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There/이탈리아(2017)

[2017 휠체어합창단 로마공연&여행] 바티칸(2) - 베드로대성당

truehjh 2017. 2. 17. 12:05

2017.01.14. 토(2).

 

우리는 바티칸성벽을 따라 행진하여 베드로성당을 향해 갔다. 전동휠체어가 없었으면 도저히 따라 갈 수 없는 거리인 휠체어 드라이브 길... 유일무이한 여행을 이어가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울컥... 너무 멋진 추억을 남기도록 기회를 제공해주신 우리 리더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

 

 

입구에서 검색을 마치고 들어가는데 광장을 둘러싸며 높게 치솟아 있는 기둥들이 분위기를 우선 압도한다. 온갖 위엄을 갖추고 서있는 상아빛의 대리석 기둥들... 그 사이를 지나 광장을 옆으로 바라보며 성당을 향해 갔다. 4세기 콘스탄티누스대제에 의해 세워져 르네상스시대에 재건된 산피에트로대성당에는 르네상스의 거장 미켈란젤로가 설계한 돔과 조각상 피에타, 바로크의 거장 잔베르니니가 만든 발다키노가 있다.

 

베드로광장 중간쯤에는 베드로가 거꾸로 매달린 자리에 거대한 오벨리스크가 서 있고, 사람들은 자유를 또는 신앙심을 느끼며 경탄을 하고 있는데... 내 귀에 은은한 종소리가 들려온다.

 

 

그늘진 곳의 쌀쌀함이 우리를 움츠리게 했지만 저 높이 서있는 성당을 향해 용감하게 달려갔다. 이런저런 절차를 거쳐 램프를 타고 올라가 베드로성당으로 가까이 가니 25년 만에 한 번씩 열린다는 거룩한 문이 꽉 닫힌채로 우리를 반긴다.

 

 

굳게 닫혀있는 문이 오히려 경건함을 갖추도록 자극하는 것 같아 마음새를 가다듬고 옆문을 통해 베드로성당 안으로 들어가니, 모든 것을 압도하는 분위기...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존엄함과 장엄함을 느끼게 해주는 듯한 광경이 펼쳐졌다.
정면으로 보이는 성 베드로 옥좌와 그 옥좌 위의 원통형 창문에서 비추는 햇빛이 성스러움을 느끼게 해준다. 그 앞으로 발다키노라는 교황의 제단이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며 서 있는데 약간의 미스테리한 느낌이 든다. 교황의 제단 위에는 쿠폴라라는 돔이 있고 그 돔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이 웅장하고 신비롭다.

 

 

오른쪽부터 도는데 피에타를 시작으로 제단들과 강단들과 청동상들, 교황기념비, 깊숙한 곳에 마련된 기도하는 공간 등등을 지나며 자유롭게 다녔다.

 

 

대성당의 분위기를 전체적으로 느끼고 싶어 다시 정면이 보이는 곳에 앉아서 약속시간이 될 때까지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 장엄함에 완벽하게 나를 맡기기에는 부족한 시간을 뒤로 하고 성당을 나왔다. 광장의 공기는 차가웠다. 하지만 마음 속에 느꼈던 뜨거움으로 주변을 돌아보고 석양의 평화로움과 조우한다. 아름다운 광경이다.

 

 

다시 일행들과 만나 사진을 찍고 버스 타는 곳으로 이동했다. 내가 사용하고 있는 해님의 전수동 휠체어는 배터리가 새 것이어서 오랜시간 잘 버텨주고 있어 불안하지는 않았지만, 평화는 배터리가 방전될까 봐 아슬 아슬, 초조한 마음으로 베드로성당을 나왔다고 한다.

 

리프트로 버스를 타는 과정에서 단원 한 사람이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해 모두가 맘을 졸이고 있는데 다친 곳은 없다고 하니 한숨 돌리고...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서 야경으로 본 천사의 성... 강가의 요새라고 하느데, 칼을 든 천사가 지키고 있는 성 위에서 오페라 가수가 뛰어내려 유명해진 성이란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방으로 들어와 우선 평화의 배터리를 충전시키면서 물병에 남아있는 물을 탈탈 털어 누룽지를 끓였다. 김하고 깻잎으로 성찬을 차렸다. 끓인 누룽지는 커피포트 속에 넣어갔던 작은 티스픈을 사용해 마시듯이 먹었다. 먹는 방법과는 상관없이 느껴지는 이 구수한 맛... 떠나기 전전날에 누룽지 비상식량을 택배로 급하게 보내준 막내동생의 사랑이 담긴 맛이다.

 

주변의 레스토랑에 나가서 식사를 하겠다는 해님에게 생수 한 병을 사다 달라고 부탁했다. 여행할때 자주 물갈이를 하곤 하는 나로써는 물에 대한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다. 그래서 마실 물이 없다고 궁시렁대고 있었는데... 이제 마실 물 걱정도 끝! 안심하고 세 번째의 어둠을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