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7.30
주요 이동 수단은 대형버스다.
대형버스라는 의미는 목표장소에 최대한 가깝게 접근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주차장이 대부분 멀리에 따로 있고, 좁은 길로는 들어가지 않는다. 또한 버스의 앞과 중간에 문이 있는데 그 문들은 경사도가 심하고 좁아서 오르고 내리기가 어렵다. 좁은 계단이 4개나 된다. 크러치나 스틱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위험한 오르내리기이다. 나는 양손으로 손잡이들을 붙잡고, 혹은 문틀을 붙들고 타야만 했다. 이즈밀공항에서 처음 버스를 오를 때는 에페소를 걸을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해서 버스가 편한지에 대한 생각을 할 틈이 없었다. 에페소를 통과하고 나니 이제 좀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버스 안의 풍경도도 그려진다.
좀 나이 있어 보이게 행동하는 두 여인분과 또 다른 일가족이 선두로 들어가 좌우 앞좌석을 차지하고, 꼬마들과 함께 온 가족들은 자연스럽게 뒤로 간다. 나와 우리 동생가족은 어중간하여 중간 좌석에 앉게 되었다. 누구의 강요도 없었지만 처음에 앉은 자리가 지정좌석이 되었다. 저절로 지정된 좌석에 앉아 우리 일행 28명을 둘러보니 내가 제일 나이가 많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계속 앞좌석을 차지하고 앉는 사람들은 서운하게도(?) 나를 장애인 취급도, 고령자 취급도 하지 않는다... ㅋ... ㅋ...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나보다 1년 연상이신 분이 한 사람 있었으니 나의 예측이 거의 맞았다.
우리 버스는 에페소에서 나와 그리이스인의 마을 쉬린제로 이동했다.
버스로 약 40분... 산비탈을 따라 조성된 조용한 그리스풍 마을로, 모든 건물이 흰 회벽에 붉은 기와지붕을 하고 있다. 버스에서 내려 언덕위에 있는 예쁜 건물로 들어섰다. 지금은 레스토랑이 되었지만 오래 전에 학교였었다는 건물에서 지역와인을 시음하기도 하고, 양고기갈비로 점심식사도 하고... 다음은 마을을 둘러보는 시간이다. 수공예품이 유명하다는 말에 가게를 기웃거리다가 양가죽제품을 팔며 호객하는 남자에게 끌렸다. 부드러운 가죽제품을 보이며 50불을 부르더니, 깍아 달라 하니까 질이 좀 떨어지는 가방을 내놓으며 40불이란다. 돌아서서 나온 뒤에 남아있던 동생과 흥정이 붙어서 결국은 맘에 드는 양가죽 백팩을 35불에 구입했다. 질이 좋은 제품을 처음부터 좀 싸게 불러 호객한 것 같지만 흥정하는 과정도 재미있었고, 여행기간 동안 도토리가 유용하게 들고 다닐 수 있어서 아주 만족이다.
마을을 둘러본 일행들은 약속한 시간에 다시 모여 버스에 올랐다.
도로 중간에서 36도 C를 가리키는 계량판을 보았다. 뜨거운 도로 위를 달리는 버스의 창밖 풍경은 시시각각 변했다. 넓은 평야, 낮은 산들, 언덕위로 올라가며 모여 있는 집들은 몽골의 언덕마을 같은 분위기를 떠올리게 했다. 조금 다른 점은 나무들이 있다는 사실... 한 시간 반 정도 더 달려서 쿠사다시로 갔다.
여행 첫날의 일정이어서 일찍 호텔에 도착했고, 호텔식으로 저녁을 먹고 나니 시간이 여유로워졌다.
온천욕을 할 수 있는 호텔이라지만 나에게는 그림의 떡이고... 로비에서 커피를 마시며 오늘 하루의 일정을 무사히 마치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렸다. 그리고 그제서야 비행기에 오를 때 꺼놓은 핸드폰을 켜고, 현지시간으로 알람 시간을 맞추어 놓았다.
스틱을 사용하지 않다가 갑자기 사용하니 팔다리가 뻐근해져오고 온몸에 열감이 있는데 다음날부터는 다시 강행군 일정... 내일을 위해 진통제 두 알을 챙겨먹고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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