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Fiction/엄마와의시간여행

엄마만의 시간들

truehjh 2014. 8. 10. 10:13

 

날이 너무 더워 땀을 많이 흘렸다고 끈끈해 하시면서 머리라도 감고 싶어 하시는 엄마...

간단하게 샤워를 시켜드렸더니 남은 힘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도

수고했다라는 인사를 잊지 않으십니다. 고상한 인품의 우리 엄마입니다.

내 다리가 부실하다는 핑계로 엄마의 목욕에 관여해 본 적이 몇 번 없습니다.

엄마가 아프실 때... 그것도 여동생이나 올케들이 없을 때... 두세번 씻겨드린 기억밖에 없으니까요.

 

엄마의 뒤를 졸졸 쫒아 다니면서 엄마가 남긴 실수를 해결해 드리려고 안달을 합니다.

화장실 다녀오시면 화장실 물을 내렸나 확인하여야 하고, 속옷의 상태를 점검하고 빨아야 하고,

약을 드시기 전에 혈압을 체크해야 맘이 편합니다.

시간 맞추어 밥 차려드리고, 그 많은 약을 모아서 복용하기 쉽게 챙겨드리면서

엄마 손을 만지고 엄마 다리를 쓰다듬는 것도 기분 좋은 일입니다.

현재 내가 특별히 몰두하는 일이 없어서겠지만 엄마 옆에 이렇게 있는 것도 꽤 의미가 있습니다.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인데 부담이 된다기보다

아직은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며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러나 이 기간이 길어지면 난 과연 이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엄마와 함께 할 수 있을 지는 자신이 없습니다.

얼마 안가서 이것은 나의 삶과 엄마의 삶의 일부분이 되어가겠죠.

그러면서 엄마는 엄마의 삶을 살고 나는 나의 삶을 살 것입니다.

 

아무 때나 머리를 감아도, 옷을 이상하게 조합해서 입으셔도 그냥 웃고 넘겨야겠습니다.

엄마가 교회에 가고 싶어 하시고, 여전히 성경을 읽으려고 애쓰면서 잠시라고 책상 앞에 앉으시고,

혼자서 화장실을 다니시고, 식사를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감사한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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