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There/이탈리아(2017)

[2017 휠체어합창단 로마공연&여행] 인천공항 출발과 로마공항 도착

truehjh 2017. 1. 27. 20:20

 

여행에서 돌아온 후 너무 피곤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시간을 보냈다. 일주일이 지나고 나니 이제야 정신이 좀 드는 것 같다. 입이 깔깔하다는 표현이 딱 맞는 상황이어서 먹고 싶은 생각도 나지 않을 정도였다. 시차 문제가 이렇게 심하게 작용한 적은 처음이다. 나이가 들었다는 이야기다. 그래도 로마, 바티칸, 쏘렌토, 피렌체에 다녀왔다는 사실이 비몽사몽간에도 문득 문득 감사하여 가슴이 벅차올랐다. 특히 르네상스 거장들의 작품과 그들이 살아 숨 쉬던 곳을 직접 찾아보고 느낄 수 있었다는 것으로 만족감이 생겨 기뻤다.

 

평화와 해님과 함께 먼거리 여행을 해보고 싶어서 결정한 여행이었는데, 휠체어합창단원들과 함께 해서 더 의미가 있었다. 물론 생소하고 모험적인 경험이었지만 여행지가 주는 경이감으로 인해 모두가 잘했다는 결론으로 남는다. 이제 천천히 이번 여행을 되돌아보며 남은 감동을 정리해 보아야겠다. 마음 먹고 사진들을 모아보니 내가 찍은 사진과 단원들이 찍은 사진들의 양이 꽤 많아졌다. 누가 찍은 사진인지 구별하기가 어여워서 내 맘에 드는 사진들을 허락의 과정 없이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고마운 마음으로...^^

 

2017.01.12. .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였던 로마는 지중해 전역을 지배하는 대제국을 이뤄냈다. 로마는 제국의 수도이자 중심지로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다. 로마 제국의 멸망 후 중세시대에는 도시국가로 그 명맥을 유지하다가, 15세기 르네상스시대에 이르러 교황의 힘을 업고 유럽의 중심도시로 다시 태어난다. 그러한 로마로 떠나기 위해 오늘은 아침부터 서둘렀다. 한국 날씨도 꽤 추운데 로마의 날씨도 심상치 않다고 한다. 유럽에 걸쳐있는 한파의 영향이 대단하단다.

 

짐은 최대한 작고 가볍게...’ 이것이 항상 내 여행 준비의 모토이기 때문에 기내가방 크기로 작게 꾸린 짐을 들고 집을 나섰다. 그리고 도토리의 도움을 받아 가방을 이동해서 인천공항행 리무진 버스를 탔다. 오전 10,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휠체어를 가지고 온 해님과 연락했다. 그녀를 만나 전수동 휠체어를 전달받고 몇 가지 필요한 안내의 말을 들으며 휠체어에 옮겨 앉았다. 휠체어에 앉은 채로 캐리어를 움직이려하니 처음에 좀 어려웠다. 운반에 잘 적응하지 못해 팔도 아프고, 맘도 불편했지만 이번 여행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하는 문제라 여기고 차분하게 대처해 보았다. 이 순간부터 휠체어와 내가 떨어질 수 없는 상황이다. 휠체어가 내 몸처럼 느껴질 때까지 기다리며 조심조심 움직였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 휠체어와 금방 익숙해졌다.

 

먼저 떠나는 아시아나팀은 짐을 다 부치고, 한두시간 후에 떠나는 대한항공팀을 만나 기념사진을 찍은 후 출국했다. 우리 대한항공팀도 각자의 짐을 부친 후 직원의 도움을 받아 출국 절차를 마쳤다. 

 

 

휠체어서비스를 받았지만 자신들의 휠체어를 가지고 들어갔기 때문에 자유롭게 공항 내부를 돌아다닐 수 있어서 아주 편했다. 전수동휠체어를 타고 있는 커다란 장점 중의 하나다.

 

공항 내에 있는 식당을 찾아 점심을 해결했다. 푸드코트 같은 공간으로 올라갔는데 통로가 매우 좁고 식탁이 촘촘하게 배열되어 있어서 휠체어로 움직이는 것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뜨끈한 쌀국수를 주문해 놓고 셀프서비스를 하는 과정에서 무척 당황스러웠다. 좁은 공간에서 휠체어로 움직여야 하는 친구들의 어려움은 남의 일이 아니었다.

 

쇼핑에 관심이 없는 나는 커피 한잔을 사서 평화와 나누어 마시면서 오후 3시까지 수다를 떨다가 게이트 앞으로 갔다. 거기서 휠체어들을 수하물로 부쳤는데, 시간이 좀 지체된 후에 탑승이 시작되었다. 기내에서 평화는 보조기 두 개를 다 벗어놓고 장거리 여행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나는 마스크를 준비한 것이 너무 잘한 일이라고 혼자 자화자찬을 하면서 건조한 공기를 이겨냈다. 12시간에 걸친 비행이 끝나갈 무렵 우리는 다시 보조기와 신발로 중무장을 했고, 잠시 후에 비행기가 착륙했다는 방송을 들었다.

 

로마공항에 도착...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던 아시아나팀과 만나 대형버스를 타려고 출구로 나가는데 휠체어 퍼레이드를 보는 주변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지는 것을 느꼈다.

 

밖으로 나왔다. 우리를 맞이하는 것은 도로 위를 살짝 적시고 있는 안개같은 비였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로마공항은 여느 도시의 공항과 다른 점이 별로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들뜨지 않을 정도의 평범함 때문에 생기는 약간의 실망감이랄까... 하지만 그 기분도 나쁘지 않다.

 

 

버스는 우리들을 태우고, 그리고 휠체어와 그 많은 가방들을 다 싣고, 속소를 향해 달렸다. 밤에 보는 로마 시내의 야경은 잔잔하면서도 평온한 느낌... 호텔 가까이에 있는 성마조레성당을 지나가는데 그 아름다움에 경탄이 절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