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There/이탈리아(2017)

[2017 휠체어합창단 로마공연&여행] 바티칸(1) - 시스티나성당

truehjh 2017. 2. 10. 11:27

2017.01.14. 토(1).

 

드디어 바티칸 방문이다. 상상 속에서 가장 궁금했던 나라 바티칸... 바티칸은 도시형 국가로 입법, 사법, 행정, 경제, 외교, 군사 등에서 독자적인 권한을 행사하며, 경복궁보다 조금 더 큰 영토에 약 900명의 시민이 있다고 한다. 오전 9시 전에 가면 기다리는 시간이 짧다고 하는데 우리는 10시 반에 입장을 예약해 놓았단다.

 

9시까지 제노바 호텔 앞에서 모이기로 했다. 시간에 맞춰 나가보니 어제 문제를 일으켰던 버스가 아니고 새로운 버스가 와서 대기하고 있다. 버스에 오르는 대장정이 시작되었고, 단원들의 인내심은 대단했다. 하긴 이 방법 외에 다른 방법이 별로 없으니까 리프트가 무사하기만을 바랄뿐이다. 그리고 버스는 출발하여 천사의 성과 떼베레강을 지나갔다.

 

 

우리가 내리기 쉽도록 주차하기 위해 좋은 곳을 찾느라고 시간이 좀 걸렸다. 높이를 가늠하기 힘든 바티칸의 담벼락 아래로 내리니 여기도 무장한 군인들이 지키고 있다. 그늘이 져서 춥고 코끝이 시렸지만 마음이 설렜다. 드디어 바티칸 미술관 입구로 들어갔다. 영문 장애인증명서를 가지고 간 우리들은 바티칸 입장이 무료란다. 줄을 서서 휠체어 길을 따라 입장했다.

 

 

직원의 안내로 커다란 엘리베이터를 타고, 램프도 타고 따라 들어가 시스티나성당 방문 예절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안내하는 직원들은 친절하게도 바티칸에 소장되어 있는 유일한 현대 조형물인 지구안의 지구(천체안의 천체)를 돌려주며 자세히 볼 수 있도록 친절을 베풀었다. 솔방울정원(피냐정원)에 모여 사진을 찍고, 주변 분위기를 즐기면서 시스티나성당 안으로 향했다.

 

콘클라베가 거행되곤 한다는 시스티나성당으로 들어가는 과정은 험난했다. 직접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하는 길로 직원들과 경찰들이 나와서 안내하고 조정해 주면서 정성을 다해 인도해 준다. 특별취급 혹은 특권이랄까. 뭐 그런 것도 있었지만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천지창조가 그려진 곳으로 가는 길에 리프트 하나만 설치되어 있어서 휠체어 한 대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서 또 한 대가 내려가야 한다. 그 사이 막간에 유모차도 오르내리고... 오랜 시간을 거쳐 드디어 들어갔다. 사진찍기는 허락되지 않는다.

 

사람들이 빼곡하게 서 있다. 얼굴은 모두 천장을 향하고 있고 경탄을 금치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우리는 경찰의 도움을 받아 사람들을 헤치고 최후의 심판 앞에 섰다. 그 앞에서 잠시 정신을 놓게 되는 순간이 있었다. 인간이면 다 느끼게 되는 감정일까. 61세 노년의 미켈란젤로가 6년간에 걸쳐 완성한 대작이란다. 천국, 연옥, 지옥으로 나뉘어 있다. 천 명 중에 삼백 명을 누드로 그렸는데, 볼테라라는 화가가 옷을 입혀 그렸다고 한다. 단테의 신곡을 참고해 그림을 그리게 했다는데 근육질을 좋아하는 미켈란젤로의 특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바돌로메의 몸에 본인의 얼굴을 그려 놓은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음... 왠지 화가의 의도가 궁금해진다. 왼쪽은 더 잔인한 모습... 최후의 심판을 감상한 후 그 압도된 분위기를 잠시 되돌리며 숨을 돌렸다.

 

그리고 사람들을 따라 나도 천정을 올려다보았다. 온 천장과 벽면을 뒤덮은 프레스코화에 압도당하지 않으면 이상한 것이 아닐까. 라파엘로의 소개로 당시 조각가였던 미켈란젤로가 천지창조를 그리게 되었단다. 한 쪽 벽면에는 모세와 다른 쪽 벽면에는 예수의 그림이 있고, 그 위의 천장에 천지창조 등 성경을 배경으로 한 9개의 그림이 있다. 천장 가득 400명에 가까운 인물들이 마치 조각처럼, 금방 움직이며 튀어나올 듯한 자세로 있다. 1, 3, 5, 7, 9의 홀수 번호는 쏙 들어가는 배경, 짝수 번호는 배경을 크게 그려 넣었단다. 원근법이 완벽해서 모두가 실물 같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려 들어와서 이 그림들을 보고 가는 것은 기적이 아닐까... 바닥의 대리석들까지 작품이다.

 

또 다시 똑같은 방법으로 성당을 나와서 여러 개의 방을 거쳐 라파엘로의 방으로 갔다. 그 방에서 잠시 머무르며 그림설명을 들었다. 복도를 지나가면서도 여러가지 설명을 들었지만 조토의 삼단제단화 설명 정도가 기억난다.

 

 

점심 식사를 하러 레스토랑으로 갔다. 여기도 역시 턱과 계단이 있어 화장실 사용의 어려움을 겪었지만 모험심 가득한 몇몇의 얼굴은 여전히 빛났다.

 

 

난 아직도 어리둥절하다. 최후의 심판 앞에 서있던 나 자신의 모습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 신의 존재가 인간에게 미친 영향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크지만 인간이 인간에게 남긴 위대한 업적의 영향 역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바티칸을 나왔다. 시스티나성당에서 직접 베드로성당으로 가는 휠체어 길이 없어서 일단 나와야 한단다. 사람들은 저마다 입구를 통과할 때와는 다른 느낌으로 출구를 통과했겠지... 우리는 사진 몇 장을 더 남기기 위해 각종 포즈를 취한다.

 

 

이제 베드로성당으로 가기 위해서는 다시 전열을 가다듬어야 한다. 버스로 이동하지 않고 휠체어로 달린다고 하니 긴장도 되지만 기대감도 크다. ㅎ... ㅎ... 든든하게 서있는 바티칸 성벽을 따라 휠체어로 드라이브하는 기분은 어떨까...