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Fiction/엄마와의시간여행

세탁물에 붙은 휴지조각

truehjh 2014. 10. 28. 20:37

 

엄마와 나의 옷들을 세탁하고 꺼내다가

낭패감이 들어 잠시 머리가 띵했었습니다.

바지 주머니를 점검하고 세탁기를 돌렸어야 했는데

내가 그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그냥 통에 넣었던 것입니다.


바지주머니에 화장지를 넣어두시는 엄마의 오래된 습관을

잠시 내가 잊었던 것이니 누구를 탓할 수도 없고...

 

산산조각이 난 채로 모든 세탁물로 흩어져서 붙어있는 휴지들을

일일이 털어내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생각되어

흐르는 물로 헹구기로 했습니다.


화장실 부스에 쪼그리고 앉아 속옷과 수건들, 겉옷들, 양말들

모두 하나하나 헹구어 냈지만 두 번의 헹굼으로도 부족합니다.

보조기 뿐만 아니라 양말까지 젖어서 발이 차가워지니 속상합니다.

엄마로 인해 화나는 것이 아니고 나에게 화가 조금 났습니다.

 

나도 세월의 흐름 앞에는 견딜 수가 없는지

뭐든지 꼼꼼하게 살피던 성격도 변하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스스로 위로했습니다.

이제 나도 망각의 시간들을 맞을 수밖에 없는 나이가

가까워 오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언젠가 그 순간이 나에게 다가왔을 때

엄마에게처럼 이렇게 소리 없이 다가왔을 때

돌봐 줄 이 아무도 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울적해져서

눈물이 한 방울 나왔지만...

툭 떨어뜨리고...

그리곤 웃었습니다.

모든 인생은 어차피 그런 걸텐데... 뭐...

그때 일은 그때 속상해하자고 마음을 추스르면서

아픈 허리를 다독여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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