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There/이탈리아(2017)

[2017 흴체어합창단 로마공연&여행] D-50 로마로 가려면 전수동휠체어가 필요하다...

truehjh 2016. 11. 23. 22:38

2016.11.23. D-50

 

휠체어합창단의 일원이 되어 로마로 해외공연 가는 날이 50일 남았다. 지금부터 서서히 여행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이렇게 여행을 계획할 때마다 느껴지는 어려움은 비슷하다. 여행할 때 필수적으로 뒤따르는 여러 가지 고민들, 해결해야하는 문제들 때문에 여행지에 대한 설렘은 반감되곤 한다. 부수적으로 따르는 잡다한 것들의 해결이 우선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늘상 뒤따르던 문제들 위에 하나가 더 얹혔다. 전수동휠체어를 빌리고 관리하는 문제다. 그리고 빌리는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운반 역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나는 장콜(장애인 콜택시)이라는 교통수단을 사용할 등급이 아니므로 휠체어에 앉아서 이동해야 하는 문제를 혼자서 해결할 수가 없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가는 해님은 선뜻 자신의 전수동휠체어를 나에게 빌려주겠다고 했다. 해님에게서 전수동휠체어는 빌렸지만... 공항까지는 가지고 온다 하지만... 자신의 휠체어를 관리하기도 힘든 친구에게 미안하고 또 부담이 되어 여러 가지로 마음이 복잡한 상태다. 거기다가 해님은 아시아나항공, 평화와 나는 대한항공으로 떠나기 때문에 같이 동행하지 못하게 되어서 아쉬움이 더욱 크다. 이번 여행은 팀원 전체가 한꺼번에 떠나지 못한다. 공항이 복잡함을 분산시키려는 의도가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하여간에 아시아나와 대한항공으로 나누어 타고 가게 되었다.

 

평화와 나는 동시에 대한항공 홈피에 접속하여 서로의 옆좌석으로 예약해 놓았는데, 얼마 후에 장애인 좌석으로 다시 변경해 놓으신 리더께서 우아하게 휠체어서비스도 받으라고 하셔서 그러겠다고 해 놓았다. 일정이 잡히기 전 가고 싶은 곳을 카톡방에 올려 보라는 주문도 있었다. 나는 피렌체에 가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북부여행은 거리상 어렵다고 해서 로마투어(콜로세움, 판테온), 바티칸, 폼페이, 소렌토를 후보지에 올려 놓았었다. 현지의 오페라 등 다양한 공연을 관람하고 싶다는 사람도 있고, 카타콤이나 미술관에 관심이 많다는 사람도 있었다. 

 

며칠 전 여러 의견을 조율해서 대강의 일정이 발표되었다. 로마와 바티칸 그리고 남부투어의 일정이 잡혔고 나머지 이틀은 그룹별로 자유 일정을 잡을 예정이란다. 이제 드디어... 여섯 살의 첫사랑과 연결된 노래 ‘돌아오라 소렌토로’의 그 소렌토에 가 볼 수 있게 되나보다... ㅋ... ㅋ... 

 

일정을 자세히 살펴보니 그룹별 자유시간이 4~5일 정도 된다. 그렇다면 잘 활용해서 원하는 사람 몇 명은 피렌체까지 갔다 올 수도 있겠다 싶어서 해님에게 살짝 의견을 내 보았다. 역시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자유시간이 많다지만 독자적으로 피렌체행을 계획하는 것은 허락이 안 될 것이라고 해서 포기... ㅠ... ㅠ... 오랜 역사를 가진 문화 예술의 도시이며, 두오모성당이 있고, 미켈란젤로, 다빈치 등 예술가들의 터전이었던 피렌체에 가서 그 공기를 마시고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은데 그곳까지 여행하는 것은 좀 무리가 되나보다. 전동휠체어 20대 정도가 함께 움직이는 것이 불가능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많은 고충이 따를 것임은 불 보듯 훤하다. 이러한 단체를 책임지고 이끌어가야 할 리더의 고민과 수고가 이만저만이 아닐 것 같아 조용히 피렌체행을 포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