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There/이탈리아(2017)

[2017 휠체어합창단 로마공연&여행] D-70 휠체어합창단의 로마공연 소식

truehjh 2016. 11. 3. 23:42

 

나라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어지러워지고 있다. 대통령이 권력을 부여한 주체를 잊고 자격 없는 개인과 함께 권력을 사유화한 초유의 사건이다. 이 사건은 우리가 가진 사고와 언어의 능력을 앗아가고 있다. 도저히 헤어 나올 수가 없는 이 상황에서 로마로 여행할 마음의 준비가 잘 되지 않는다. 그래도 이미 계획되어 있던 일이니까 여행지에 대한 공부도 시작해야겠고 준비과정도 기록으로 남겨야겠기에... ㅠ... ㅠ...

   

2016.11.03

 

우리 나이에는 절친들과 함께 여유롭게 해외여행을 다니는 것이 하나의 로망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아스라한 로망일 뿐이었다. 지금까지 여러번 계획하고 시도해 보았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실제로 장애를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 여럿이서 함께 여행다닌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친한 친구들과 어울려 해외여행을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휠체어 몇 대가 움직여야 하는 여행이기에 비장애인이 한 명도 참여하지 않는 여행을 꿈꾸는 것은 가능하지 않았다. 또한 비장애인이 도우미로 참여하는 경우도 문제가 있고, 비장애인 친구가 함께 하는 경우도 나름대로의 어려움을 예측할 수 있다. 나이가 들면 장애가 없다고 할지라도 먼 거리를 여행하기 힘든데, 거기다가 장애인 친구를 도와가며 움직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경비를 지불해 주는 조건으로 비장애인 도우미의 도움을 받자니 각자가 부담해야 하는 여행경비가 만만치 않다.

 

이런 저런 이유로 장애를 가진 친구들과 함께 외국여행을 한다는 것은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포기하고 있던 차에 휠체어합창단의 해외 공연 겸 여행 계획에 대한 소식을 접했다. 우리 중에서는 가장 호기심이 많다고 할 수 있는 친구 해님이 전해준 정보에 의하면, 내년 여름에 러시아여행 계획이 있단다. 러시아로 갈 계획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긍정의 답변을 하고 말았다. 사춘기 어린 시절 내 꿈의 나라 러시아... 아니 도스토엡스키의 나라 러시아... 죄와 벌, 카라마죠프가의 형제들, 악령, 백치의 주인공들의 나라 러시아에 가고 싶었던 열망이 되살아나 자세히 따져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러시아로 가는 과정이 또 만만치 않다. 우선 합창단에 입단을 해야 하고... 매주 토요일 대학로 이음센타까지 나가서 연습을 열심히 해야 한다. 합창단에서 진행하는 여러 가지 공연에 참석도 해야 한다. 이런 조건들 때문에 입단을 망설이고 있던 차에 러시아로 가기 전 내년 1월에 먼저 로마에서 대한민국휠체어합창단의 해외공연이 계획되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번엔 바로 '로마의 유혹'이었다. 빨리 결정해야 한다는 해님의 권유로 평화와 함께 일단 입단을 했다. 합창공연에 이끌린 것이 아니고, 휠체어를 타고 친구들과 함께 러시아나 로마를 여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 이끌렸음을 부인하지 않겠다. 목적이나 이유가 순수하지 않은 결정이어서 약간의 계면쩍은 마음이 없지는 않지만, 어찌되었든 간에 합창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은 합창단에 입단함으로 이 로마행을 결정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