서 뒤떨어지기 시작했다.

도토리를 의지해서 맨 끝으로 버스주차장에 도착했는데 가이드의 의심스러운 눈초리와 아직 인사도 나누지 않은 초면의 여행팀 사람들의 걱정스러운 눈빛이 마음에 와서 꽂히기 시작했다... 아... 오늘 에페소를 걸어야 하는데... 겁이 덜컥 났다. 처음 스케줄부터 나 홀로 버스 속에 남아 있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