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There/터키(2013)

[2013 보행장애인의 터키여행] 이스탄불 - 피에로티언덕에서 아타튀르크공항으로... 그리고 이제 집으로

truehjh 2013. 10. 7. 21:38

2013.08.04

 

저녁을 먹는 테이블의 분위기는 터키에서의 마지막 식사다웠다.

누군가가 가져온 김과 볶은 고추장이 인기리에 동이 나고 말았다. 이번 여행에서는 한식을 한번도 먹지 못해서인지 모두 우리 음식이 그리운 눈치다. 식사 후에 피에롯티언덕의 케이블카 수리가 끝났다는 연락이 왔다며 버스는 그곳을 향해 이동해 갔다.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우리 일행도 합세했다. 두 대가 오르내리는데 언제 우리 차례가 올는지 몰라 마냥 서 있었다. 나는 서 있기가 너무 힘들어 창문가로 가서 문턱에 걸터앉아 있었다. 3~4분 정도 걸리는 케이블카를 탑승하기 위하여 3~40분 줄서서 기다린 우리는 드디어 피에롯티언덕에 올라갔다.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석양의 도시는 아름다웠다. 아마도 이 풍경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여기까지 올라오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언덕 바로 아래는 무덤의 석탑들이 즐비하다. 세기의 사랑이 이루어졌다는 언덕 바로 아래에 있는 것이 무덤이라니 이 아이러니가 잠시 그 순간을 무색케 한다.

 

 

 

 

 

 

피에로티가 연인을 기리며 시를 쓰곤했다는 카페에도 들어가 보고, 길거리 카페도 기웃거리며 30분 정도 언덕 위의 바람을 즐긴 후 바로 하행선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와 이스탄블국제공항을 향해 떠났다. 공항 근처는 여전히 복잡하다. 가이드는 우리 일행이 티켓팅하는 것까지 도와주었고, 사진도 찍고, 헤어지는 인사도 나누었다. 만나고 헤어지는 일은 언제 어디에서나 일어나지만 익숙하지 않아 항상 새롭다.

 

터키공항들은 공항으로 들어갈 때 두 번의 체크를 한다.

이번에도 나는 두 번에 걸쳐 삐빅 경고음을 내며 들어갔다. 양 팔을 벌리고 검사를 받은 후 통과해서 먼저 세관에 가죽옷을 신고하러 갔다. 세금을 따로 내지 않으려면 여기서 신고가 끝나야 한단다. 너무 일찍 공항에 도착한 탓에 아직 한국행 비행기의 게이트가 게시되지 않았다. 공항 여기저기를 구경하고 다니면서 선물들을 사는 사람들과 헤어져 우리는 라쿰 몇 상자를 사고는 커피숍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남은 시간을 보냈다. 공항내의 커피숍 풍경은 정겹다. 어디론가 떠나는 사람들... 가방을 들고 바삐 걸어가는 사람들...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

 

 

터키 시간으로는 밤시간이어서인지 모든 사람이 졸리는 듯 피곤에 지친 표정을 하고 게이트 앞에 나타났다. 나도 그 중의 한 사람이 되어 탑승시간을 기다리며 의자에 앉아 있었다. 발바닥에는 물집이 잡혀있어 계속 후끈거린다. 그래도 나는 역사의 중심에 서 있었던 이 땅에 와서 보고 듣고 만져봤다는 사실이 고맙게 느껴졌다. 종교, 예술, 교육, 철학에 관한 편향된 서술이라 해도 우리가 받은 교육의 바탕이 되어온 역사를 잠시 들여다봤다는 사실이 뿌듯하다. 그리고 히에라폴리스(빌립의 순교지), 가파도키아(베드로가 방문), 이즈밀(서바나), 콘야(이고니온), 에페소(사도 요한, 마리아) 등 신약에 나타난 도시들을 조금 더 가까이서 이해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

 

창세기부터 이어온 유구한 역사를 지닌 축복받은 땅 터키에서 터키항공을 타고 9시간 만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한국의 날씨는 열기와 습기로 가득하다. 고맙게도 다시 동생 친구가 나와 주어서 집으로 편안히 도착할 수 있었다. 그의 말을 잠깐 밀리면... 마치 피난민 같다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라면을 끓여서 큰 올케가 사가지고 온 왕김치만두, 왕고기만두와 함께 먹었다. 그래... 이 맛이다...! 뜨겁고 매콤한 라면국물과 신김치로 속을 달랜 후에야 여행 가방을 풀고... 빨래들을 꺼내고... 몇 가지 물건들을 정리했다. 그리고는 깊은 잠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