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Fiction/엄마와의시간여행

입맛 돋우는 약

truehjh 2014. 9. 7. 13:05

 

예전에는... 입맛이 없다고 하시며... 식사량이 줄어들고... 설사가 잦아지면...

엄마가 병원에 입원할 때가 되어간다는 사실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었습니다.

전해질과 영양분 부족으로 1년에 한두 번은 병원에 입원하곤 하셨으니까요.

10여년에 걸친 이러한 증상은 의사들도 특별한 원인을 찾아내지 못한 엄마의 고질병이었습니다.

 

그런데 6~7년 전에 입맛을 돋우어 주는 약을 처방 받으신 이후부터는

그토록 잦던 입원에서 해방되셨습니다.

입맛이 없어지고 식사량이 급격하게 줄어들면 다시 이약을 4~5일 복용하면 됩니다.

약효는 한 달 정도 갑니다. 그 약효가 나타나기 시작하면 식사를 허겁지겁 하기도 하시지만

그래도 우리는 안심이 되고 즐겁습니다.

안드시는 것보다는 많이 드시는 것이 좋다는 생각에서 입니다.

 

이번 심부전 때문에 입원하셨을 때도 식사를 전혀 안하시려고 해서

담당의사의 허락 하에 그 약을 복용하셨습니다. 그리고 또 한 달이 지났습니다.

며칠 전부터 엄마는 어김없이 식사를 거부하십니다.

우리는 다시 이 약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식사를 권유해도 꿈쩍 안하시는 엄마가 약을 복용한 지 3~4일이 지나고 나면

식사를 거부하지 않고 몇 수저라도 드시니까요.

 

이런 고마운 약을 자세히 알아보면 지금의 약효가 우연의 결과라는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원래는 항암제로 개발된 약이었는데 환자들이 이약을 복용하면 식사량이 급격히 증가하더랍니다.

그리하여 이제는 입맛을 내는 약으로 쓰이는 고마운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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