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There/터키(2013)

[2013 보행장애인의 터키여행] 이스탄불 - 톱카프궁전 앞 광장

truehjh 2013. 10. 3. 22:17

2013.08.04

 

여행기를 마무리하는 것도 인내심이 필요하다.

여행을 다녀온 지 벌써 두 달... 순간의 감동도 잊혀져 가는데 마무리를 하지 못하고 있으니 나 스스로 좀 지루한 느낌이 든다. 빨리 끝내고 싶은데 맘대로 되지 않는 현실... ㅠ... ㅠ...


이집션바자르에서 나와 복잡한 길에 세워둔 전용버스를 탔다.

15분 정도 가서 버스에서 내리니 햇볕은 따갑고... 약 20분 걸어가면 된다고는 하지만 기준이 다른 이야기고... 어디쯤에서 걸음을 멈추어야 할지 모르는 긴장감에 목이 마르다. 1차 집합장소에서 숨을 고른 후, 뙤약볕 아래서 15분 정도 더 걸어서 톰카프 궁전과 소피아성당이 보이는 광장으로 갔다.


소피아성당은 보스포러스해협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지어졌으며 동로마시대 당시는 최대의 규모였단다. 소피아성당 앞쪽에는 전차경주를 하던 히포드럼광장이 있고, 오스만제국으로 넘어간 뒤에는 히포드럼광장 옆에 이슬람사원인 술탄 아흐메드 모스크(블루모스크)가 건설되었다. 성당 뒤편에는 이스탄불 최대의 정치 문화의 중심지가 된 톱카프궁전이 있다. 이 왕궁은 6세기 동안 3개 대륙을 통치했던 오스만제국의 행정궁전으로 여러 개의 정원과 하렘과 보석관들이 있다고 한다. 술탄의 영화를 느낄 수 있는 톱카프궁전으로 들어가는 일정인데 너무 넓어 2시간 이상 걸린다고 하니 내가 걷기에는 무리라는 생각이 들어 내부로 들어가는 것은 일찌감치 포기했다. 물론 가이드의 의견을 참작해서 톱카프궁전 앞 광장의 나무그늘에서 일행들이 다녀올 때까지 혼자 기다리기로 했다. 처음에는 입구 가까이에 앉아 있었는데 이런저런 호객꾼들이 귀찮아져서 건너편으로 가서 주변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혼자 있는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그 순간은 오롯이 나 혼자만의 시간이었고, 생각보다 아주 좋았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예쁜 노천카페에 앉아서 여유롭게 커피 한 잔 못 사 마셨다는 점이다. 장의 상태가 안심이 되지 않아 어떤 종류의 음료수도 마실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것이 단 하나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난 노천카페의 낭만적인 의자가 아닌 빈 벤치에 앉아... 어제 밤에 호텔에서 끓여 가지고 나온 미적지근한 물로 입을 축이며... 뜨거운 열기로 인한 갈증을 달랬다. 블루모스크에서 기도시간을 알리는 소리... 넓은 분수에서 물이 떨어지는 소리... 아이스크림을 파는 소리...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소리와 웃음소리... 광장을 청소하는 청소차 소리... 갖가지 언어로 소통하는 소리... 태양은 뜨거운데... 바람은 솔솔... 알 수 없는 언어들의 합창이 오수를 불러오고... 나는 졸음을 참느라고 눈을 껌벅거리고 있는데... 큰 개 두 마리가 옆에 와서 슬그머니 눕는다. 그래 같이 오수를 즐기자꾸나...

 

한참을 그렇게 혼자 앉아 있는 내가 그 구역 담당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의 눈에 띄었나보다.

이스탄불대학교 학생이라고 소개하면서 여학생 둘이 다가오더니 어디에서 왔느냐고 묻더니 케이팝 가수, 한국 드라마, 배우 등에 대하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꺼낸다. 터키 젊은이들도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은가보다. 나는 휠체어를 사용할 수 없어 톱카프 궁전에 못 들어갔다고 하니까 보석관은 휠체어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하면서 거기까지 걸어 들어가는 것이 좀 어렵겠다고 한다. 대신 소피아성당은 입구부터 휠체어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니 도움을 주겠다며 남자봉사자와 또 다른 여학생을 불러온다. 나는 일행을 기다렸다가 함께 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동안에 동생가족이 먼저 나왔다. 젊어(?) 보이는 도토리를 보더니 반가운가 보다. 한국노래를 청해 듣고 박수도 쳐준다. 동생이 아이스크림을 사주겠다고 하니 라마단기간이라서 먹지 않는다고 하며 인사하고 떠났다. 기다리고 있는 나 때문에 언제나 일찍 일행에서 이탈해 나오는 동생가족에게 미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