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There/터키(2013)

[2013 보행장애인의 터키여행] 터키여행기를 마무리하며...

truehjh 2013. 10. 8. 00:09

2013.10.08 터키여행기를 마무리하며...


그래도 이번에는 회복이 빨랐다.

틈틈이 사진도 정리하고, 집안도 정리하면서 열흘 정도 보내고 여행기를 올리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버스나 비행기 속에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습성 때문에 충분한 수면을 취하면서 다니는 여행은 아예 포기했지만 다행스럽게도 다녀와서 죽은 듯이 숙면을 취하면 쌓인 피로가 잘 풀리는 편이다. 이번 여행기록은 보행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터키여행에 대하여 나처럼 망설이며 준비하는 그 누군가에게 작은 정보라도 제공하려는 의도에서 시작했다. 마지막 기록을 올리고 보니 결국은 나 개인적인 느낌을 적어놓는 일기 정도로 그치고 만 것 같아 쑥스럽지만... 그래도 그런 한 가지 일관된 시각을 가지고 긴 여행기를 완성할 수 있었다는 것이 나로서는 뿌듯하기도 해서 다음의 몇 가지를 첨부해 놓으려 한다.  


- 터키 여행을 준비하면서 참고하기 위해 다른 여행기들을 읽어 보면 몇 분을 걸었는지, 얼마만한 거리인지, 관광시간이 얼마나 걸렸는지 기록되어 있는 후기가 별로 없어서 나는 그러한 사항들을 기록해 와야겠다는 의지가 있었는데 막상 나도 스케줄 따라 허덕이며 따라 다니다 보니 시간이나 거리에 대하여 기록해 놓을 만한 여유가 없을 뿐만 아니라 정확한 기억도 남지 않는다. 그 나마의 기억도 정확한 수치가 아니고, 기준 또한 나 자신이어서 한계가 있다.


-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패키지여행은 애초부터 스틱이나 크러치나 흴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의 접근이 차단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비행기로의 이동은 가능하겠지만  그 다음부터 일반 대형버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좀더 까다롭게 정보를 알아보아야 한다. 그리고 관광장소에서 휠체어서비스가 제공되는지를 확인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 음식은 여행비용에 따라 다르겠지만 3~4일 여행기간이 아니면 밑반찬을 좀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 항아리케밥 정도 밖에 기억에 남지 않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 케밥 종류가 그리도 다양한지 처음 알았다. 구우면 케밥이라고 하니 모든 음식이 획일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빵과 야채와 케밥 종류가 다양해 좋았다는 사람도 있다.


- 터키의 여름여행은 뜨거운 햇빛에 대하여 잘 대비해야겠다. 6-8월에 지중해지역으로 여행을 떠날 경우는 뜨거운 햇살에 대비해 썬글라스, 모자, 썬크림은 필수적이다. 햇볕을 가릴 수 있는 흰색의 얇고 시원한 긴팔 상의를 가지고 다니면 더욱 좋겠다. 특히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야 하기 때문에 물을 항상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모든 것이 준비한대로 진행되지는 않는다. 고로 여유 있는 예측이 필요하다.


- 평소에 스틱을 사용하지 않고 보조기만으로 보행이 가능하지만 먼 거리를 걸을 때에 두개의 스틱을 준비해 간 것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즈밀공항에서 다리에 경련이 일어나 맥이 풀렸지만 스틱을 꺼내들고 사용했더니 고대도시 에페소 관광이 가능했다. 물론 두 팔이 자유롭지 않아 사진을 찍는다거나, 양산을 쓰는 것은 포기해야 한다. 이것 또한 인생의 교훈이다. 둘 다 취할 수 없다는... 이것을 버려야 저것을 얻을 수 있다는... 우선 순위를 정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아쉽지만... 포기할 것은 과감히 포기해야. ..

 

- 순간마다 느껴지는 실수에 대한 불안은 떠나지 않지만 그 긴장감이 또한 여행의 매력 중의 하나인 것 같다. 매순간 가방 속의 여권을 확인해야 하는 스트레스, 늦은 걸음속도로 인해 나홀로 남겨지지 않을까라는 불안감, 유료화장실에 걸어놓고 나온 가방에 대한 놀람, 물갈이로 인한 설사에 대한 공포 등이 그것이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추억으로 남겨지고 있지 않은가^^...


‘갈까 말까 고민이 될 때는 가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진통제를 먹고 다니고, 또 발바닥에 물집이 잡혀 고통스러웠지만 그래도 잘 다녀왔다는 결론이다. 터키라는 나라가 상당히 매력적인 나라였음에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마지막으로 터키여행에 초대해준 동생식구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여행기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